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총파업 돌입 전국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안 처리 움직임에 반발, 지난 26일 오전 6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관련법안과 관련, 한나라당은 지난달 3일 방송법 개정안을 포함해 신문법, 정보보호법, 언론중재법, IPTV법, 전파법, 지상파TV디지털전환특별법 등 미디어 관련 7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신문법은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한 조항을 삭제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나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같은 신문사도 지상파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뉴스통신 포함)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지분의 20%,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전문 채널은 지분의 49%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민주당과 진보성향 언론관련 단체 대표들은 현 정권이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안 등을 `언론 장악 7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처리를 막아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당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들도 언론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들 법안을 확실히 저지하겠다"고 얘기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계속 언론을 무시하고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 한다면 두번째 촛불이 점화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데 이어 노조 차원에서 전면 행동에 돌입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언론은 민주주의의 생명줄이기 때문에 언론이 망가지면 국회도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언론관련 단체들이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법 개정으로 대기업과 신문사가 방송사까지 갖게 되면 방송사들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거대 신문이 여론을 장악하게 될 것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다공영(KBS·MBC)-다민영(SBS·지역민방) 체제가 1공영-다민영으로 재편되면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방송이 더욱 상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언론노조 총파업에 MBC와 SBS, EBS 노조가 동참하면서 방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메인인 9시 `뉴스데스크`도 조합원인 박혜진 앵커가 빠지고 신경민 앵커가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뉴스프로그램 외에도 MBC간판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SBS는 파업에 처음 참여하는 만큼 최소한의 직원은 프로그램 제작에 남겨두기로 했다. 따라서 방송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진행자들이 검은색 상복을 입은 채 파업 의지를 전하기로 했다.

EBS, CBS 등도 방송에 차질을 빚지 않는 선에서 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KBS도 당장 파업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노조에 기존 사원행동 소속 인사들이 합류하면서 파업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 일부 신문사와 YTN노조도 한나라당 언론 법안 반대 기사를 쓰는 등 동참 투쟁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파행이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녹화분이 소진되고 대체 인력의 한계가 올 경우 재방송이나 영화 편성 등 방송의 전면 재편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발의한 7대 언론 관계법을 저지하기 위해 새해 1월 9일까지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총파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이 악법만은 반드시 막겠다`며 거리로 나온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과 언론 종사자들의 파업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위클리서울>은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 26일 새벽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어떤 단체들이 참가해 있는가.
▲ 지상파 방송사들 노조, 일간 신문, 주간 신문, YTN과 같은 케이블 방송 중에서 보도 채널, 스카이라이프, 출판·인쇄 관련, 언론 주관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상파인 MBC, EBS 등이 주축이고 출판·인쇄 등은 지원 보조를 맡고 있다.

- 총파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 관련법은 재벌 기업과 조중동에게 방송을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법이 발의가 되면 자본과 권력으로 전체 언론이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그 내용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언론사 내부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이 중차대한 사태를 일반 국민들에게 보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 총파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 파업이라고 해서 방송을 멈추고 신문 배포를 중단하는 게 주목적이 될 수는 없다. 다만 한쪽에서는 파업을 할 수 있도록 일부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보도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언론 관련 악법 결과를 알리기 위해 보도를 늘리는 쪽으로 노력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9시 뉴스에도 보도 될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조금씩 보도되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 현재 국회 상정중인 언론 관련법 개정안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지적한다면.
▲ 정부여당이 이 법을 추진하면서 주장하는 논리가 `미디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방송의 좌편향을 막기 위해` 라는 3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우선 미디어는 산업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이미 열려 있다.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이 법을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 말이 안된다. 오로지 재벌과 조중동을 방송 뉴스에 진출시키겠다는 것. 정부여당은 자신들과 정치적 입장이 동일한 재벌 기업과 조중동에 방송 영향력을 주겠다는 논리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한나라당은 산업적 논리를 들면서 왜 돈 안 되는 방송 뉴스를 차지하려고 하는지 부터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이 좌편향 됐다고 하는데, 사실 과거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다가 어느 정도 공정한 보도가 이루어진지가 실제로 얼마 되지 않는다. 87년 민주화 대투쟁 이후 방송독립, 신문의 공정성 확보가 계속돼왔고, 방송이 정치권으로 독립적으로 된 게 불과 10여 년 밖에 안됐다.
아직도 가운데로 오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되돌리려 한다. 아직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신들이 오른쪽에 서 있다고 해서 왼쪽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좌파로 주장하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주장하는데, 미국이나 영국이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엄격하다. 미국은 동일 지역내에서 신문과 방송을 겸영 할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도 기존 미디어 재벌들의 행태와 방향에 대해 지양성을 강화할 추세다. 영국도 시장 점유율에 따라 규제하고 있다. 오히려 여론이 편중되고 독점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 그 반성을 통해 지양하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유독 이명박 정부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여당의 다수석이라는 수적 우위를 두고 밀어붙일 태세다. 언론관련법안에서는 다수라고 해서 아무렇게 수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방송은 정권의 향방이 달렸기에 이런 부분을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고 해서 졸속으로 처리할 수 없고,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관련법을 서로 고치려 할 것이다. 아주 언론을 난도질하는 행태로 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당의 일방적 추진 즉각 중지를 요구하고, 충분한 사회적인 협의를 거칠 것을 바란다. 

 

- 조중동과 재벌기업들의 방송 겸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정부여당은 방송이 숫자가 적기 때문에 조중동과 재벌 기업들이 들어가면 다양해지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미 신문시장 구독률 80%를 독점하고 있다. 이들이 방송 뉴스까지 하게 된다면 여론의 독점 현상은 훨씬 강화 될 수밖에 없다.
KBS가 실제 정부여당에 종속돼 있고 제대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정부 정책에 동일한 입장인 조중동 세력들이 방송을 하게 되면 방송사 숫자는 늘어나지만 결과적으로 언론의 다양성은 오히려 훼손되고 보수 세력들과 재벌들의 주장만 들릴 것이라고 본다.
또 다른 문제는 방송 산업 재원의 90%가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재벌 방송과 조중동 방송을 허용했을 경우 극심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본력이 우세한 재벌 방송만 살아남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방송에서는 일방향 목소리만 들릴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이 개정안은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방송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기존의 방송사들을 위축시키고 고사시켜 나아가 자신들의 입장을 조중동과 재벌 방송에 의해 포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만약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지난번 한·미FTA처럼 중간에 날치기 할 수도 있다. 박희태 대표나 홍준표 원내대표도 다음주 초에 100여 개의 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은연중에 흘리고 있다.
일차적으로 막는 게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치기 통과시킨다면 수적 다수를 빙자한 쿠데타로 규정하고 시민들과 합세해 직접적으로 거리에서 2라운드에 들어갈 것이다. 정권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 YTN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 정부여당은 귀를 막고 일방적 입장만 취한다. 구본홍 사장이 오고 그에 따라 돌발영상 폐지 등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구본홍 사장이 낙하산이라는 점과 이는 방송장악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인데 YTN 노조의 입장을 전혀 들으려하지 않는다.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 KBS도 이병순 사장 임명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이후 우려했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는가.
▲ 이미 보도 프로그램이나 KBS 스페셜과 같은 시사 관련 프로그램 인력들을 지방으로 전출시켰다. 정치권 문제나 자본에 대한 문제와 관련한 프로그램들을 없애버리기도 했다. 보도내용도 생활 정보를 강화하는 한편 정치관련 보도나 여러 가지 시사관련 보도들은 비판 의식이 무뎌지고 있다. 한마디로 제대로 기사 못 내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될 것이다.     



- 이명박 출범 1년이 다가온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관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 설문조사에서도 이미 반영되었듯 지난 정권에 비해 언론 자유가 위축됐다고 한다. 일반 시민들 3분의 2이상이 위축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자본에 대한 비판이 위축돼 있고, 지금처럼 악법들이 통과된다고 가정하면 이는 더 심해질 것이다. 결국보수 세력들이 방송뉴스까지 맡게 되면 당연히 자신들에 대한 견제나 비판과는 동떨어진 부분을 보도할 것이다.

- 현 정부가 공안분위기를 조성하는 부분도 그러하거니와 많은 사안에 대해 절차를 무시하는 성향도 짙다. 해직교사 문제, 국가보안법 문제 등으로 미루어보아 현 정부의 정치적 의식이 군부독재시절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어떻게 평가하고 대안은 무엇이라 보는가.
▲ 과거 독재정권들을 살펴보면 언론에 대한 장악 이후 반드시 공안분위기를 조성한다. 현재 만약 이런 법이 통과된다면 현 정부의 폭압에 따라 과거와 마찬가지로 인권이나 노동자 문제 등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독재정권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타깝게도 그것을 저지하기에는 야당도 수가 너무 적다. 시민 사회 단체도 1년 동안 온갖 탄압으로 위축돼 있기에, 대안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마인드로 봐서는 이를테면 제 2의 광주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우리가 이 사안을 두고 파업을 통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과거 광주항쟁에서 봤듯이 언론이 제 목소리를 내면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공권력과 충돌하는 그러한 희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악법을 막는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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