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동해안으로 떠난 2박3일간의 수학여행기-1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학여행 날짜가 다가왔다. 이번에 우린 수학여행만 가고 수련회는 따로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중학교 생활의 마지막 수학여행이 되는 셈. 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 네 명과 함께 여행 마지막 밤에 펼쳐지는 장기자랑에서 정말 멋진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몇 주전부터 열심히 춤 공연 준비를 했다. 친구들과 무대에서 함께 입을 의상 준비를 위해 동대문에도 갔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드디어 당일, 설레는 맘으로 대형 카트백을 끌고 시간에 맞춰 학교로 출발했다. 학교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출발하는 시간은 아침 8시. 우리가 학교에 모이는 시간은 7시 20분이라고 했다. 2박 3일 수학여행 가면서 무슨 이렇게 큰가방을 가지고 가느냐, 마치 이사를 가는 사람 같다는 아빠의 빈정거림은 하지만, 학교 가는 길 마주친 다른 아이들의 초대형 가방을 본 아빠의 "이사 가는 애들 많네…"라는 말과 함께 쑤욱 들어가고 말았다. 

어쨌든 아빠가 학교 입구까지 바래다 준 덕분에 힘들지 않게 운동장에 도착해 친구들과 만났다.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데 모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왔고 우릴 기다리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내 짝은 이가영.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절친이다.
뒷좌석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드디어 출발. 수학여행은 수학여행인 모양, 아이들은 모두 들떠 시끄럽게 떠들며 장난을 쳐대느라 바빴다.

차가 출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자 차안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들은 멀미를 해서 미리 자는 아이들도 있었고 노래를 듣는 아이들, 싸온 간식을 일찌감치 까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의 간식거리^^

나와 가영이는 일찍 일어나서 피곤한 탓에 MP3를 귀에 꽂고 음악에 취해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아이들이 우리를 깨웠다. 휴게소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에 다녀온 뒤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서 다시 돌아왔다. 시간이 되자 인원수를 체크하고 다시 출발을 했다.

얼마쯤 갔을까, 우리의 수학여행 장소인 강원도 근처에 도착한 듯 했으나 우리가 갈 숙소가 아닌 또다른 휴게소에 버스가 멈춰섰다. 선생님이 각자 싸온 점심을 먹으라고 했다. 그런데 휴게소 풍경이 장난이 아니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한쪽에 펼쳐진 저 푸르고 투명한 동해바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버스안에서 바라본 한적한 시골 풍경

지난해 아빠, 엄마와 2박 3일 걷기 여행할 때의 기억이 절로 떠올랐다. 우리 가족에게 주어졌던 4박 5일의 여름휴가. 원래 다른 가족들과 2박 3일을 함께 보내기로 한 우리는 미리 출발을 해서 동해안 걷기 여행을 하다가 3일째 되는 날 다른 가족들과 주문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세명 모두 커다란 가방에 버너와 기타 생활용품들을 챙겨 둘러메고 버스에 올라 도착한 곳은 강원도 최북단 대진항. 우린 그곳에 있는 최북단 등대에서 출발을 해서 남으로 남으로 걷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우리 담임쌤...버스안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더운 날씨임에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여행기간 내내 우릴 즐겁게 해주었다. 화진포 해수욕장과 김일성과 이승만의 별장, 그리고 해당화 길이 있는 화진포 호수 지나는 길, 도로에 숱하게 죽어 있는 지렁이들 때문에 기겁을 해야 했고, 거진항과 거진해수욕장 근처에선 바다가 아름답게 내려다 보이는 환상적인 곳에서 라면을 주식으로 끓여 먹은 뒤 바로 옆 바닷가에서 후식으로 비싼 성게알을 먹기도 했다. 늦은 밤 속초에선 숙소를 잡아놓은 뒤 동명항에 나와 난생 처음 곰치매운탕에 멋진 등대 불빛도 구경했고 ,주문진 시내에서 주문진해수욕장 가는 길엔 평화로운 마을 거리 가로수에 올라 매미 잡는 동네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매우 즐거웠던 추억들….


#해변 휴게소에서

그때와 기분은 사뭇 달랐지만 어쨌든 멋진 풍경만은 그대로였다. 우린 휴게소 아스팔트 바닥에 아무 것도 깔지 않은 채 그냥 털썩 주저앉아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다른 학교에서도 수학여행을 온 것인지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먹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밥도 다 먹었겠다, 또 다시 출발∼. 그리하여 도착한 첫 번째 행선지는 환선굴. 그냥 동굴에 바로 들어가서 구경만 하는 줄 알았다. 간단히 카메라만 챙겨서 가는데… 아니 왜 산으로 올라가는 거지? 우리보다 앞선 일행들의 줄을 보니 높은 산을 기다시피 올라가는 게 아닌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다른 학교 일행들을 피해 1시간을 넘게 올라야 했다. 우리 일행은 처음엔 거의 꼴찌로 출발했으나 중간에 올라가다 지쳐서 `뻗은` 친구들을 가볍게 제치고 마지막엔 선두그룹에 합류했다. 땀에 흠뻑 젖을 무렵 우리 눈에 들어온 세 글자 `환.선.굴.` 어찌나 그 글자가 반갑던지… 우리 보다 먼저 올라온 일부 아이들은 지쳐서 그냥 맨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동굴에서 나오는 한기에 땀을 식히고 있었다.


#환선굴 입구에서 퍼져버린 아이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올라오자 우린 굴 안으로 들어갔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찬 공기를 만나서 마치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공기가 어찌나 차갑던지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깜깜했지만 우리가 가는 길만은 알록달록한 불이 희미하게 앞을 비춰주고 있었다.

굴속 이곳저곳을 돌며 구경하다 보니 1시간은 족히 지난 듯 했다. 너무 지친 우리는 터덜터덜 그 길고 긴 길을 다시 내려와 버스에 올랐다. 꾀를 부려 올라가지 않고 버스에서 기다린 아이들도 몇몇 있었다.


#전 그래도 쌩쌩한 편^^

버스 안에서 땀을 식히며 도착한 곳은 정동진 해수욕장. 또 몇몇 아이들만 내려서 바다 구경을 했다. 물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냥 다른 학교 애들도 많고 해서 해변만 서성거리다가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뒤 우린 지친 몸을 눕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희여중 환영!`이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먼저 숙소를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우리 반은 방이 4개가 주어졌고 우리 방 아이들은 나를 포함해 9명이 배정되었다.


#같은 방을 쓰게 된 친구들

방안 한쪽 벽엔 큰 창문이 나 있어서 햇빛이 들어왔고 방안은 깨끗한 편이었다. 저녁을 먹으라는 방송이 나와 식당에 내려갔다. 배식판에 밥과 반찬을 받아든 뒤 들자리잡은 식탁… 그런데 이럴 수가, 너무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식당 의자와 식탁은 모두 흰 천으로 덮여 있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지저분할 수가….

이번에 우리와 함께 같은 숙소를 쓰게 된 다른 학교 아이들이 먼저 식사를 하면서 온갖 밥과 반찬의 흔적들을 이곳저곳에 남겨두고 갔던 것이다. 식사 후 청소라도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그나마 덜 지저분한 자리를 골라 앉았다. 그리고 한 숟갈 떠본 밥과 국의 맛은 말그대로 최악. 세상에 이렇게 맛없는 음식도 있을 수 있는 것이던가. 결국 몇 숟갈 뜨지 않고 모두 버릴 수밖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고 더 이상의 일정이 없어 찜찜한 마음으로 자유시간을 갖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경희여중 3학년 학생입니다. 다음호에 수학여행 두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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