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는 참고? 최고의 수익!' 기업들 날씨경영 돌입

기업들의 `날씨경영`이 정밀해지고 있다.
방송 등을 통해 단순히 일기예보를 참고하던 것에서 벗어나 기상청과 업무협약 등을 맺어 정밀한 기상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기상 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이 다방면에서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기상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800조원 가운데 최소 10% 정도는 날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중공업 국내기업 처음 날씨경영 돌입

지난 3월23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 통신운영부로 부산지방기상청에서 기상특보가 전달됐다. `내일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강풍과 함께 비가 내리겠다`는 내용이었다.
통신운영부는 즉시 회사 전체로 이 내용을 알렸고, 다음날 오후에 잡혀있던 도장작업과 크레인작업, 해상 시운전이 모두 취소됐다.
그리고 24일 오후 3시를 조금 넘은 시각, 실제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선업의 특성상 야외작업이 많은 현대중공업이 3월28일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기상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날씨관리 경영에 돌입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부산지방기상청에서 너울 태풍 호우 등 생산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기상재해 정보를 제공받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처럼 야외작업이 많은 업종은 적절한 날씨관리가 생산효율을 끌어올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기상청과 업무제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급 기상정보를 얻게 돼 기상재해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비함과 동시에 경영손실을 최소화하고 업무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약으로 특히 해상 기상정보의 정확성과 전문성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은 먼바다 기상관측소의 정보 활용을 위해 앞으로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과도 업무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보다 전문화된 사내 기상정보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현장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상 변화에 따른 대응과 생산계획 수립, 안전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기온 습도 풍속 태풍 풍랑 등 각종 기상 현황을 독자적으로 파악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생산현장 등 총 10곳에 자체 기상관측기를 설치하고 기상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기온 습도 풍속 등을 바탕으로 옥외작업지수 크레인작업지수 선박이동지수 등 `조선작업지수`를 산출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 날씨에 대한 관심 높아져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의 제품 불량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황사에 대비하기 위해 기상청이 제공하는 미발표 황사 시뮬레이션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또 황사 발원지인 중국의 정보를 직접 받아 황사가 오기 전부터 미리 대비하는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원주의 한솔오크밸리 골프장은 골퍼들에게 날씨 상담을 해준다. 비 내리는 날 오전에 날씨를 물어보면 "세 시간 뒤면 비가 그칠 테니 걱정 말고 오세요"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덕분에 예약하고도 오지 않는 골퍼가 15%에서 5%로 줄었다. 콘도 숙박객을 위한 가수 초청공연도 날씨에 따라 취소한다. 기상정보업체로부터 정밀한 지역 날씨정보를 제공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바겐세일 홍보우편물에 황사 마스크 교환 쿠폰을 동봉했다. 강한 황사가 예상된다는 예보를 이용한 것이다.
이마트에서는 주간예보를 하루 세 번 받아서 제품 발주에 활용하고, 파리바게뜨는 날씨 정보를 제품 주문 컴퓨터 단말시스템에 올린다. 아이스크림 등 여름 상품은 날씨에 따라 매출이 급변하고, 비 오는 날 잘 팔리는 빵이 있는 등 매출이 날씨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LG전자 등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기상 정보 파악이 매출의 10 20%를 좌우한다고 보고 생산과 유통, 판매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야외작업이 많은 건설업과 조선업, 레저산업에선 몇 년 전부터 기상 정보 활용이 활성화돼 있다. 삼성중공업 STX조선 등 주요 조선소에선 날씨 풍향 파고 기온 등을 고려해 진수와 도장 등 옥외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도 현장 인력 투입 규모를 결정하고 콘크리트 타설, 도장 등에 기상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기상 정보에 연간 5000만원 정도를 투자, 5억원 이상의 경비를 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 가치 수조원 달해

기업들의 날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상청도 지난 3월 기존 기상산업진흥과를 국단위의 기상산업생활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기상청은 기상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상산업진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날씨경영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양일규 기상청 기상경영전략팀장은 "기상산업진흥법이 제정돼 아직 영세한 기상사업자들이 성장하면 다양한 틈새 기상정보와 맞춤형 기상정보들이 만들어져 기업들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산업을 이용해 얻는 가치만 3조 6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아직 국내 기상산업 규모가 19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기상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미국의 대형 기상정보업체가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에 기상이 미치는 영향은 엄청난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이다. 기상 정보를 생산과 재고 관리,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국지 기상 정보나 업종에 따라 15일 단위 중기예보를 활용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최근의 기상 환경 악화와 맞물려 기상 관련 산업은 블루오션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2500억달러의 경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날씨에 민감한 산업의 GDP 비중은 42%에 달하고 모든 산업의 70%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80%의 기업이 날씨에 따라 수익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조원대, 일본은 5000억원대의 기상산업 시장이 발달해 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지난달 기존 기상산업진흥과를 기상산업생활본부로 확대 개편했고 연내에 기상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기상산업진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3000여 기업에 맞춤형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케이웨더 등 관련 업계는 기업 대상 기상컨설팅 부문을 강화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제품 생산과 마케팅 등에 있어 황사·호우·무더위·강풍 등의 리스크에 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현재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가 87% 정도인 만큼 13%의 오보에 대비해 날씨보험제를 활용한다든지 날씨파생상품 시장을 준비하는 등 기상리스크를 줄이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훈 기자 ksh12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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