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시대 새로운 장례문화 '상조서비스' 피해 급증

`상조(相助)서비스`가 장례문화의 한 부분으로 우리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사망한 뒤 장례서비스를 받기 위해 상조회에 가입한 서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최근 2년간 한국소비자보호원(소보원)에 접수된 상담 건수만 1000여 건을 훌쩍 넘어섰을 정도이다.
상조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면서 가입업체의 도산과 폐업으로 서비스를 아예 받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4조원 시장 관련 법률·주무 부처 없어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고 있는 상조서비스는 `고객이 장례 서비스 상품을 선불식 할부 거래로 미리 사두는` 방식이다. 이는 일본식 `호조회`를 그 모델로 하고 있다. 미래에 있을 장례행사에 대비해 일정금액을 미리 정기적으로 납입해 놓으면 상조회사가 경황이 없을 가족들을 대신해 관, 수의 같은 장례용품에서부터 인력이나 차량까지 장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준다.
장례 절차 전반에 관한 예법 지도와 행사를 치르는 데 필요한 세세한 부분을 챙기는 것도 모두 다 상조회사의 몫이다. 계약금액은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20∼300만원 정도. 월 2∼10만원씩 60∼120개월 동안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 많다.
미리 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미래의 일에 대해 대비한다는 점에서 보험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 핵가족 시대를 맞아 장례 절차에 생소한 사람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상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새로 등록하는 상조업체 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지난 1982년 국내 최초의 상조 업체가 부산에 생겨난 이후 8년간 등록된 상조 업체는 6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음 5년간(1990∼1994년) 16곳, 그 다음 5년간(1995∼1999년) 20곳이 추가로 등록을 했다. 2000년대 들어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2000∼2003년에 31개 업체가, 2004년 이후에는 85개 업체가 추가로 생겨났다.
현재 등록된 업체만 158곳에 이른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허가를 받지 않은 무등록 업체까지 합하면 250개 업체, 가입한 회원 수는 250만명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국 회원을 200만명으로 보고 불입액을 월 3만원으로 계산하면 시장 규모만 7000억원에 달한다.
계약액 전체를 평가하면 적어도 4조원 시장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련 법률은 물론이고 주무 부처조차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상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 피해 사례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상조서비스와 관련해 지난 2006년까지 소보원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건수는 2004년 91건, 2005년 219건, 2006년 509건으로 해마다 두 배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소보원측은 "2007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1/4분기만 비교해 보더라도 2006년 동기간에 비해 42.6%가 증가한 184건이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피해자가 50대 이상의 노인층에 집중돼 있던 예년과 달리 최근에는 상조서비스 이용자가 젊은층까지 확대되며 30∼40대 피해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표준약관 사용 상조업체 이용해야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조 서비스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내렸다. 공정위는 가급적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상조 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공정위는 지난 28일 소비자 역시 상조 서비스 피해 예방을 위해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강조하고 그동안 상조 시장에 나타난 소비자피해 상담사례 유형과 계약체결 과정 등에서 소비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발표했다.
소비자가 상조회원으로 가입한 뒤 일정한 납입금을 불입한 상황에서 회원가입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일부 상조회사는 납입금 환급을 거절 혹은 지연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
A씨는 이모가 돌아가실 경우를 대비, 상조 회원에 가입하고 총 120만원을 납입했다. 이모가 천주교 신자여서 성당측이 이모의 장례를 치러줬고 A씨는 상조서비스를 이용치 않았다. A씨는 상조회사에 대하여 계약을 해지하고 납입금 환급을 요구했지만 상조회사는 납입금 환급을 거부했다.
B씨는 매월 4만원씩 60개월간 총 240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조상품에 가입했고 100만원의 납입금을 불입했다. B씨가 경제사정이 어려워 계약을 해지하려 했지만 상조회사는 위약금 76만6000원을 물리면서 23만4000원만 환급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그동안 납입한 금액중 환급되는 금액과 환급시기 및 위약금 액수에 대해 계약 체결시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부 상조회사의 경우 중도에 도산 혹은 폐업, 소비자들이 상조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C씨는 2001년 6월 월 3만원씩 60개월간 총 180만원을 납입해야 하는 상조상품에 가입하고 납입을 마쳤다. 최근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업체와 연락이 되지 않았고 나중에서야 상조업체가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부 업체는 회사가 망하더라도 상조 서비스 이행이 보장된다고 광고하지만 이행이 보장되는 서비스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또 업체들의 주장하는 납입금의 원금보존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다.
상조회사가 상조회원이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지역이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고 하면서 발뺌하는 경우도 있다.
D씨는 지난 96년 60개월간 총 120만원을 납입해야 하는 상조상품에 가입한 이후 납입을 완료했다. 2005년 부친이 사망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대신 서울에서 하는 자신의 결혼식에 상조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상조업체에 서비스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업체는 부산지역에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조 서비스는 특정 지역으로만 서비스 지역을 한정하는 사례가 많다. 역시 계약시 제공되는 대상지역이 어디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일부 상조회사는 상조서비스 이행과정에서 도우미서비스, 운구차량서비스 등 특정서비스의 경우 상조회원이 별도의 요금을 지급해야만 제공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E씨는 지난 2006년 회원으로 가입하고 240만원을 납부했다. 지난해 4월 부친이 사망했고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회사측은 도우미, 운구차량·버스운행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다며 58만원을 추가로 낼 것을 요구했다.
상조서비스 가입시 별도의 요금을 내도록 하는 계약 조항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가입하면서 모든 것을 다 해 줄 것이라고 믿지 말고 계약서 내용을 재차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상조상품이 마치 저축상품인 것처럼 속여 회원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며 "회사가 도산이나 폐업할 수 있으므로 회사가 튼튼한 지 여부를 따져보고 나중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급적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업체를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중요 사항 반드시 계약서 기재해야

이같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조서비스 피해 유형 및 피해 예방 요령`에 따르면 우선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추가 대금은 없는지 이용 가능한 지역이나 장례식장이 한정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하나하나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계약사항은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두상으로만 계약한 경우 추후 다툼의 원인이 되거나 해당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소비자가 상조서비스의 중도 해지를 원할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14일 이내에는 위약금 없이 계약을 취소 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을 때는 청약철회서를 작성해 14일 이내에 내용증명우편으로 상조업체 등에 발송하면 된다.
계약 14일이 지난 후에는 위약금을 물게 되는데 보통 상조서비스의 위약금은 양당사자간의 약정으로 정해지며 통상 약관에 명시돼 있다. 때문에 계약전 필히 약관을 요구해 위약금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외에 공연이나 행사 등을 통해 대규모로 회원을 모집하는 경우 역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범석 기자 steel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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