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쉽지 않은 절망 털기’

오는 10월 3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경기룰 조차 쉽게 정하지 못하며 시작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예정됐던 8월을 넘겨 지난 4일에서야 겨우 전대 규칙을 정했다.

개각 정국 이후 다시 한 번 주도권을 쥐는 듯 했지만 당내 계파간 기싸움으로 또 다시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질타와 걱정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절호의 기회를 또 다시 무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민주당을 감싸고 있다.

청문회 정국을 주도하며 정치적 승리를 거뒀지만 당내 문제로 눈을 돌리자마자 불협화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서 뽑은 지역위원장 선거는 당권 주자들의 힘겨루기가 불거지면서 볼썽사나운 여러 장면을 연출했다. 선출 과정이 뒤집어지는가 하면 당원들의 거부가 파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원들 사이에서도 “과연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하는 자문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멋진 형용사’ 경쟁 뿐

개천절 열리는 전대의 룰을 정하는 것도 차일피일 미뤄지며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급기야는 ‘10․3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기까지 했다.

문학진 강령정책분과위원장은 당권 주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좌향좌’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언급했다. 문 위원장은 이와 관련 “담대한 진보, 유능한 진보, 실사구시 진보, 중도혁신 등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런 논쟁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 땐 ‘말의 향연’이나 해묵은 ‘이념논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상황을 지켜보는 학자들과 방청객들의 질타는 더욱 매서웠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대선과 18대 총선에서의 민주당 패배는 비호남 부동층과 젊은층이 대거 투표에 불참하거나 이탈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의 반성과 도전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통렬한 자기보기를 주문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도 민주당에 대한 싶은 실망감을 표시했다.

“예비주자들이 진보 앞에 멋진 형용사 붙이기 경쟁만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민주당이라는 당명과 두 명의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에서 찾아야 한다.”

손혁재 한국 NGO학회 회장은 야당 답지 못한 민주당의 모습에 일침을 날렸다. 손 회장은 이와 관련 “야당은 정치가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의 역할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등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단순한 지도부 선출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전당대회가 돼야 하는데 지금 국민들은 무기력한 야당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토론회 말미에 “대권 주자들 이해관계에 따라 당이 좌지우지 되면 국민들은 지지를 회수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망한다”며 “지방선거에서 다시 살아날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더기 된 당헌”

이런 우려의 시선에도 민주당 전대가 또 다른 ‘축제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세균 전 대표, 손학규 고문, 정동영 의원이 빅3로 불리고는 있지만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권 주자들과 계파들은 지도부 선출 방법, 지도체제, 차기 지도부 임기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갈등을 벌여왔다. 당내 한 인사는 “전대 한 번 치를 때마다 자기 이익에 따라 룰을 바꾸고 그러면 어떻게 당원과 국민을 설득하겠느냐”며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지켜야할 원칙은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윤호중 전 의원은 “당에 책임이 있는 유력 지도자들이 당헌 당규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도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려고 누더기로 만드는 모습은 참으로 후진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주문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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