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 향해 일제히 포문 열어

전초전으로 불렸던 전당대회에서 패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최근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 전 시장은 `박근혜 대세론`을 조기에 차단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주위에서 경선 불참 가능성을 비롯, 경선 시기와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오는 것도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공정 경쟁`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이 전 시장이 독자 신당을 모색하는 등 제2의 이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물은 한 때 역류해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큰 흐름대로 흘러가는 법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최근 견지동 사무실에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일시적이며 결국에는 자신이 대권 후보가 될 것임을 암시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4년 전 노무현 대통령도 시대적 상황과 맞아 당선됐기 때문에 내년 대선 시기가 되면 시대에 맞는 사람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선 경쟁력 중요"

이 전 시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대세론`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세론이란 것도 한 달마다 달라진다"면서 "본선 경쟁력은 상대 당 후보에 대해 누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대표 경선은 세대결이지만 대통령 후보 경선은 본선 경쟁력이 강한 후보에게 전략적인 투표를 하기 때문에 결과를 다를 것이라는 것.
이는 그 동안 정치권이 박 전 대표에 비해 이 전 시장의 본선 경쟁력을 우위로 평가했음을 근저에 깔고 준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부친의 후광을 업은 박 전 대표보다 CEO 출신이자 서울시장 재임시 적지 않은 업적을 남긴 이 전 시장이 열린우리당에게는 더 어려운 상대로 비쳐져 왔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꺾을 유일한 후보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떠올랐고 결국 이로 인해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게 이명박 그룹의 분석이다.

때문에 정 의원은 상대 당(여권) 후보가 결정된 다음에 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하자고 주장한다.

경선 시기 뿐만 아니라 경선 방식도 이 전 시장의 `판 흔들기` 전략 중 하나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재오 최고위원은 100% 국민참여 경선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전대에서도 이 위원은 여론조사에서 강 대표보다 앞선 것으로 조사되는 등 국민참여 방식은 상대적으로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와 관련, "당원들의 표심은 잘 바뀌지 않는 성향이 있다"면서 "전대 결과를 봤을 때 일단은 박근혜가 우위에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은 현행 `2(대의원):3(책임당원):3(일반국민):2(여론조사)`의 구성 비율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손해 보는 장사` NO!

친MB 그룹에서는 친박 때리기와 판 흔들기를 넘어 전체적인 정치 지형 변화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사후 해명이 있긴 해지만 정 의원이 이 전 시장의 경선 불참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이와 관련, "이 전 시장이 내년 당내 경선에 불참할 수도 있다"면서 "여론조사에서 불리하게 나올 경우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경선 불복과는 다른 차원이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승산이 없는 경기가 될 경우 아예 출전을 않겠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CEO 출신인 이 전 시장은 기본적으로 절대 손해를 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이는 대권 경쟁에서도 분명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불참` 발언까지 나오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이명박 신당설까지 확대 재생산돼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강 대표 체제 이후 박 전 대표가 더욱 승승 장구할 경우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이 전 시장과 연대를 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대 이후 다각도로 박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이 향후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도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언행이 일차적인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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