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MB '불도저식' 인사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는다.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 뿐 아니라 이 때를 노리고 부나방처럼 날아든 철새들도 이력서 한통을 넣기 위해 이 곳 저 곳을 찔러보고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
대통령들도 저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천명하기는 하지만 실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국민의 정부때도, 참여정부 때도, 그리고 이명박 정권에서도 낙하산 인사는 마찬가지였다. 설사 비판이 제기되더라도 회전문식 인사로 순간만 넘어가기 일쑤였다.
청와대에서 불미스런 일로 짐을 쌌던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했다. 인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임기웅변식 대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6월 지방선거의 패배, `영포회`와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권력 사유화가 시발점이 됐다. 이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며 `새바람`을 불어넣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청와대 개편을 지켜본 정치권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과 `강부자`(강남 땅부자) 인사로 뻐걱거렸다. 그런 인사 스타일에 최근엔 `회전문` 인사까지 비판 대상으로 떠올랐다.

`뉴라이트·특보 출신` 강세

참여연대는 최근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6월말까지 임명된 정부 44개 기관, 88개 직위에서 활동한 전현직 장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155명의 경력과 재산을 분석할 결과 14.8%인 23명이 회전문 인사에 해당됐다"고 지적했다.
회전문 인사란 민간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 활동하던 퇴직 공직자를 다시 공직에 발탁하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단체에 따르면 회전문 인사 23명 중 퇴직 공직자가 기업이나 협회 또는 법률사무소 등에서 근무한 후 고위 공무원에 재임용되는 경우가 13명(8.4%)이었다. 이 경우 이해 관계를 둘러싸고 충돌하거나 특혜 시비 의혹에 휘말릴 수 있다.
학교나 정치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8명(5.2%), 퇴직 공직자가 공기업에서 근무한 경우는 2명(1.3%)이었다.
참여연대는 "회전문 인사의 비중이 높은 경우 현직 공직자가 퇴직공직자를 예비상사로 인식하게 돼 청탁거절이 곤란해지는 등 문제점이 우려된다"며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대한 법률을 제정해 그 범위를 넓히고 재산형성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낙하산 인사`도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이전 정권들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약하진 않다.
정관계 뿐 아니라 금융계와 경제계, 문화계 곳곳에 MB 인맥들이 포진했다. 대선 때 맺어진 인연 하나로 공기업이나 산하기관의 감사 또는 사외이사 자리를 꿰찬 경우가 한 두 곳이 아니다. 때론 전공과 전혀 무관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 소위 권력의 실세로 불리는 특정 인사 라인과 뉴라이트 계열, 대운하 전도사들이 강세다.

언론계, `싹쓸이 장악`

최근 `영포회`와 `선진국민연대` 이후 특히 관심을 모으는 곳은 금융, 경제계다. 현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강명헌 금융통화위원은 주업무와 전공이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낸 예보의 이영식 이사는 전공이 사회복지학이고 한국자산관리공사 민병철 이사는 선진국민연대 전국연합 사무총장 출신이다. 신용보증기금의 윤병환 이사는 금융과 무관한 대구시 교육위원회 부의장을 지냈다.
민간금융사들도 MB 인맥이 대거 진출했다. KB 금융지주의 어윤대 회장을 비롯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고려대 동문이다. KB 투자증권의 노치용 대표는 현대건설 사장 재직시절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IBK 투자증권의 이형승 사장, 대우증권의 임기영 사장은 인수위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신한금융투자 이휴원 사장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하인국 하나로저축은행장은 대통령과 동지상고 동문이다. 한국거래소 김덕수 상임감사, 한국증권금융 이선재 상무 등도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위해 뛰었다.
공기업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최영 강원랜드 사장,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류철호 한국도로공사 사장, 노기태 부산항만공사 사장 등은 모두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사회나 문화 분야도 마찬가지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양경자 이사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엄홍우 이사장, 대한적십자사 유종하 총재, 김주훈 국기원 이사장, 김종완 국민체육진흥공단 상무이사, 전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임연철 국립국장 극장장이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방송 쪽은 이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지낸 40명 중 12명이 1년 안에 언론기관에 들어가면서 쑥대밭이 됐다. 구본홍 YTN 사장, 정국록 아리랑TV 사장, 이몽룡 Sky life 사장, 차용규 OBS 사장 등이 방송사 수장 자리를 꿰찼다. KBS 김인규 사장과 MBC 김재철 사장, 이춘호 EBS 이사장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태희 비서실장 등을 임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돌려가며 자리를 꿰차는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라며 "협소한 인재풀을 바탕으로 아주 후진적인 1차 집단에만 의존하는 가장 낙후된 코드인사"라고 비난했다.
이 대통령의 고질적인 인사 스타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사가 망하면 만사도 망할 수 밖에 없다.`

김승현 기자 okkdo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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