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제공 제대로 안하면서 허위·과장광고 업체 적발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김모 씨는 지난 2004년 상조업체 방문판매 사원을 통해 월 6만원씩 120회 납부조건의 10년 만기상품 4개 계좌에 가입했다. 김 씨는 48차례 낸 상태에서 4개 계좌를 한 계좌로 통합해 줄 것을 상조업체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김 씨는 중도 해지를 요구했으나 업체는 납입금의 33%만 환급이 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지난 2005년 월 3만원짜리 5년 만기상품 2개 계좌에 가입한 뒤 매월 돈을 냈으나 만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상조업체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됐다.
상조업체의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광고만 그럴듯하게 내보낸 상조업체가 무더기 적발되면서 향후 피해를 보는 소비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폐업·부도시에도 서비스 보장은 거짓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회사 존폐와 상관없이 상조서비스가 보장되는 것처럼 표현하거나 고객들에 불리한 약관을 사용하면서 표준약관을 준수한 것처럼 표현하는 등 허위·과장광고 한 10개 상조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내 상조업계 1위인 보람상조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회사의 존폐와 관계없이 행사를 보장 받으실 수 있는 행사보장제도 등 고객중심의 계약조건을 제시합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다.
업계 2위인 현대종합상조도 "현대해상보험에 회비의 일정 부분을 행사이행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함과 동시에 전국 상조보증주회사에 가입함으로써 고객의 안정된 자산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
모두 회사의 폐업이나 부도가 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상조 서비스는 계속 보장되니 걱정말라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상조업체들의 재무상태도 대부분 취약할 뿐 아니라 보증회사에 적립한 금액이 회원들의 총 납입금의 3% 수준에 불과해 회사가 망할 경우 사실상 서비스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보람상조개발,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프라임, 보람상조리더스 등 보람상조 4개사, 천궁실버라이프, 현대종합상조, 렌탈클럽이지스상조, 조은이웃, 다음세계, 부모사랑이다.
이 중 보람상조 개발·라이프·프라임과 천궁실버라이프 등 4개 업체는 과징금 총 4100만 원이 부과됐다.
과징금이 부과된 업체는 보람상조(2000만원), 보람상조라이프(1000만원), 보람상조프라임(100만원), 천궁실버라이프(1000만원) 등이다. 보람상조프라임은 과태료 150만원도 별도로 부과됐다.
보람상조의 경우 지난해 3월 공정위로부터 이번과 같은 사안으로 이미 시정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4월까지 1년간 이를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보람상조를 시정명령 불이행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조업체들이 폐업·파산 등에 따라 회원들에게 상조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될 경우 현재 상조서비스 제공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상조업체의 선수금 보전 의무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와 금융협약 회원 납입금 보증 불가능

이와 함께 보험회사와 금융협약 등을 통해 회원들의 납입금을 보장하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이는 고객납입금 보장과는 상관없는 만기 1년의 교통상해보험이거나(다음세계) 언제든 해지가능한 적립식 생명보험상품(천궁실버라이프)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상조업체 자신이 보험계약자와 수익자로 하고, 자신의 임직원을 피보험자로 한 적립식 생명보험상품에 가입한 형태임에 따라 업체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회원들의 납입금 보증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표준약관 보다 고객들에게 불리한 약관을 사용함에도 표준약관을 준수하는 것처럼 광고한 행위도 적발됐다.
보람상조 4개사, 부모사랑 등 5개업체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날 이전에 납부한 회비에 대해서는 일부만 환불하는 것과 같이 표준약관 보다 고객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약관을 사용해 왔다.
상조서비스 구매회원 수를 실제보다 더 많다거나, 자사 소속 장례지도사가 모두 대학에서 장의학을 전공한 1급 장례지도자인 것처럼 광고한 현대종합상조와 부모사랑의 행위도 적발됐다.
공정위가 조사한 결과 장례지도사 95명 중 대학에서 장의학을 전공하거나 대학의 장례관련 과정을 이수한 장례지도사는 총 1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람상조프라임은 상조업체가 2분 이상 방송광고를 하는 경우 중요정보항목을 방송광고 시간의 15분의 1 이상 표기해야 함에도 방송광고 시간의 약 30분의 1 정도만 표기하는 등 중요정보고시도 위반했다.
상조업종은 지난 5월 1일부터 중요정보고시 적용대상에 포함되어 상조업체가 광고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중요정보항목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상조서비스 구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조보증과 관련한 부당 광고행위를 적발하여 엄중 조치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부당 광고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상조업체들의 부당한 표시 광고행위에 대해 지속 모니터링 하고 적발된 법위반 사업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상조회사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 281개, 가입회원수는 약 265만명이며 고객불입금 잔고는 약 9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가입자가 40% 이상 증가할 정도로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영남권이 상조업체의 절반(50.2%)을 넘고 수도권이 전체의 30.2%를 차지한다.

부산지역 상조업체 잇따라 집단분쟁조정 신청

한편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지역에서 상조업체를 상대로 한 집단분쟁조정 1호가 개시된 데 이어 2호가 잇따라 예정돼 `상조업체 분쟁`에 따른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7일 한국소비자원과 부산지방 공정거래사무소 등에 따르면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해지 환급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선경상조를 상대로 한 소비자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지난 4일 개시했다.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는 역시 해지 환급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조흥상조를 상대로 한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지난 3일 접수됨에 따라 조만간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선경상조는 최근 재정악화로 해지 환급금 지급능력이 한계에 달한 상태다. 회원 가입자 4만~5만명에 피해액이 최소 20억~3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액은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조흥상조는 고객불입금 규모(2008년 기준)별 상조업체 순위에서 전국 30위권에 들 만큼 큰 업체. 하지만 정상영업 중임에도 고의적으로 고객들에게 해지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아 고객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번에 집단분쟁조정이 개시된 선경상조는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이사와 감사 등은 사기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 `만기도래시 납입금액의 80% 지급`하는 등 규정을 어기고 만기 중도계약을 해지한 회원들에게 해지 환급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
개시 결정에 따라 9월 8일부터 30일까지 선경상조 회원으로서 해지를 원하거나, 해지 신청을 했는데도 환급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일괄 구제받을 수 있도록 집단분쟁조정 참가신청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집단분쟁조정에 참가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www.kca.go.kr)-상담마당-집단분쟁조정참가·조회`에서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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