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잇따른 폭행, 촌지 강제 수수, 성추행…추락한 교권

#담임선생이 초등학교 1학년 무차별 폭행하고 교장선생이 우등생 때려 뇌진탕 진단
#6학년 여학생 무릎에 앉히고 가슴 만지기까지, 토요일은 무조건 치마 입는 날로
#장애아 폭행 정신질환까지 앓게 하고 학부모에게 "오늘 밤 만나자" 성희롱도
#끊이지 않는 체벌 인정권 논란…법원·교원단체 "감정적 체벌 안돼"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뺨을 때린 교사가 직위해제됐다. 이 교사가 학생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책을 집어 던지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촬영돼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전북 군산에서의 일이다. 인천에선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사 임용 알선을 해주겠며 돈을 뜯어낸 교사가 적발됐다. 전남 광주에선 초등학생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청소용 빗자루로 때린 교사 사건의 파문이 그치지 않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여고에선 학생을 성희롱한 교사가,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초등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온 인면수심의 교사가 구속됐다. 이 교사는 토요일에는 학생들에게 꼭 치마를 입고 등교하도록 시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다. 전북 익산에서도 한 고등학교 교장이 학생의 머리를 때려 뇌진탕 진단까지 나온 사건도 있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다.


#군산 초등생 폭행 사건 동영상의 한 장면

#잇따른 체벌, 폭행 사건

전북에서는 최근 두 건의 교사에 의한 학생 체벌 사건이 일어나 지역 사회 뿐 아니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더욱이 그중 한 사건은 피해학생이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전북 군산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이 어린 1학년 학생들의 뺨을 때리고 책을 집어던지는 등 지나친 체벌을 해 말썽을 빚은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군산 S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A교사는 지난달 21일 학생들을 무차별 폭행했으며, 당시 학교에 우연히 들른 한 학부모가 창 밖에서 휴대전화로 이 광경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개, 파문을 일으켰다.
사건 당시 인터넷에 올라온 1분여 짜리 동영상에 따르면, 한 여교사는 남학생의 뺨을 때리고 책을 던지는 모습이 담겨있다. 학생은 겁에 질려 울먹이며 던진 책을 주워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 등이 있다. 동영상은 여학생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계속됐다. 불려나온 여학생은 겁에 질려 서 있는 상태에서 뺨을 맞았으며 여교사는 흥분된 목소리로 혼을 내면서 역시 책을 학생 가슴 쪽에 던졌다. 이 동영상은 교실 복도에서 우연히 학교를 찾은 학부모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은 것이다.


#자료사진

비슷한 사건은 이보다 앞선 5월 익산시에서도 일어났다. 익산시내 Y고교 교장 이모씨(54)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여학생을 구타한 사건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 2일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학생 및 학부모들에 따르면 지난 5월 24일 오전 익산시내 Y고교 이모교장(54)은 이 학교 2학년에 재학중었던 P양(17·대전시)을 자신의 관사로 불러 태도가 불손하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머리를 5∼6차례 때리고 다시 신문지를 말아 뺨을 때렸다는 것.
현장에 함께 있었던 O군(17)은 “교장선생님이 여학생의 머리를 주먹으로 5∼6번 때려 여학생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며 “왜 때렸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P학생은 생활기록부에 ‘좌측 두정부피부에 압통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평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병원에서는 이날 폭행으로 인한 상처를 ‘두피부좌상 뇌진탕’으로 진단했다.‘두피부좌상 뇌진탕’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을 때 주로 발생하는 증상이다.
현재 P학생의 아버지는 이 교장을 폭력 혐의로 지난달 중순께 익산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P학생 아버지는 “맞은 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런 이유 없이 맞았다는 게 문제다”며 “딸 아이는 고개를 들라는 교장의 말에 고개를 들었을 뿐 흘겨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P학생은 조용한 성격으로 성적이 우수해 3년 장학금을 받는 등 모범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P학생의 아버지는 딸이 이러한 부당한 체벌을 받은 것은 자신이 이교장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이 있기 이틀 전 교장으로부터 딸아이가 교육감상을 받았으니 농구대라도 하나 설치해주어야지 않겠느냐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며 “이 요구를 거절해 우리 아이에게 보복성 체벌을 가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교장은 “사실무근이다.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태도가 불량해 따로 불러 꿀밤을 몇 대 줬다”며 “구타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니 더 이상 덧붙일 말도 없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자료사진

경기도 수원에서도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의 뺨을 때려 고막이 파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일이 있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2시께 수원 Y중학교 운동장에서 이 학교 체육 담당 K교사(29)가 하급생들의 축구공을 빼앗아 놀던 3학년 B군(15) 등 3명의 뺨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하지만 B군은 이날 귀가한 뒤 귓속이 아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다음날 병원을 찾았으며 왼쪽 귀의 고막이 파열됐다는 의사 소견을 듣게됐다.
지난달 19일엔 부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기 반의 장애학생을 수시로 구타하고, 부모로부터 거액의 촌지를 뜯는가 하면, 학생 엄마를 성희롱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본지 34호 보도)
이같은 사실은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소재 S초교의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 교사(58)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해 등교를 거부하고 정신 질환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박모군(11)의 친척 주모씨가 사건 이후 부천교육청 자유게시판에 김모 교사의 만행을 상세히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주씨에 따르면, 문제의 김 교사는 장애아인 조카 박모군(11)의 빰을 때려 치아교정을 위해 끼고 있는 교정장치가 파손돼 치과치료를 받았고, 주먹과 책으로 폭행을 가해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 더구나 학생들 앞에서 대소변도 못 가린다는 표현을 사용, 아이의 인권까지 무시했다.
박 군은 그후 학교 등교를 거부했으며 이에 소아정신과 진단을 받아본 결과, "아이가 학교로부터 심한 쇼크상태이고 후천적으로 자폐증 증세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절대로 학교에 보내도 그 선생님한테는 보내지 말고 보조교사가 항상 아이를 보살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의사 진단을 받았다.
주씨에 따르면 김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생활비가 없으니 촌지를 20만원 부탁한다"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한 학부모는 100만원을 건네 주기도 했다. 주씨는 또 "그것도 부족해 아이 아빠가 일본에 가서 사업한다는 소리를 듣고 밤마다 전화를 해 만나자고 했고 노골적으로 성희롱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남 광주에서는 지난달 27일 모 초등학교 교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을 청소용 빗자루로 때려 상처를 입혀 폭력행위 등 위반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A교사는 지난달 13일 오전 9시 30분께 학교 1학년 교실에서 B군(7)에게 "실내화를 정리하라고 말을 했으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를 때려 전치 10일의 상처를 입힌 혐의다.

성희롱하고 돈 뜯어내고

폭행 뿐 아니라 성희롱과 성추행 등 사건도 잇따랐다.
최근 서울 송파구 한 여자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 등을 하다 교내 성희롱심의위원회에 회부돼 출근 정지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 학교 이모(46) 교사는 지난 4월 3학년 교실에서 칠판에 성적 농담을 적은 뒤 학생에게 읽어보라고 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측은 6월 초 여교사들이 해당 교사의 징계를 요구하자 공식 조사에 착수, 지난 14일 이 교사를 성희롱심의위원회에 회부했다.
일부 학생들은 심의위원회에 회부된 사건들 외에 다른 피해사례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위원회 조사에서 수업중 성적 농담을 한 사실과 등교 지도 중 성희롱 발언을 시인했다.
이보다 더 기막힌 사건은 서울 관악구에서도 일어났다. 그리고 이번엔 그 대상이 초등학생이라는 데 더 충격이 크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하고 과도하게 체벌한 신림동 소재 모초등학교 신모(44) 교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 교사는 지난해 3월 초부터 올 2월 중순까지 6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했다. 신 교사는 점심시간에 뮤직비디오를 보는 피해 학생 최모(12)양을 불러 무릎에 앉힌 뒤 가슴을 만졌고, 또다른 피해학생 박모(12)양에게 얼굴을 비비며 강제로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는 또 ‘황금 팬티’라는 벌칙을 만들어 체육복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들의 바지를 벗기려 하거나 매주 토요일을 치마입는 날로 정하고 여학생들의 엉덩이를 손으로 만지거나 치마를 들추는 등 수십차례에 걸쳐 추행했다.
신 교사의 엽기 행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2주에 한번씩 숙제 검사를 실시하면서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들을 우산대 등으로 15∼20대씩 엉덩이를 때렸고 한 학생의 머리를 캐비냇에 찍는 등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최양 아버지의 고소로 이같은 신 교사의 위법행위를 밝혀내고 성폭력범죄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신청했다.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사임용 알선을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뜯어 낸 고등학교 윤리교사에게 징역 2년6월이 선고되는 일도 있었다.
인천지법은 지난달 13일 사범대 졸업생들에게 사립학교 교사로 채용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3억 5000만원을 뜯어낸 고교 윤리교사 A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경기도에 있는 OO고등학교 윤리교사였다. 그런데 정선카지노 등 도박에 빠져 도박자금이 필요하자 사립학교 교사 임용을 원하는 자신의 모교 OO대학교 출신의 동기 및 선후배 등 교사취업 희망자를 상대로 도박자금을 편취할 것을 마음먹게 된다.
이에 2005년 10월 19일 피고인의 대학 동기인 피해자 △△△을 사립학교 교사로 취업시켜 줄 능력도 없으면서 “경비로 3,000만원을 주면 사립학교 교사로 임용되게 해 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돈을 뜯어냈다.
피고인은 이런 수법으로 그 때부터 2006년 2월까지 11명의 피해자들로부터 34회에 걸쳐 3억 5,000만원을 송금 받았다.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면서 우연히 카지노 도박을 시작했으나 곧 재산을 탕진하고 사채까지 쓸 정도로 깊이 빠져들게 되었고, 도박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고 사채업자로부터 변제 독촉을 받게 돼 범행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체벌권 인정 범위 논란

잇따른 학생 폭행 사건으로 교사들의 체벌 인정권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도 체벌의 허용 여부와 그 정도에 대해서는 학교마다, 나라마다 상이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교육을 위해서 매를 허용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어느 사회에서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난 등의 영향으로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자라는 학생들이 많아진 때문인지 `체벌`의 수위를 둘러싼 교사와 학생들 간의 인식차도 적지 않다. 교사가 체벌로조차 여기지 않는 수준에도 학생들이 충격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자료 사진

작년 서울시와 경기도 소재 13개 중ㆍ고교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때 `말로 훈계한다`(56.7%)거나 `교실 뒤에 세워놓기`(32.2%) 등의 방법을 쓴다는 대답이 많았고 `매로 체벌한다`는 4.1%에 불과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같은 질문에 대해 `매로 체벌한다`(31.6%)를 첫 손에 꼽았고 `교실 뒤에 세워놓는다`가 26%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말로 훈계한다`는 20.1%에 불과해 교사와 학생 간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어느 한쪽이 사실과 다른 응답을 했다기보다는 교사와 학생들 간 체벌을 둘러싼 체감지수에 그만큼 격차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조계나 교원단체 모두 상식을 넘는 체벌권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체벌권 인정범위를 ▲교육목적(절대 상처를 입히지 않는 조건) ▲합리적 대응(때리는 모습) 등의 다양한 사유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학교장은 초. 중등 교육법상 범위 내에서 체벌권이 인정되고 교사의 경우는 보다 엄격한 요건인 형법 20조 정당행위 내에서 체벌권이 용인되고 있다.
또 전교조 등은 교원단체도 상식을 벗어나 감정적으로 학생들을 체벌하는 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남대 법학과 임상규 교수(형법전공)는 "사회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나 몸에 상처를 입히는 등 과도한 체벌권은 대법원도 결코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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