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사람들을 찾아서> 경동 청과물시장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점포세도 못내 아예 문을 닫거나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른다.

전국에서 가장 크다는 경동 시장. 천하의 경동 시장도 불경기 앞에서는 울상이다. 경동시장내 `청과물 시장`에서는 맛깔 나는 풍성한 과일들은 안중에 없고 부동산 문제 등 악재에 신음하는 소리들만 줄을 이었다.  



"우리가 여기 4년 장사했는데 처음에 75만원이었어. 그런데 2년만에 95만원, 또 2년만에 105만원이야. 그것도 115만원으로 하려고 했는데 상인들이 하도 뭐라고 하니깐 105만원이야. 2년 간격으로 어떻게 20%씩이나 올려? 어떻게. 그게 정상적으로 올리는 게 아니거든. 민주노동당에서도 자기네를 찍으면 이거 해결 해주겠다고 플래카드 들고 다니고 그랬는데…."

`홍옥`을 손보고 있는 한 상인의 얘기다. 점포세에 대한 불만은 계속된다. 

"다른 곳을 다녀 봐도 상인들 위해주는 척하면서 임대료 올리는 게 가장 큰 문제야. 그렇다면 언론에서도 `재래시장 살리기` 차원에서 그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그냥 다른 주변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지, 이해가 안 되거든. 사실 번영회 사무실 내, 간부급에서도 이런 건물세 깎는 거, 그런 건 못하고, 정부에서 하는 일만 쫓아가요. 하지만 그렇게 (정부가) 돈 쏟아 부어봐라, 우리는 여기서 먹고 살기 위해서 건물주에게 맞춰야 해. 세는 내려주지도 않는데, 어떻게 재래시장 서비스 개선이 되겠어. 20% 올리면 우리가 가져가는 마진 차이는 참으로 큰거거든." 



이런 불만이 터지자 나오자 인근 가게 상인도 할 말이 있다는 듯 불만을 이어갔다.

"나도 시장 임원이지만… 참 이런 말 하면 쪽팔리지만 정부에서 주는 돈 안 받아먹으면 바보인 거야. 지금 정부에서 지원 해주는 게 있거든 우리가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령 카트도 갖고 오고 지붕도 필요하고, `이런 거 사서 해야겠습니다. 돈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안건을 상정해서 올리면 정부측에서도 타당성 검사를 해보겠지. 그런 거 하려면 지금 교육을 받아야 해. 우리끼리 임원회의 할 때마다 어떤 걸 해야 하는가?라고 맨 날 얘기하고 그러지. 똥 싸고 휴지 줄 수는 없으니깐 카트 필요하고 마티스 해서 운반하는 사람 필요하다 하면 일거리 창출도 되니깐 정부측에서도 승인하겠지."



과일의 경우 제품의 모양새도 깔끔할 뿐더러 들고 다니기도 편해 쿠폰 등으로 구색 맞추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백화점도 아닌 시장에서 쿠폰제가 활성화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잖아 있다.  

"그전에는 만약 20만원이 필요하다, 그럼 상인 20명에게 만원씩 각출했는데 처음에는 반항심이 많았어. 니 멋대로 돈만 걷으려 한다고. 다들 보면 오래 장사한 분들이잖아. 그래서 통제가 힘들어. 지금은 설득시키고 많이 따라오지만, 그리고 `쿠폰 사업`도 120원을 100원에 사다가 우리끼리 아이디어를 만들고 회의해서 만든 건데…. 보면 쿠폰 사업이 벌써 1년 됐는데도 (고객들 중에)모르는 분이 있어. 그런데 지금 그 쿠폰제, 하지 않는 시장들이 없거든. 그게 (재래시장) 회장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돌아와서는 `어디서 뭐뭐 하는 데 그거 좋다더라` 하니깐 퍼지는 거지."      



가게를 제법 깔끔하게 갖추고 있는 아주머니의 얘기다. 이 가게의 단골 손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도 이와 관련해 받아친다. 

"재래시장 상인들 연령층이 그런 걸 볼 때는 주먹구구식으로 장사하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어. 물론 그런 교육을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건 아니라고 봐. 재래시장은 일단 대형할인매장에 비해 시설 면에서 떨어져. 대형 유통은 원스톱으로 한자리에서 쇼핑이 되잖아. 카드 결제도 되고. 그런데 여기는 각 코너 코너마다 카드가 되는 집도 있고,  없는 집도 있고 대형마트처럼 한꺼번에 하는 그런 시스템 구축이 없어.  해 주려면 그런 시스템을 도와줘야 하는데… 그런데 난 그쪽 전문가가 아니니깐 말하기가 참 애매해. 하여간 먹는 거니깐 깨끗하게 해야지. 아무리 재래시장이라고 해도 엉켜있는 것보다 진열해야 사람보기에도 깔끔하고 위생적이잖아. 지금은 60년대 그 구질구질 스타일로 가면 안 되잖아. 21세기가 됐는데 본질은 벗어나지 않으면서 환경은 그 시대에 맞춰야가지."
 
시장 상인들은 지금 현실이 이 지경이 된 경위가 근본적으로 정부의 수동적 입장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말하는 개혁이란 단어에는 절실한 의미가 없고 정치할 때 운영해나가면서 일시적, 순간적인 어떤 `홍보`의 수단처럼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절절한 그런 게 담겨있지 않아." 
상인들의 심정은 이 한 마디로 요약된다.

과일이 진열된 시장의 한 모퉁이에는 떡집이 홍일점처럼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주변에 라이벌이 없는 떡집 주인이라 그런지 그나마 조건이 여유로운 편이다.  

"손님이 나중에 시장에 왔다가 `아저씨 맛있었다. 다음에도 꼭 먹겠다`라고 말해. 그런 게 달라. 사람이 하는 일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거든. 항상 맛있을 수만은 없어. 실수해서 떡이 영 아닌 경우도 있어. 그럼 먹고 나서 그런 실수에 대해서  `항상 맛있었는데 이번에는 별로였다` 하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강남은 그런 경우에 소송을 걸어. 손해배상을 청구해. 그러니 떡값이 비싼 이유지. 환불 100%해주니깐. 그런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강남은 비싼 걸로 손님의 기를 눌러버려."



떡집 주인은 강남과 강북을 비교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백화점 옷들이 비싼 것도 마찬가지고. 저번에 그쪽에 갔었는데 반찬가게에서 조그만 반찬 팩이 4000원인데, 나보고 사가래. 그래서 `비싸서 못 사요` 그랬더니 피식 웃더라고. 내 생각에도 그 동네에서 그거 `비싸서 못 먹겠다`라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거란 생각은 들더라고. 이런 시장에 삐까삐까한 옷 입고 와서 깎으려고 하면 `옷값도 못하면서 왜 저리 목숨 거냐고?`고 오히려 핀잔 받아. 근데 강남에 가면 깎는 소리 하면 월세 사는 거 들통 날 것 같고. 오히려 챙피한 것 같고. 그런데 사람들은 `시장은 무조건 마트보다 싸야 한다`, `싼 게 많을 거다`, `무조건 깎아야 한다` 이런 게 있어."

그러나 떡집 주인에게도 한가지 고민이 있다. 최근 부쩍 오른 가스비 때문이다.
"여기서는 비싼 걸 당연시 하지 않아. 사실 손님은 그대로 가는데 상인들만 바뀌는 건 한계가 있어. 시장 주차장에 차 끌고 오시는 분들, 보면 대부분 싼 걸 찾아 오시는 분들이야. 그런데 싸게 팔면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은 원자재 값을 줄이는 건데. 싼 가격으로 사서 싸게 파는 거 말이야. 근데 우리는 지금 도시가스도 아니고, LPG도 아니고 석유로 기계를 돌려. `석유` 값이 장난 아냐. 그러니 얼마나 힘든 상황이겠어."

떡집 주인은 자기 나름대로 재래시장의 본질에 대해 파헤치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금 정부가 대형마트들을 허가해주는 상황에서 이런 교육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까. 지금 여기 상인들 중에는 오랫동안 하신 분들 중에는 돈에 구애 받지 않는 사람 많아. 이미 자식들을 다 키웠기 때문에 지금 생활비만 벌고 경기가 어렵고 장사가 안 되면 그만이다, 하는 사람들 많아. 하지만 난 젊기 때문에 `좋은 방향이 없나` 하고 한번 쯤 언질 주면 따라해 보는 거지. 가령 시장 로고가 그려진 봉투를 손님들에게 주면 그런 거 하나부터 하면 시장 홍보도 되잖아."

타성에 젖지 않는 것. 뭔가 시도하려 하는 것. 누군가 무엇을 제시해서 타당성이 있으면 따라 가보기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집 주인의 결론이다. 현재 많은 재래시장이 신음하고 있다. 주거 문제, 원자재 가격 등의 만만치 않은 부담들에 허덕이고 있다. 상인들도 이제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며 기대하기 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살길을 모색할 필요성을 절감할 시기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