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맴 - 맴 -”
정겨운 소리다. 물론 한 여름에 듣는 매미 소리는 귀찮다. 그러나 올해 처음 듣게 되는 소리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귀를 따갑게 하는 소리이지만 여름이 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어 실감하게 된다. 까맣게 잊고 있던 소리를 새삼 다시 듣게 되니, 참 좋다.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하여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신문에 진객 두루미 100여 마리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훨훨 날고 있는 새들의 유아한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두 마리가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두루미들이 춤을 추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되니, 마음이 동하였다. 그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순창으로 향하였다. 전주에서 순창으로 가는 길은 우여 곡절이 많다. 좁은 2 차선이 있는가 하면, 4 차선으로 뻥 뚫려 있는 도로도 있다. 그러나 도로가 계속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끊어지고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달리지면서 사업 주체가 달라지는 까닭이다. 개선이 필요하다.

1 시간여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차창을 스치고 지나가는 풍광들에는 힘이 넘친다. 역시 여름은 열정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로 옆에 서 있는 가로수들의 모습 또한 팔 벌리고 환영하고 있었다. 분홍빛을 빛나고 있는 백일홍 꽃들의 열렬한 환영은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여름을 가슴에 담으면서 달리니 시원하다.

순창은 고추장을 비롯한 장류의 고장이다. 옛날부터 임금님에게 진상한 이름이 난 식품이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순창 고추장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다른 식품을 먹을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음식의 맛이 뛰어나다. 그래서 순창에 오면 음식의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백반을 시켰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이 차려져 나온다.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를 정도다. 음식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굴비를 비롯하여 소기기 돼지고기 등 그 이름을 모두 다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보기에 좋은 음식이 맛도 뛰어나다고 하였던가. 음식의 맛을 즐기면서 먹다보니, 과식을 하게 되었다.

포만감으로 경천으로 향하였다. 경천은 순창 읍을 흐르고 있는 시내의 이름이다. 두루미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가슴이 설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랐다. 경천의 풍광은 한가롭고 여유가 넘치고 있었지만 기대한 두루미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상하는 새들을 볼 수가 없어서.

서운한 마음을 알고 있는지 위로가 되어주는 새들이 있었다. 왜가라 서너마리가 한가롭게 여우를 만끽하고 있었다. 바위 위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올 정도다. 주변과 어우러져 멋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허전한 마음을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았다.

왜가리가 날아오르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새들의 우아하고 유연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를 돌아다본다.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하여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신문에 난 두루미의 비행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위안이 되었다. 새들이 그렇게 우아할 수가 없다.<春城. 정기상님은 전북 대덕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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