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사람들을 찾아서> 사당동 남성시장

태평백화점과 재래시장이 공존하는 이수역(총신대 입구역) 상권은 탄탄한 주거지역과 업무시설에 따른 오전부터 밤시간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지는 상권이다. 서울 남부권의 중심격인 동작구 이수역은 환승역 상권으로 4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고 있으며 인근의 사당역이 과천과 수원, 신림동 방향의 유동인구에 의해 형성된 상권이다. 그 덕에 이수역 인근의 남성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남성시장 주변은 주로 30대∼60대 여성들의 이용이 많고 주변에 거주하는 여성층이 낮 시간 이용고객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부들과 지역 학생들, 이 지역을 찾는 유동고객과 함께 대로변에 즐비한 노점상부터 백화점과 남성시장 주변까지 활기찬 모습으로 왕성한 소비가 이루어진다.

여느 시장과 달리 소비자들로 붐비는 남성 시장. 그러나 상인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별 볼일 없는 것 같은데… 물론 세일 전보다는 좀 낫지 않겠나. 그때보다 낫겠지. 세일행사를 해야 사람들이 나오게 되니깐. 근데 사람들은 대부분 세일 품목만 사가. 그러니깐 세일해도 별 볼일 없어. 세일 안 하는 날에는 사람들이 확 줄어드니깐."

때마침 `홍옥` 철이라 반짝반짝 거리는 홍옥 앞에 선 손님들이 많다. 홍옥을 선전하기 위해 1000원에 2개, 세일가로 판매하고 있는 과일가게 주인 얘기다.    


 
"그래도 세일 할 때 온 분들이 홍보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데 그야 모르지. 차츰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근거로 건물주만 임대료 더 올리고. 그 양반이 제일 좋을 것 같아. 가게 세 올릴 수 있으니깐. 장사가 잘 된다고 하면서…." 

같이 장사를 하는 부인은 손님들 설득에 바쁘다.
"우리는 싸게 팔아요. 싱싱한 거 팔고 그것으로 승부하는 거죠. 마트에 가보니깐 거기는 여기보다 훨씬 비싸요."

부인 얘기론 실제 상황이 그렇단다.
"저녁에 일 끝나면 8시니깐 그때 마트 문 닫기 전에 가봤지. 비교해보니 물건 안 좋고 비싸고. 과일도 그렇고, 좀 재고품 같아 보이더만. 장기간으로 가면 우리가 이기지 않을까. 소비자가 여기 물건이 좋다는 것을 알아주면 우리가 이기는 것이지." 

 

인근의 닭집 주인도 품질로만 따지면 백화점을 이길 수 있다고 자부한다.
"여름에 삼계탕을 많이 먹으니깐 여름에 잘 나가고 겨울은 안된다? 예전 `조류독감` 때 처음엔 타격이 컸는데 죽은 사람도 없었고 그리 여파가 심하지 않더라고. 여기 물건이 싱싱하고 싸다는 걸 소비자가 알아. 의정부에서도 사러 오고 그러는데…. 세일은 마진을 안 보고 하는 거야."

주인은 차라리 닭 한 마리를 더 얹어주는 것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가령 사과 3개가 2000원 한다. 그럼 4개 주고 뭐 그런 거지. 큰 닭이야 그런 식으로 장사하면 망하지만 주먹만한 영계들은 한 마리씩 더 얹어주고 그래. 물론 그게 이익으로 돌아오는지 어떤지는 때에 따라 다른 거 같아. 그런데 마트나 백화점과 붙더라도 승산이 있어. 백화점은 덤으로 잘 안주거든. 난 닭장사만 30년 했어. 자신이 있어. 사람들 공산품은 마트가서 사지만, 채소나 이런 농산품 같은건 다 여기 와서 사가. 공산품은 어쩔 수가 없겠지."

주인은 재래시장 중에도 장사가 잘 안되는 시장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잘 되나… 그 시장 상인들 간에 `상우회`가 있잖아. 거기서 회장, 총무 다 뽑고 회의해서 의논하고 서로 안 되는 점은 고치고 해야지. 근데 이걸 알아야 해. 여기가 원래 그리 안되는 곳은 아니었어. 이곳은 원래부터 잘 됐어. 요즘 재래시장들, 죽다가 살아나고 또 죽다가 살아나는 식의 반복이 계속되지만, 여기는 다시 살아난 곳이 아니란 뜻이지. 여기는 안되는 데가 아니야. 태평백화점 생길 당시는 매출이 잠시 줄었지만 원래 처음 생길 때는 사람들이 거기로 많이 갈 수도 있는 거야. 뭐든지 그렇잖아. 새로 생기면 몰리잖아. 하지만 결국엔 다 돌아와."



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상인들은 일제히 `오늘만 세일`이라는 식의 광고성 멘트를 많이 날린다. 정말 오늘만 세일일까. 아니면 관용적으로 쓰는 말일까. 큰 그물로 게떼를 낚는 어류 가게 아주머니는 `오늘만 20마리 만원`이라며 얼굴에 소형 마이크를 차고 "몇 시간 남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대게는 그렇게 못팔지. 피라미 같은 애들은 이렇게 팔아야 빨리 나가. 뭐 팔아봐야 남는 것도 얼마 없지만, 그렇다고 몇 놈씩 계산해서 팔 수도 없는 거 아니겠어."
`20마리 만원이면 나같아도 사가겠다`며 나름대로 손님을 끄는 자신의 `입질`에 흡족해 하는 아주머니다.

"근처 식당에서도 많이들 찾아. 식당 주인들은 안면이 있어서 한 두 놈 더 얹어주지. 솔직히 식당주인들은 횡재하는 거지. 탕에 한 두 마리 딱 띄우고 식당에 해장하러 온 손님들한테 만원 2만원씩 팔아먹으니 말이지."



정말 오늘만 이렇게 파느냐는 질문에 아주머니는 움찔하는 기색이더니 "만약 오늘 다 안팔리면 내일도 이어가야지"라며 다소 둘러대는 듯한 인상이다. 팔려나가는 속도로 봐서는 아무래도 다음날까지 팔아야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사가는 손님이 적다기보다는 게의 양이 너무 많다.

이에 비해 목 빠져라 손님만 기다리는 가게도 있다. 양념장에 담긴 닭이나 돼지고기, 쇠고기 등은 조용하게 손님만 기다리고 있다. 시식코너도 마련해서 맛을 보게 해두었지만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엔 역부족이다. 상인은 원산지 표기에서부터 섭섭한 기색이다.



"미국산 양념 소갈비, 저건 아무도 안사가요. 광우병이 과장되게 보도됐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 심리는 그렇지 않죠. 괜히 멀쩡한 호주산과 국산만 피해보고 있죠. 저것도 미국산인지 아닌지 어떻게 믿겠느냐라는 거죠."

하물며 시식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여기 주인의 하소연이다.
"고기 저거 두 시간 전에 볶아놓은 거에요. 주변에 상가들을 보면 다들 손님들로 바글바글 거리는데 이 곳만 고립된 거 같네요. 장사를 접던지 원…. 그나저나 좀 드시고 가셔. 안사가도 되니."

고기가 있으면 뒤따라오는 것도 여러 가지 있다. 버섯도 그중에 하나. 고기를 사면 자연스레 버섯은 장바구니에 빨려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고기 가게에 손님이 없으니 버섯가게도 암담해 보인다. 수개월 제 손님을 못만난 탓인지 왠지 푸석푸석해 보이는 버섯들이다.

"왜요? 이것이 얼마나 싱싱한 것들인데. 버섯이 고급이고 비싸서 잘 안사가는 거지, 필요로 하는 손님들은 자주 와요. 한번 집으면 몇 움큼씩 싸가죠. 뭐 옆집에 고기 안사가는 손님들 때문에, 기존에 딸려가던 버섯매출이 준건 사실이지만서도 그것이 장사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아요."

비싼 약재처럼 보이기도 하는 버섯. 주인은 버섯의 그 값어치 때문에 당장 손님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주변 상가들이 늘 붐비는 시장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절박해 보이는 버섯가게나 고기가게 등은 매출액이 줄더라도 조급하게 여기지는 않아 보인다. 유동인구가 많아 언제나 매출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여기 남성시장이기에 말이다.

남성시장에는 정문 간판이 없다. 간판이 없는 남성시장이지만 간판을 내걸지 않더라도 그만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 아닐까.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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