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운영으로 분당상호 이어 현대저축도 영업정지 조치

최근 저축은행의 연체율 급등과 불법대출로 인해 부실경영이 확산되면서 금융감독 당국과 저축은행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분당상호저축은행이 문을 닫은 데 이어 3월 24일 전북 소재 현대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지난 1년간 자산 1조원 미만의 중소형저축은행 네 곳이 잇따라 문을 닫은 것이다.
특히 향후 3~4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저축은행발(發) 금융위기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잇따른 영업정지, 부실한 대출 관리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영업정지를 받게 된 것은 부실한 대출 관리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24일 전북 부안에 있는 현대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와 함께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대저축은행은 이날부터 수신, 대출, 예금 지급 등의 업무가 모두 정지되며, 유상증자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달성하면 영업재개가 가능해진다. 예금보험공사는 현대저축은행 예금자에게 예금액 중 일부를 가지급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현대저축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의 급격한 부실화와 대주주가 특정 회사에 명의를 분산해 한도가 넘는 자금을 대출해준 게 화근이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중소기업이 부실화하면서 과도한 대출을 한 저축은행이 동시에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은 지난해 9월 4.21%에서 12월 말 마이너스 40.41%로 급격히 나빠졌으며, 순자산은 25억원에서 마이너스 255억원으로 급감했다.
분당저축은행도 중소기업 대출 관리가 허술해 부실채권이 급격히 늘어난 게 패인이다.
지난해말 기준 110여 개 저축은행 중 BIS가 5% 미만으로 시정조치를 받은 곳은 6곳이나 된다. 향후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저축은행이 3~4개는 더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 6개사는 분당저축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서울·경기 이외의 지역에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 적자로 전환한 저축은행이 7개사이며 이중 3개는 서울과 경기 이외 지역에서 영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경기 침체와 주택금융 리스크 관리` 보고서에서 "주택 미분양 사태와 원자재난이 지속될 경우 여신 축소와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수익 기반과 신용도가 낮은 지방 건설사와 제2 금융권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말 현재 저축은행의 개인 및 소상공인 대출규모는 13조1000억원 규모로 총대출의 30%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 중 저신용(7~10등급)자에 대한 대출이 60%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저축은행업계는 대출관리 시스템 개선을 통해 연체비율 낮추고 부실채권을 양성화해야만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지방 저축은행들 `삼중고` 시달려

특히 지방 저축은행들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경제 악화에 따른 기업대출 부실, 기존 대주주의 더딘 구조조정에 따른 저축은행 인수합병(M&A)시장 미성숙, 가계 부실에 따른 신용대출 부실 등에 고전하고 있다.
올해 분당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이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대운(목포), 홍익(광양), 경북(포항) 저축은행 등 영업정지된 곳은 모두 지방사들이다.
실제 지방 저축은행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방 부도업체 수가 지난해 4 4분기(10 12월)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7년 4 4분기 지방의 부도업체 수는 전분기(222개) 대비 22.9%나 증가한 273개로 지난 2005년 4 4분기(332개)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지방 저축은행의 기업여신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지방 2금융권 관계자도 "제조 및 서비스 전분야에 걸친 위기로 지방 중소기업 중 대출해 줄 곳을 찾기 힘들다"며 "수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상적 여신보다 비정상적 여신을 늘리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또한 경기 침체로 가계 대출도 1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자 `신용대출 위기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방 저축은행들의 신용대출도 대출 순증이 감소되며 전체 연체율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말 예금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잔액이 1년 만에 줄었다. 소비자심리지수(CSI)도 84로 전분기보다 6포인트 하락하는 등 소비심리도 얼어붙어 지방 저축은행 대출도 순증 속도가 급격히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늘어난 연체를 감추기 위해 대출을 급격히 늘려 연체율이 작아 보이는 눈속임이 많았다"며 "대형사도 최근 늘어나는 연체율로 신용대출 회수팀을 대폭 확대하는 등 여신관리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지방저축은행은 상환력이 미약한 대학생이나 학원교사, 개인사업자 등을 상대로 신용대출을 운영해온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M&A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것도 지방 저축은행의 부실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저축은행이 자체적인 M&A가 활성화가 된다면 영업정지되는 저축은행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 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들이 M&A에도 터무니없이 높은 경영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가운데 서울권은 1000억원에 육박하고 지방도 300억원대에 달하는 추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은행 등이 인수자로 부상함에 따라 지방 저축은행들이 높은 기대심리로 M&A가격을 부풀리고 있다"며 "타 업종의 M&A 참여와 지나친 인수가 올리기로 지방저축은행 부실화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침체 장기화, PF 대출 연체 증가도 원인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저축은행 부실화를 부추기고 있다.
PF는 그동안 대형 저축은행들이 `짭짤한` 수익을 보며 그 비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연체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은 12.4%로 크게 증가한 상황이며, 여기에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해 온 PF 자율워크아웃에 포함된 부실채권을 포함하면 PF대출 연체율은 18.18%로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선 상태다.
현재 PF 자율워크아웃 사업장은 모두 22개로 대출액은 총 7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는 "PF대출 부실이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재무구조는 안정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급증했던 PF대출의 상당수가 올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며 "저축은행들이 자체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건전성 따져보고 정기예금 상품 가입해야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에게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따져보고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우량 저축은행을 고르기만 하면 시중은행보다 연 1~2% 포인트 더 높은 고정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량 저축은행을 가르는 첫 번째 포인트는 속칭 `8.8클럽(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 BIS 비율 8% 이상)`에 속한 저축은행을 찾는 것이다.
BIS 비율은 자본 중 자기 돈이 얼마나 되느냐를 나타내는 비율로,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험상황에서 우수한 안정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전체 대출해 준 돈 가운데 연체기간이 6개월을 넘긴 대출액의 비율로 해당 저축은행의 부실화 정도를 살필 수 있다.
이밖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저축은행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정기예금 금리를 제공할 경우 이런 조건들을 더욱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해당 저축은행의 영업점이나 홈페이지,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www.fsb.or.kr)에 가면 개별 저축은행의 경영 상황이 공시돼 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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