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한미동맹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 변화의 방향과 성격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한미 양국이 공동의 적으로 삼아왔던 북한에 대한 목표와 한미간의 역할의 변화이다. 이는 북한의 남침 억제 및 억제 실패시 격퇴를 골자로 한 `방어형 동맹`에 더해, 북한에 대한 예방적·선제적 군사 개입을 포함한 `공격형 동맹`의 성격이 부가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성격 전환에서 한미간의 임무 분담이 이뤄지고 있는데, 전통적인 한미동맹의 임무인 대북 억제 및 방어의 주도적인 역할은 한국군이 맞고,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군은 대북 억제 및 방어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보유 및 확산 저지를 주된 임무로 삼고 있다. 이러한 성격 전환은 부시 행정부의 `예방전쟁` 개념이 한미동맹에 강하게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둘째는 한미동맹의 지리적 범위 및 역할과 관련된 것으로서, `한국 방위 동맹`에서 `지역동맹`으로의 확대이다.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통해 대북 억제 및 방어의 주된 임무를 한국군에게 넘기고 있는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 중국이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부상하는 것을 예방·봉쇄하는 것을 비롯한 지역적 역할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려는 노력을 좌절시키겠다(dissuade)는 대중국 군사전략이 한미동맹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한미동맹에 `가치 동맹` 개념을 부가해, 한미동맹의 지리적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이 위협에의 대처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 및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증진하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특히 테러리즘 및 WMD 확산이 이러한 가치를 위협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2기 부시 행정부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을 대외정책의 기조로 내세우면서 미국식 체제를 세계화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미동맹이 미국이 말하는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면, 한국이 직면하는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고, 2006년 미국의 4개년 국방정책검토(QDR) 보고서 및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도 명시된 것처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전략 및 중국에 대한 군사적 봉쇄 전략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이러한 우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이나 인권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면 남한도 북미간의 군사적 긴장이나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것이 보여주듯, 한미동맹이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나설 경우에도 한국 역시 테러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즈음해 한국이 미국, 영국과 같은 1등급의 테러위협 국가로 분류된 것이나 알-카에다가 주요 공격 대상에 한국을 포함시킨 것은 이러한 우려가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한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초기지화가 될 경우, 한국은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중요하다.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초기지화가 된다는 것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체제에 편입되고 미국에게 기지 사용권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은 양안간의 분쟁 발생시 주한미군의 투입을 고려하고 있고, 대만의 천수이벤 총통은 독립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가능성의 높고 낮음을 떠나 양안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주한미군도 이에 개입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경우 중국은 주한미군의 개입을 한국의 자신에 대한 적대 행위로 간주하고 한국을 공격 대상에 포함시키게 될 것이다. 

안보전략에 있어서 가장 지혜로운 방법, 특히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 한국에게 가장 요구되는 지혜는 불필요한 위협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미동맹이 `위협 대응형`에서 `위협 초래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되물어봐야 한다. 이는 `안보`를 위해서는 다른 가치의 손실을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한미동맹 유지론의 근본 전제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