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13일 오후 이해찬 총리가 주재하는 만찬을 시작으로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오후6시 회담장인 롯레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이해찬 총리는 환영만찬사를 통해 "현재의 남북 경제 협력이 상생과 호혜의 원칙에 기반한 자유롭고 제한없는 경제 협력으로 발전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남북 경협의 확대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으로 이번 회담이 평화 위에 더욱 다져지는 경제협력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17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 번영을 위한 큰 길의 초석을 놓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며 좋은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 후 "2005년은 제2의 6.15 시대를 개막한 뜻 깊은 한 해로 기록될 만 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답사를 통해 "우리 대표단을 따뜻이 맞아주고 동포애의 정으로 환대해주고 있는 여러분들과 제주도민들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말한 후 "역사적인 6.15 평양상봉직후 온 겨레의 통일열망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가던 2000년 9월 여기 제주도에서 제3차 북남상급회담을 개최한 바 있어 그 때로부터 5년만에 여기 제주도에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권 참사는 "자연의 계절에는 엄혹한 겨울이 있지만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열망하는 겨레의 마음속에는 겨울이란 없으며 또 있어서도 안된다"면서 "올해 쌍방이 이룩한 성과와 경험에 토대해 북남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오늘의 6.15 시대를 감히 막을 수도 되돌려 세울 수도 없는 절대불변의 대세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참사는 이어 "이번 제17차 북남상급회담은 올해의 북남관계전반을 총화하고 새해의 전망을 설계하는 매우 의의깊은 회담으로 돼야 할 것"이라며 긍정적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김태환 지사도 함께한 이날 만찬석상에는 전복 내장으로 만든 게우죽과 서귀포산 다금바리회, 성게 미역국, 갈치구이 등 제주산 해산물이 주요 메뉴로 제공됐으며 제주 전통주인 고소리술이 반주로 마련됐다.

# 게우죽·다금바리·갈치구이·고소리술 등 제주산 제공

이에 앞서 남북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2시25분께 서해직항로를 통해 고려민항 KOR 651편으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고려항공기가 제주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3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남북평화축전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눈발이 간간이 날리는 가운데 트랩에서 내린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와 대표단, 수행원, 가지단 등 북측 대표단 일행 29명은 통일부 관계자의 영접을 받은 후 곧바로 회담장인 서귀포시 롯데호텔로 향했다.

권 내각참사는 롯데호텔에 도착, 이날 낮1시쯤 미리 와 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영접은 받으며 접견장으로 이동했다.

정동영 장관은 북측 대표단에게 "남측에서는 북쪽의 백두산 가보는 게 소원이다. 북측은 남쪽의 한라산에 오는 게 꿈이죠"라고 말문을 연 뒤 "제주는 과거에는 고통과 아픔, 상처가 깊은 땅이었으나 현재는 평화와 번영이 있는 곳"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권호웅 단장은 "어릴 때부터 제주는 외세에 의해 침략받은 땅으로 배웠다. 삼별초들이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애국승전의 땅으로 유명하다"며 "제주에 왔으니 분단의 비극을 끝장내야 한다"고 화답했다.
시 제주 롯데호텔에서 이해찬 총리 주재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 환영만찬장.

남북은 회담 이틀재인 14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기조연설을 통해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입장을 밝히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동영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군사당국자 회담 등 그동안 미진했던 합의사항들에 대한 실천을 촉구하고 9.19 6자회담 공동성명의 조속한 이행과 제5차 2단계 6자회담의 조기 개최를 설득할 방침이다. <제주의 소리=이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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