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난해부터 3차례 적발 모두 가담 사실 드러나

CJ가 밀가루, 세제에 이어 설탕까지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담합 전문 기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부터 3차례 적발한 담합 행위에 모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자진신고나 조사협조를 적절히 활용해 과징금을 감면받고 고발을 면하는 등 제재를 피해갔다.
CJ의 잇단 감면을 둘러싸고 담합 업체가 자진신고를 통해 제재를 피하는 행위가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담합 사실을 먼저 신고한 업체가 과징금을 면제 받는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설탕가격 담합 소비자 1조원 이상 피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2일 CJ와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설탕생산 기업들이 1991년부터 2005년 9월까지 15년간 설탕 가격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했다. 공정위는 이들 3개사에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총 511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삼양사, 대한제당 등 2개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CJ가 227억 6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양사와 대한제당이 각각 180억원 200만원, 103억 68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과징금 액수만 보자면 CJ가 가장 많다. 그러나 이는 절반을 감면 받은 액수다. CJ는 이번 담합조사에서 공정위에 자진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해 50%라는 파격적인 과징금 감면 혜택을 누리고 검찰 고발도 면했다.
3개사의 관련제품 매출액은 2001~2005년 5년간 2조6000억원에 이른다. 관련 매출액의 15 20%를 소비자 피해액으로 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적용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3개사는 1990년 말 각사 영업본부장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CJ 48.1%. 삼양사 32.4%. 대한제당 19.5% 등으로 내수시장의 물량반출 규모를 정한 뒤 매년 초 또는 매월 각사 임직원들이 회의를 열어 수요에 따라 조정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물량 뿐 아니라 가격에 대해서도 1997년 이후 14차례나 가격을 조정하는 등 가격변동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영업담당 임직원들이 회동을 갖고 인상폭과 시기를 합의한 뒤 실행에 옮겼다. 이로 인해 2002년 3개사의 매출 이익률은 46 48%로 제조업 평균인 19%의 2배를 넘는 등 2005년까지 제조업 평균의 2 3배에 달하는 높은 이익률을 유지해왔다.

담합 적발시 교묘하게 빠져나가

CJ는 지난해 3월 밀가루 담합에서도 위반행위를 시정하고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유일하게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밀가루 물량과 가격을 담합한 대한제분, 동아제분, CJ, 한국제분, 영남제분, 대선제분, 삼양사, 삼화제분 등 8개 업체에 과징금 434억1700만원을 부과하고 6개 법인과 대표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0월 적발된 세탁 주방 세제의 8년 동안 가격 담합에서도 CJ를 포함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CJ라이온 등 4개사가 적발돼 4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하지만 CJ는 해당 생활용품 사업부를 일본 라이온사에 넘긴 데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임원 고발을 피해갔다.
CJ가 부당이득을 가장 많이 챙겼으면서도 자진신고를 했다는 것만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자 시민단체들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를 악용하는 데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밀가루·설탕 등 생필품을 담합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부 김 모씨(40)는 "CJ같은 대기업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을 상대로 담합을 해서야 되겠느냐"며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처벌을 당부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CJ 진짜! 쓰레기 만두에다가 급식사건에 이제 가격담합까지 연루되었다"며 CJ의 비도덕적인 기업윤리를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CJ가 가장 많은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도 처벌을 덜 받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담합 가담 여부와 상관없이 신고만으로 면죄부를 주면 안된다"는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가 자진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2005년 유화업체 담합 사건에서 호남석유화학은 담합을 주도한 화학협회의 회장사였지만 자진신고를 통해 10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신고자 감면제도 악용 증가, 보완 필요

이처럼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신고자 감면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담합 신고 감면제도`는 담합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먼저 신고한 업체가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2005년 4월 개정된 `담합 신고 감면제도`에 따르면 답함에 참여한 사업자 중 공정위가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가장 먼저 제공하고 자수하는 신고자는 시정조치와 과징금 전액을 면제 받는다. 두번째 자진 신고 업체는 30%의 과징금 경감 혜택을 받는다.
또 `담합 자진신고 추가감면제도`에 따라 부당행위를 이유로 조사를 받는 기업이 다른 불공정행위에 대해 최초로 신고하거나 증거를 제출할 경우 조사 받는 행위뿐만 아니라 신고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 감면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과징금 감면 정도는 새로 신고한 부당 행위의 관련 매출액이 조사 중인 행위의 매출액보다 4배 이상 많으면 완전 면제, 2배 4배일 경우는 50%, 1배 2배일때 30%, 1배보다 적으면 20% 상당을 감면해 준다.
공정위도 현행 신고자 감면제도가 담합을 주도한 기업과 이를 악용하는 업체를 제대로 제재 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설탕 담합을 발표하며 "자진신고제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이를 반영할 방침"이란 입장을 밝혔다.

지역 케이블방송까지 독점적 지위 이용

여기에다 최근에는 CJ 계열의 지역 케이블방송업체(유선방송사업자 SO)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피해를 준 혐의로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 29일 CJ케이블넷 3곳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케이블넷 가야 중부산 경남 방송 등 3곳은 드라마 채널 등 시청률이 높은 인기채널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본형 상품에서 제외하고 경제형(월 8000원)이나 고급형(1만5000원) 등 고가 상품에 편성해 시정조치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로 인해 기본형 상품의 시청점유율은 인기 채널이 빠지기 전보다 19.7~67%까지 감소해 기본형 상품 가입자들의 이익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들이 변경된 인기채널 시청을 위해 경제형이나 고급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50~150%의 수신료를 추가 부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CJ와 공정위의 `악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6월에는 임직원이 담합 조사 중인 공정위 조사관을 방해하고 주요 증거서류를 빼돌리다 들통나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또 2003년 8월에도 직원 2명이 공정위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발각돼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CJ의 주력사업인 미디어분야도 공정위의 단골 조사대상이다.
공정위 기록에 따르면 CJ홈쇼핑은 2002년 이후 부당광고와 기업결합제한규정,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위반 등의 사유로 8회나 제재를 받았다. 또 CJ미디어와 CJ엔터테인먼트 역시 기업결합 신고 규정과 광고표시법 위반 등의 전력이 있다.
극장계 1위 업체인 CJ CGV 역시 불공정한 거래로 군소 상영관과 국내 영화업체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혐의를 받아 공정위가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CJ가 공정위 심판정에 자주 올라오는 것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비재 기업이다 보니 소비자 보호 및 후생 증대가 주업무인 공정위에 걸리는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훈 기자 ksh1246@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