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제중학교 설립 논란

국제중학교 설립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9일 광진구와 강북구 2곳에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한 국제중학교 학생선발방식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립배경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교육비 폭등, 중학교 입시부활 등을 위시해 공교육 황폐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각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제중 설립 얘기가 나오면서 벌써부터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교육 파행의 지름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정택 교육감
 
교육청, "국제중, 영어로 선발 않는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국제중 신입생 선발 방식 등을 포함한 `특성화중학교 지정 계획`을 통해 서울 광진구 중곡동 대원중학교와 강북구 미아5동 영훈중학교를 내년 3월부터 각각 대원국제중, 영훈국제중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신입생 선발은 서울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 학교장 추천과 학생부 중심으로 모집정원(160명)의 5배수인 800명을 뽑는다. 학생부는 출결, 교과학습, 창의적 재량활동, 특별활동 상황 및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이 고려된다. 필기시험, 토익 등 영어인증시험, 사설 경시대회 수상실적은 전형요소에서 배제하는 대신 교내 영어, 방과후 학교 참여실적과 장관, 교육감 주관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은 반영된다.
이후 2단계 개별면접ㆍ집단토론을 통해 학생의 개방적 태도, 협동심 등 인성 발달 상황과 창의력,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 수학능력을 평가해 3배수인 480명을 가린 뒤 3단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수업료는 외국어고등학교 수준인 학생 1인당 연간 48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계획이며 모집정원중 30∼40명은 외국어능력우수자, 7.5%인 12명을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선발해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국어, 국사 등 일부 교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수업을 실시하는 국제중 추진 취지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은 ▲ 국제화 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 육성하고 ▲ 조기 유학 욕구를 수용하며 ▲ 서울 학생의 지방 국제중학교 진학에 따른 학부모들의 부담 해소 차원에서 국제중학교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09년 3월 영훈중과 대원중 등 2곳을 국제중으로 전환하는 계획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에 협의를 요청하고 영어비중이 높지 않은 학생 선발 방안을 대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이종곤 중등교육정책과장은 "처음부터 몰입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말과 영어를 모두 사용해 수업하는 이중 언어 수업을 할 예정이며 조기 유학생들이나 특별 전형 학생들과의 수준별 수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과장은 또 "영어로 선발을 하는 것도, 처음부터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제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 시장을 활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국제중학교가 정착할 때까지 학교와 학원들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엄격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중 설립시 중학교 입시가 되살아나 초등교육이 파행을 보이고 사교육비도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아 사실상 설립 권한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교과부는 국제중 설립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반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삼가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국제중 설립과 관련한 협의 요청 공문을 최근 받았다"며 "개교 시기, 학생 선발 방법 등에 대해 서울시교육청과 실무협의를 거친 뒤 9월 말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교육정책, 고속 역주행 

여타 시민사회 단체들은 서울시교육청의 `글로벌 시대에 맞춰 경쟁하자`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영어교육의 중요성`에도 서울시교육청과 뜻을 함께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영어를 잘해야한다는 기존의 폐해를 극복하고 앞으로 국제중에서 글로벌 인재를 키워낼 것`이라는 취지로 여겨지기도 한다. 게다가 교육청의 논리는 국제중은 `선택의 문제지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로도 들린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이 추구하는 교육의 과정과 방식이 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하는 국제중 지향점과는 동떨어진 얘기라는 지적이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중 설립에 집착했던 공정택 후보가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더 가속화 됐다.
전교조 등 일부 교원단체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올바른 영어교육을 위해서라도 국제중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수업료가 연간 480만원 정도인 국제중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추진 단계부터 이미 `귀족학교`라는 것과 이미 학원가에는 `국제중 대비반`을 개설ㆍ확대하면서 국제중 설립에 발빠르게 대비하는 등 중학교 입시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교조 현인철 대변인은 "국제중 설립 얘기가 나오면서 벌써부터 사교육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며 "국제중이 특권층 아이들을 위한 특목고 입시 명문의 `귀족중학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교조는 "국제중에 입학하게 되면 수업료를 제외하고 학생 1인당 투자비용이 1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온 안건에 따르면 장학금제도도 없는 상황이다.
현 대변인은 "학생부를 중심으로 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입학생 선발 방침은 사교육 열풍을 조장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술수에 불과하다"며 "결국 영어몰입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조기유학과 고액과외 등은 더욱 확대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기유학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입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 대변인은 "일부 조기유학 수요 때문에 전체 초등학교 교육을 망칠 작정이냐"며 "이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촌지 부활도 빼놓을 수 없다. 학교장 추천과 서술형 표기 중심의 학생생활기록부에 따른 입시전형이 말해주듯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다시 촌지가 부활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교육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다.   
현 대변인은 "앞으로 교과부의 결정을 예의주시한 뒤 국민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설립을 승인한다면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저지하겠다"며 사실상 설립 권한이 있는 교과부가 설립 승인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앞서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고교서열화 반대를 위한 서울시민추진본부`도 "일부 사학에 특혜를 주는 방법으로 추진되는 국제중이 서울에 설립되는 것은 전국에 수많은 특목중 설립을 예고한다"며 "초등학생은 물론 유치원생까지 사교육에 매달리는 입시지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도 19일 논평을 내고 서울시 교육청의 국제중학교 설립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민노당은 "국제중학교가 설립될 경우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초등교육이 황폐화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간 480여만원에 달하는 수업료는 학부모의 부담 해소라는 시 교육청의 당초 목표와 정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설립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가뜩이나 사교육비 문제, 청소년 자살 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 상황에서 설립 목적이 불분명한 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국제중 문제까지 부각돼 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의 `위기` 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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