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서양근대철학회 엮음/ 창비

 서양근대철학회의 세번째 책 ‘서양근대윤리학’이 출간되었다. 데까르뜨에서 칸트까지 이어지는 서양근대철학의 흐름을 현대적 맥락에서 고찰한 ‘서양근대철학’과 서양근대철학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되어온 쟁점 열 가지를 선정하여 주제별로 깊이 있는 탐구를 보여준 ‘서양근대철학의 열 가지 쟁점’에 이어, 이번에는 윤리학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천착해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책의 순서는 시대별로 진행되지만, 시대적 진행과 무관하게 큰 주제별로 묶는다면 우선 인간이 도덕적일 수 있는 근거를 이성과 정념 가운데 어디에서 찾는지를 통해 나누어볼 수 있을 것이다. 데까르뜨,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칸트 윤리학의 기본전제는 이성이 정념을 통제함으로써, 다시 말해 정념이 이성의 규제를 따름으로써 우리가 도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홉스, 흄, 공리주의 전통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인 정념이나 욕구에 따라 행위하면서도 도덕이 가능하다. 이 같은 대결구도를 통해 도덕의 가능성을 탐구해보는 것은 이 책이 주는 하나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도덕성의 문제가 형이상학적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덕성을 해명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우리가 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책임의 문제는 자유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자유와 필연 그리고 도덕적 책임의 문제와 관련하여 결정론, 자유론, 양립가능론이라는 형이상학적 문제가 근대윤리학의 근저에 놓여 있으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근대윤리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각자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336면/ 20000원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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