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김민기/ 은행나무

 베스트셀러 작가 김민기가 3년의 공백을 깨고 장편소설 ‘눈물의 아이’로 돌아왔다. 가슴을 울리는 섬세함은 더욱 깊어졌고,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명징하다. 사랑과 증오, 용서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김민기 표 소설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충격적인 사건 이면에 고통 받고 있는 가족의 아픔과, 복수와 용서라는 화두 아래 딸을 잃은 아버지의 내밀한 심경이 전편에 걸쳐 생생하게 그려진다. 우리가 품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작은 것이었는지,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눈물의 아이’의 주인공 선재는 평범한 가장이다. 예기치 못한 불행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딸을 그렇게 만든 가해자와 세상을 향해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범인의 딸이자 병약하고 작은 소녀 하늘이는 그의 그런 결심을 무디게 만든다. 순수하고 따뜻한 하늘이와 만나게 되면서, 선재는 단순한 복수심 때문인지, 어린아이에 대한 동정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조금씩 소녀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분노와 절망의 긴 터널 끝에서 만난 아이. 선재는 그제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아빠의 자리를 뺏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깊고 큰 고통과 상실감은 사랑의 참 의미를 일깨우고, 선재는 하늘이가 채 피우지 못한 무지개 꽃을 피우기 위해 모든 고통을 감내한다.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및 유괴사건 등 강력범죄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의 내용과 그에 따른 범인의 형량일 뿐이다. 한때 우리 사회를 큰 충격 속에 빠뜨렸던 끔찍한 사건들도 범인이 잡히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일상 속에서 점점 잊혀진다. 그렇기에 피해자와 그 가족이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야 할 고통은 우리와는 거리가 먼 얘기일 수밖에 없다.
‘눈물의 아이’는 그 어떤 무거운 주제라도 특유의 따뜻함으로 감싸 안는 작가의 부드러운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민기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오랜만에 그의 소설을 만나는 기쁨을, 그 외의 독자들에게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에 공감하면서 최근 대두되는 사회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
315면/ 11000원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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