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루이스 드 베르니에/ 옮긴이 임경아/ 루비박스

 그리스의 작은 섬 케팔로니아. 그곳에는 의사인 아버지와 평화롭게 살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 펠라기아가 있다. 멋진 어부 만드라스와 사랑에 빠진 펠라기아는 그와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그리스로 퍼지면서 만드라스는 전쟁에 나가게 된다. 백 통이 넘는 편지를 쓰는 동안 단 한 번의 기별도 오지 않는 그에 대한 펠라기아의 사랑은 점점 식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케팔로니아에도 전쟁의 광풍이 몰아닥친다. 히틀러와 연합한 무솔리니가 보낸 이탈리아의 군대가 그녀가 살고 있는 작은 섬까지 당도한 것이다. 공습이 시작되고 케팔로니아는 이탈리아군에 점령된다.
그러던 중 펠라기아와 그의 아버지가 살고 있던 집에 정복군 이탈리아의 장교 코렐리가 살게 되고, 적대국의 군인이지만 늘 유쾌하고 아름다운 만돌린 음악을 연주하는 그 대위에게 그녀는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결국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하나가 될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은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그때 역사에 기록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작가는 우리에게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2차 대전의 처절한 현장 속에서도 사랑의 불씨는 마치 폐허 속의 장미처럼 수줍게, 하지만 선명하게 피어난다. 정복군 이탈리아 장교와 나라를 피탈당한 그리스의 여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마치 또 다른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곧 사랑 이야기로 위장된 이 이야기로 저자가 우리에게 사랑과 삶에 대한 무게감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라, 이 작가?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세계적인 거장 루이스 드 베르니에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힘겹게 사랑을 이어가는 한 여인의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독자는 전쟁과 사랑, 삶과 죽음, 믿음과 배신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이 책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마치 매력적인 미소가 아름다워 만나게 된 이성이, 알고 보니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고나 할까.  거기다 유머감각까지 있다면?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소설이다.
500면/ 1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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