[사진]침수피해 아픔 보다 재발이 더 두려워

▲집 내부에까지 쌓인 토사. 어은골 마을에 물난리가 한바탕 지나가고 복구작업이 한창인 3일 오후 5시. 이날 새벽에 내린 호우가 어은골 마을을 거세게 뒤흔들었다. 뒷 야산이 갑자기 몰아치는 많은 양의 비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리면서 그만 마을을 뒤덮은 것이다. 비는 오전에 그쳤지만 이 마을 뒷 야산에서는 아직도 남은 빗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동네 길목에서는 이곳저곳에서 복구작업을 서둘러 진행되고 있었다. 포크레인과 트럭이 동원돼 축축한 흙을 한웅큼씩 제거해 나갔고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은 공익근무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삽을 이용해 흙을 퍼날랐다.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골목, 공익근무요원과 자원봉사자가 직접 삽으로 진흙을 빼내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마치 황토색 옷을 입은 것처럼 진흙이 범벅돼 있어 새벽에 일어났을 일들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지만 주민들은 토사가 집을 공격했던 당시의 충격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집안까지 뒤덮은 진흙더미를 오후 내내 양동이를 들고 퍼냈다는 김아무개(56)씨. 김씨는 동네 길목에 서서 복구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지친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김씨는 “아침 8시 정도에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오는데 이미 진흙더미가 골목을 뒤덮은 상황이었다. 살려고 나갈 수도 없을 정도였다”며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설명한다. ▲비가 그치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뒷 야산에서는 빗물이 줄기를 형성하고 흘러내려오고 있다. 한편 주민들은 지난 해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이미 뒷산에 공사가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더 큰 사고가 재발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주민 김아무개씨는 “작년에도 비가 많이 와서 흙이 흘러 내려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시에서 축대공사를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오히려 축대가 무너지면서 그 안에 지탱하고 있던 바위들이 굴러내려와 마을에 더 큰 피해가 났다”고 주장했다. ▲축대가 무너지면서 그 안에 돌들이 마을로 쏟아져내려왔다. 실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집은 경사를 따라 흘러 내려오던 묵직한 침수물이 정차돼있던 차량에 막히면서 강한 압력으로 집안에 일순간 쏟아져 들어온 것이었다.집주인 이아무개씨는 “돌과 진흙이 쏟아져 들어왔고, 물이 순식간에 방안으로 찼다. 가족들 전체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씨의 부인은 당시의 정신적 충격 때문에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나마 인천과 광주에서 거주한다는 친척들이 직접 찾아와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어 이씨 가족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가 되고 있다. ▲타지에서 친인척들이 찾아와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가재도구들이 젖고 주변이 진흙범벅이 된 정도는 차라리 희망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주민들은 이번 축대가 무너지듯 예방대책에 대한 신뢰감도 무너진 듯 했다. 그저 오늘의 악몽이 재발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참소리=김효정 기자(이 글은 전북지역 인터넷 대안언론 `참소리`에 실린 것입니다. 서버 오류 관계로 사진은 추후에 올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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