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세무사 김행형의 재미있는 세금이야기

`세금 때문에 못 살겠다`며 조국 프랑스를 떠났던 프랑스 부자들이 하나 둘씩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금번 대선에서 프랑스 복지시스템의 개혁을 위해 세금을 대폭 낮추겠다고 공약한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선거전 초반부터 사르코지를 지지한다고 밝힌 프랑스 국민가수 조니 알리데는 ‘사르코지가 제시한 정책은 나처럼 프랑스를 떠난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프랑스의 세금이 지긋지긋해서 못 살겠다’며 스위스로 이사했다.
프랑스 재계의 차기 리더로 주목받다 1990년대 말 벨기에로 떠난 BO그룹 대표 드니 패르는 ‘사르코지의 당선으로 소득세와 부유세가 소득의 50%로 낮아지게 됐다’며 ‘조만간 프랑스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90년대 말 소득세와 부유세로 내야 할 세금이 연봉의 세 배에 달해 세금을 내기 위해 재산을 처분해야 했는데, 그때는 정말 프랑스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세금 때문에 프랑스를 떠난 유명 인사 중에는 영화배우 알랭 들롱과 가수 파트리샤 카스도 있다. 미용실 체인을 경영하는 장 루이 다비드도 스위스로 떠났다. 가전기기 판매업체인 다티를 창업한 베르나르 다티 등은 벨기에로 이주했다.
프랑스에서는 부자일수록 많은 세금을 내도록 돼 있다. 1581만 유로(약 197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은 연간 21만1350유로(2억6400만원)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런 세금 폭탄에 질린 부자들은 연간 수백 명씩 프랑스를 떠났던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올 초부터 소득세와 부유세 등 세금이 소득의 60%가 넘지 않도록 하는 세금 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이 상한선을 더욱 낮추겠다고 공약했고, 준조세 성격의 일반사회보장기여금까지 포함한 세금 총액이 소득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부유세 과세 대상자가 중소기업에 투자할 경우 부유세 일부를 공제할 것이라 공약했고 상속세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우리나라도 대선이 멀지 않았다. 부동산세제의 부담율이 너무 높아서인지 최근 강남이나 일산신도시 등 아파트단지에서는 종부세 과세기준일(6월1일)을 앞두고 아파트 기준시가를 내려달라는 집단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금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세제가 완화되지 않겠냐며 이에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모 언론사에서 대권 유력주자들과 인터뷰한 것 중 종부세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하였다.
▽이명박=세금을 일시에 과격하게 올려 충격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1가구 1주택자, 장기보유자, 은퇴자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마련해 세금 부담을 줄여 주거나 면제해 줄 필요가 있다.
▽박근혜=부동산에 대한 전체 보유세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금 과표 현실화와 세율 인상 두 가지가 겹쳐 국민 부담이 너무 급속히 증가했다. 보유세 부담이 너무 빨리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손학규=주택 문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는 투기꾼들의 인식이 주택 문제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종부세와 양도세의 근간은 유지돼야 한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정권이 바뀔 경우 부동산세제의 변화는 분명히 감지할 수 있으나 종부세의 폐지 등 혁신적인 개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조세정책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행보가 각양각색의 유권자들에게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행형님은 김행형세무회계사무소(www.taxko.ne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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