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후반기 승부수는 ‘주김야이’ 시대?

이명박 대통령이 후반기 승부수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개각에서 40대 총리 후보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특임장관으로 임명된 이재오 의원을 전면에 내세우며 한층 강화된 ‘친정체제’를 선언했다.

김 후보자와 이 의원의 중용은 차기 대권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견제 의미도 갖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은 또 친박계인 유정복 의원을 임명함으로써 친박 관계에도 일대 변화가 불 전망이다. 여름 휴가 이후 전열을 재정비한 이 대통령의 결단이 정치권에 어떤 바람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레임덕’에 대한 우려는 지나갔고 자신감은 회복했다.

지방선거 패배로 휘청했지만 7․28 재보선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50%에 육박하며 새로운 체제에 대한 근거가 됐다.

머니투데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8월 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잘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48.7%에 달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서민’과 ‘대기업 질타’가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지가 탄탄한 것은 아니지만 집권 후반기에 들어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40.1%(매우 12.6%, 대체로 27.4%)였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같은 조사에서 6월 42.3%, 7월 46.6%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6월 16.9%, 7월 14.3%, 8월 12.6%로 줄어드는 등 극단적인 부정 평가는 줄어드는 추세다.

“레임덕은 저 멀리…”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승부수인 ‘개각’이 민심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대교체’와 ‘소통’을 강조했지만 면면을 보면 친정 체제를 강화한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이번 개각의 화두로 세대교체와 소통․통합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39년만의 40대 총리 발탁과 친박계 대표인사를 과감하게 기용했다. 국무위원 평균 재산도 ‘강부자’ 인사의 비판을 의식한 듯 대폭 줄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에 이어 최측근들을 대거 내각에 포진시킨 것은 집권 후반기 코드 강화와 함께 ‘불통정치’라는 양날의 칼이다. 경제팀과 외교안보라인을 유임시킨 것도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

김 후보자 지명은 이번 개각의 핵심이다. 김 후보자는 어려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나이에 도의원과 군수를 거쳐 42세에 경상남도 도지사에 올랐다. 이 대통령이 비슷한 삶과 역량을 높이 사 일찍부터 점찍었던 인물이라는 전언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풍부한 지방자치단체 행정경험을 물론 젊은 패기와 진취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또 청년세대와의 소통과 교감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덧붙였다.

한편에선 정운찬 총리에게 부여된 가장 큰 임무가 세종시였다면 김 후보자에겐 ‘4대강 사업의 완수’라는 특명이 주어줬을 것으로 전망한다.

친박계 핵심인 유정복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도 눈여겨볼 만 하다. 유 의원은 당초 입각 요청을 거절했으나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의 입’ 입각

이 대통령이 개각을 통해 확보한 가장 큰 소득은 최측근들을 대거 전면에 포진시킴으로써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7․28 재보선에서 당선된 이재오 의원은 곧바로 특임장관으로 투입해 당정청 및 야당과의 가교 역할을 맡겼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지명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주 장관 지명자도 실세 측근이다.

경제팀과 외교안보라인의 유임은 ‘친서민 중도실용’ 기조와 G20 회의를 염두에 둔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수장관으로 꼽히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의 유임 역시 4대강 사업의 강행을 예고케 한다.

개각의 여파로 여권 내 대권 경쟁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김 후보자의 등장으로 박 전 대표가 새로운 경쟁자를 맞아들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리고 이 의원에 비해 정치적 파워가 떨어지는 김 후보자지만 총리직을 무난히 수행할 경우 잠재적인 잠룡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등장으로 박 전 대표를 구세대로 규정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며 “차기 대선의 중심이 한층 젊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단독 질주가 계속됐다. 정운찬 전 총리는 사실상 대권 경쟁에서 멀어졌고 정몽준 전 대표도 지방선거 패배 이후 활동 반경이 좁아졌다. 지방선거에서 살아남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정도만이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분류됐다.

여기에 김 지명자와 이 의원이 가세함에 따라 여권 내 역학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내 친이계 의원은 “당장 대선 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박 전 대표에 대한 금기가 깨진 이상 언제든 요동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임장관으로 발탁된 이 의원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재보선 승리로 힘을 회복한 이 의원은 ‘킹’과 ‘킹 메이커’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내에선 이 의원이 상황에 따라 양측 모두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하며 또 다른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임 대통령 실장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까지 사실상 ‘친이 3각 친정체제’를 완성시킨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과 남북 관계에도 대대적인 반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같은 ‘특별 임무’도 회자된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와 관련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원내총무, 국민권익위원장 등 당정의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섬기는 리더십과 서민적인 친화력을 인정받아 국회와 정부의 소통창구로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에선 그동안 주도권을 쥐었던 이상득 의원계가 뒤로 물러나고 이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친이계가 권력의 핵심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최악의 개각”

한편 이 대통령의 개각과 관련 민주당 등 야권의 반응은 엄격한 인사청문회를 언급하며 싸늘한 반응을 내놓았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한마디로 MB 친위부대를 전면에 내세운 국민무시 역대 최악의 개각”이라고 비난하며 “말로는 소통을 내세우면서 4대강을 밀어붙이려는 오만한 개각”이라고 일침을 놨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지사의 총리 발탁은 세대교체를 명분삼아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정략적 카드에 불과하다”며 “야당을 무시한 독선과 오만의 극치”라고 폄하했다.

민주노동당도 “비리혐의자를 MB식 세대교체의 중심인물로 간택한 것은 일방독주 개각임을 실토한 것과 같다”고 김 후보자를 겨냥하며 “하반기 국회가 청문회 국회로 치닫게 된다면 이는 이 대통령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이번 인사는 정말 망사(亡事)로 어이없는 개각, 국민 무시 개각, 끼리끼리 개각”이라며 “김 후보자는 경남지사를 할 때부터 오로지 여의도 정치에만 목을 매고 해바라기 정치를 해왔고 이 의원은 중앙정치 하느라 지역구를 못 돌봤다고 석고대죄까지 했다. 혹시 낮과 밤의 총리가 바뀌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혹평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