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허인욱/ 돌베개

 “그 사람 참 양반이지.” 우리는 요즘도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지칭하는 언어가 여전히 남아 언중 사이에서 사용된다는 것은 그 언어가 여전히 현재 사회에서도 모종의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보통 양반이라 말할 때, 이 말은 대체로 두 가지 상반된 뉘앙스를 풍긴다. 성실하고 반듯한 사람을 칭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지식하고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양반은 조선 사회를 이끈 지배층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이 ‘양반’이란 존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가 일상에서 양반 존재를 흔히 접하는 매체는 아마도 사극 드라마일 것이다. 그 드라마에서 양반은 음풍농월하는 한량이거나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적 실세로서의 측면만이 두드러진다. 말하자면 생활인으로서의 양반에 대해서는 제대로 짚어볼 기회가 없다는 말이다.
저자는 사극을 보는 데 익숙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우리 조상인 양반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결과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문화 발전과 창달에 지대한 공을 세운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나서부터 죽기까지의 일상을 어떻게 영위했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가족의 피해를 감내하는 ‘대인’이 아닌, 작은 이익을 얻으려고 타인을 등치고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리는 지극히 평범한 ‘소인’의 일상을 말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풍속화인 ‘평생도’와 주축으로 삼고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연구돼온 양반의 생활사 관련 자료를 십분 활용하되 누구나 양반의 평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진귀한 그림과 흥미로운 글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287면/ 17000원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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