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채무부채’ 쓰나미

호화 청사로 몸살을 겪던 성남시는 두 손을 들고 ‘항복’을 선언했다. 인천시는 부채만 10조원에 달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도 날로 채무상태가 악화되고 있어 빨간불이 켜졌다.

지방선거 이후 각 지자체의 재무상태가 쓰나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부채가 지난 3년간 18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경종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가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어 해명하고 있지만 정작 복지예산 등은 후퇴하고 있어 서민들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예산 왜곡과 부채로 병들었다.”

야당의 주장이 아니다. 지난 봄,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오세훈 시장과 예선에서 맞붙었던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시의 재무구조에 대해 이렇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현재 서울시 재정상태는 A급”이라며 “일자리 창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건설 물량을 당겨서 집행했다. 모두 선투자적인 건전한 예산 집행이었다”고 대답했다.

서울시 의회 “재검토 필요”

하지만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예산 집행의 효율성은 오 시장의 주장과 큰 격차를 보인다. 6월 지방선거 당시 오 시장은 강남 몇 지역을 제외한 서울 전역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의 채무액은 3조2454억원으로 전년도 1조8535억원에 비해 무려 75%나 증가했다. 1년 새 1조3천919억원이나 증가한 셈이다. 일반 가정이나 기업체도 부채 규모가 두 배에 달할 정도면 심각한 상황이 있거나 확실한 투자가 보장이 돼야 한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었다.

더욱이 서울시는 지난해 지방채를 대거 발행했다. 예산 대비 비중이 전년도 8.5%에서 12.8%로 높아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10% 선을 넘겼다. 인천시 등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 비해선 상황이 양호한 편이라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지만 문제는 사용된 예산의 효율성에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서울시민 1인당 채무액은 2008년 17만7000원에서 2009년엔 31만원으로 상승했다. 오 시장과 시는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1조540억원, 지하철 건설을 위한 도시철도공채 발행으로 2965억원,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으로 550억원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정작 서민들의 체감지수는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게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온 민심이었다.

“복지 아닌 토목에 미쳐”

서울시의 예산 편성이 개발 위주로 진행돼 과다예산을 편성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의회 예결산 특별위원회가 작성한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고 남은 예산은 전체 예산의 6.5%인 1조6418억원이었다.

오 시장의 서울시 운영은 대형 토목사업에 집중돼 있어 향후 전망도 낙관하기는 힘들다. 한강 르네상스, 한강운하, 뉴타운 사업 등은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당초 예상했던 기대감이 꺾였다. 더구나 지방선거 이해 새롭게 출범한 서울시 의회와 각 구청은 야당이 다수여서 더 이상 오 시장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허광태 서울시 의회 의장은 개원과 동시에 “이런 정책들이 겉치레에 치중하지는 않았는지, 투자만큼 효과는 있는지 결과에 대한 성과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한강운하와 디자인 서울 등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오 시장 재임 기간 표면적으론 사회복지 예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서민들의 삶과 는 거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서울 곳곳엔 각종 공원과 문화 시설이 대폭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토목사업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소외시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는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늘어났지만 예산은 오히려 5292억원에서 4759억여원으로 533억여원이 줄어들었다.

한 민간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 99억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원 ▲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원 등이 감소됐다.

이들 항목들은 서울시가 일자리 창출․디자인 수도를 위해 추진하는 대규모 공사처럼 수백억 이상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줄어들 경우 한푼이라도 아쉬운 해당 계층과 시설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부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의 복지시설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 시장 낙선 운동’이 암묵적으로 펼쳐졌다는 게 한 보건 시설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 중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4.6%로 가장 높아 겉으로만 보면 문제없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 새 시설을 짓거나 공원 조성에 사용된다. 실제 소외 계층을 위한 예산은 이전보다 심각하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지난 4년 간 복지에 미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복지시설 관계자들이 “오히려 이명박 시장 때보다 더 퇴보했다”고 입을 모은다.

일년 새 13만원의 부담을 더 짊어지게 된 서울시민들의 요구와 감시의 눈은 서울시 의회의 본격 활동과 함께 오 시장에게 한층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현 기자 okkdo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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