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은

한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산다는 것, 참 힘든 일이다.

좋은 아들이 되어야 하고, 쿨한 남편이 되어야 하고, 멋진 아빠가 되어야 한다.

능력이 있어야 하고,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을 겸비하여야 하며, 자신을 죽여서라도 온 몸과 마음으로 가족에게 봉사하는 희생정신이 요구된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설 땐 간과 쓸개를 뒤에 남겨두어야 하지만 퇴근할 때도 절대 그 간과 쓸개를 다시 찾아 넣으려 해서는 안 된다. 예전 우리 아버지들이 집에서만은 누릴 수 있었던 가장의 권위? 이미 땅에 묻힌 지 오래다. 그저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온 가족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늦은 시간에 퇴근해 들어와도 밥 달라고 해선 ‘三食이’ 된다. 집 앞 포장마차를 이용하거나 혼자 조용히 라면을 끓여 먹거나….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겨운 요즘, 가족을 책임진다는 것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남해 창천대교 옆 공원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대한민국의 이 남자. 어쩌면 새벽에 일어나 땀 흘려 일하고 간단한 점심 후 꿀 같은 토막잠을 취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이 남자, 그저 따뜻한 햇볕이 이불되어 주길….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가부장제의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더욱 더 힘든 일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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