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교수는 이제 진실 규명 보다 자기 반성부터 해야



줄기세포 논란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것이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검찰이었다. 10일 조사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줄기세포와 그 원천기술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발표를 했다. 조사기간동안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정보만으로도 이미 온 국민이 짐작하고 있던 바였지만, 확인사살을 당하는 심정은 모두에게 끔찍한 것이었다. 조사위는 덧붙여서 황 교수의 배반포 기술이 줄기세포 확립 전 단계의 수준임에는 인정하지만 영국의 뉴캐슬 대학에도 이미 그 기술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황 교수의 `독자적` 기술로는 보기 어렵다고 했다. 황 교수가 누누이 주장해온 `대한민국의 기술`이 아니었음이 판명된 것이다.
조사위의 최종 결과보고를 통해 국민들이 갖는 허탈감이나 분노는 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국제 학술계에서 대한민국 과학의 명예가 실추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모두가 아니길 바랬던 일이 결국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일부 황 교수 지지자들의 변함 없는 응원이 표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마음은 황 교수에 대한 배신감으로 가득한 상황이다.

하지만 황 교수는 이런 국민의 마음을 철저히 외면할 모양이다. 황 교수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이 있더라도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국민 앞에서 사과하기를 바랬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황 교수는 "책임은 통감하나 조사위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대 이하의 반응을 보였다. 오늘 오후 대국민 사과를 하더라도 본인이 아니라 변호인이 대신할 것이라는 실망스런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황 교수 측은 논문의 제2저자인 유영준 연구원과 유씨의 아내이자 제5저자였던 이유진 연구원이 조사위의 외부 자문을 맡음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조사위원장을 역할을 했기 때문에 조사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짓으로 드러난 2004년의 논문에 처녀생식 우려가 나왔을 때 그것을 부인하는 논문을 쓴 사람이 유씨였기 때문에 더욱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사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황 교수의 주장을 부인했다.
또한 황 교수는 배반포 기술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사위의 의견에 대해 우리나라에 이 기술을 가진 과학자가 어디 있냐며 반발했다. 영롱이를 둘러싸고 이야기되고 있는 논란에 대해서도, 이미 영롱이보다 복제하기 더 어려운 스너피의 진위가 밝혀진 마당에 영롱이를 가지고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황 교수 측의 입장은 조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부분이다. 황 교수로서는 조사 결과 원천 기술이 있었음이 판명 나면 그것으로 상황을 역전시킬 힘을 얻는 셈이었다. 설사 원천 기술이 없었다는 발표가 나더라도 황 교수에게는 미즈메디 병원의 `바꿔치기`라는 최후의 카드가 남아 있다. 그래서 황 교수는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언론플레이를 계속해왔다. 그 와중에 메이저 신문이 부정적 태도를 보이자 불교신문이나 지역신문까지 이용하는 모습은 과학자보다는 언론과 친한 정치인에 가까웠다. 그간 황 교수에 대한 비난 중의 하나가 연구실보다는 언론과 친하다는 것이었는데 조사 기간동안에도 황 교수는 그런 면에서 변함이 없었다.

궁지로 몰린 황 교수가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배신감을 넘어 인간적인 안타까움마저 들게 한다. 줄기세포 진위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에 맡긴다고 치더라도 나머지 주장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배반포 기술의 경우 줄기세포 확립 전 단계에 응용되는 기술에 불과하므로 줄기세포를 주장했던 황 교수에게 `독자성`의 정도는 더욱 엄격히 해석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황 교수가 외국에 있더라도 국내에는 없으므로 독자성을 인정해달라는 식의 주장은 이미 조사위가 밝혔듯이 인정될 수 없다. 영롱이의 경우에도, 복제 사실에 대한 논문마저 남아있지 않다는 의혹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고 `스너피가 있으니 영롱이 얘기는 하지 말라`는 식의 대응은 과학자로서의 논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줄기세포의 진위여부는 황 교수의 바램대로 검찰로 넘어간다. 이미 대다수의 국민이 줄기세포 원천기술에 대한 믿음을 포기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검찰 조사라는 상당한 기간동안 `설마`와 `혹시나` 사이에서 갈등을 해야 한다.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황 교수가 국민 앞에서 진실 어린 사과를 하기는 커녕 변명만을 이어가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황 교수는 자신이 정말 억울하다면 검찰 조사를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실망과 혼란은 그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황 교수는 본인의 말대로 정말 책임을 통감한다면 진실 규명보다는 자기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오형석 기자 lorrely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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