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어글리 코리아

6월 12일, 대한민국과 그리스의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2:0의 통쾌한 승리에 대한민국은 다시금 2002년으로 돌아간 듯 축제의 분위기였고, 그 들뜬 분위기 속에서 나만 괜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왜 월드컵이 지금이란 말인가. 당장 다음 주부터 시험이 시작이라, 방에 콕 박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좋은 날 시험공부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도 서러운데, 친구놈은 계속 유혹의 문자를 보내왔다. 뭔 공부냐, 나와라, 놀자….

텔레비전 속의 상기된 붉은악마들이 마냥 부러운 나였지만, 방콕 중인 내게도 이번 승리는 기쁜 일이었다.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가슴 벅찬 승리의 기운을 빌어 갖은 유혹을 이겨내고 결국 책상을 지킬 수 있었다.

이 승리에 대한 세계의 반응도 ‘놀랍다’ 일색이었다. ‘이번 그리스 전에서 보인 한국의 활약, 놀라웠다’ ‘기대이상이었다’…. 소수의 일본, 중국 네티즌들의 질 나쁜 코멘트에도 ‘짜식들, 부럽냐?’ 하고 피식 웃을 수 있을 만큼, 흐뭇한 댓글들이 인터넷을 점령했다. 이럴 때면,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2002년, 전 세계가 토끼눈이 되어서 대한민국의 거침없는 행진을 지켜볼 때에도 이러한 기분이었다.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광장을 붉게 물들일 때, 그 때만큼은 처음 보는 옆 사람에게도 낯섦을 느끼지 않았었다. 우리는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열정에 놀랐던 만큼, 세계인들도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의 하나 된 모습에 놀라워했다.

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 것은 월드컵 열기가 가득할 때뿐만이 아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눈시울을 붉힐 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의 지극히 한국인스러운 영어발음을 들을 때, 한류 스타들을 향해 열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볼 때, 일본에서 용감하게 여자 분을 구한 한국인의 소식이 들려올 때, 문자가 없는 나라에서 한글을 배우는 모습을 볼 때, 우리의 전통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알게 될 때, 비빔밥을 먹으며 맛있다고 외치는 외국인을 볼 때…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진다.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한국인답게 살아야한다는 사명감이 뭉클 샘솟는다.

하지만 한국인임이 자랑스럽지 않을 때도 분명히 있다. 타블로의 형 데이브씨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뉴욕편을 보고 ‘하필이면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동양인 콘셉트이었나, 부끄러웠다’라는 비난글을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되려 구설수에 오른 일이 있었다.

유창하지 않으면 창피한 거냐, 예능이 재미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 너는 영어 잘 해서 좋겠다, 등등의 댓글들을 읽으면서 ‘한국인으로서’ 어떤 것이 부끄러운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냥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개인적인 글이 이슈화 된다는 것도 의아한 일이지만, 글을 쓴 의도를 왜곡시켜 받아들이는 모습에 훨씬 놀랬었다.

데이브씨는 동양인이 받는 인종차별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능프로그램인데 뭐 어떠냐며 그냥 웃고 넘길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글리 코리아, 국제적으로 한국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글리 코리아라고 한다. 주위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한국인의 비매너적인 모습들이 ‘어글리 코리아’라는 악명의 주요한 원인이다. 외국의 유적지에 남겨져있는 한글 낙서(주로 ‘누구♡누구’ ‘누구누구 왔다감’)는 정말이지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어느 숲에서 한국인은 입장금지가 되었다고 한다. 규율을 무시하고 취사를 하는 등 몰지각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동남아를 관광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하다. 캐디 폭행사건이나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가 들릴 때는 정말이지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창피할 정도다.

우리나라에 팽배해 있는 서구문화에 대한 무분별한 동경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우리가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레드카펫에서 등이 훤히 보이는 드레스를 걸친 배우들은 할리우드의 그것을 흉내 내고 있는 느낌이고, 한글 맞춤법 틀리는 것보다 영단어 스펠링 틀리는 것이 더욱 부끄러운 일이 되어버린 것은 이미 예전의 일이다. 외국의 어느 대학을 나왔다는 것은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듯 여겨진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다. 서구문물이 선진문물이라는…. 게다가 이 콤플렉스는 고스란히 국내 다른 외국인에게 발휘가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소 다루듯 하는 한국인의 얼굴은, 우리가 진심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모습이다.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이 결여된 한국인들은 ‘어글리’해 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2:0으로 그리스를 이겼을 때, 혹은 김연아가 금메달을 기록했을 때만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충분히 자랑스러울만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우리 스스로 우리의 위신을 높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한국, 놀랐다’에서 더 나아가 ‘역시 한국이다’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도록….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법학과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