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권의 책> 톨스토이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느 구두장이가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옷 사 입을 돈은커녕 끼니를 때우는데도 벅찼다. 가을이 되고 구두장이는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아내와 겨울에 같이 입을 수 있는 양가죽 외투를 하나 사야겠다고 결심한다.
시장에 가기 위해 아내의 옷까지 껴입고 집을 나섰다. 마을 농부들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아 시장에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두들 나중에 돈을 갚는다며 구두 고친 값만 달랑 낼 뿐이었다. 양가죽 외투를 살 돈이 되지 않자 가죽장사에게 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속상한 구두장이는 외투를 사기엔 모자란 돈을 털어 보드카를 사먹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독한 보드카에 취해 덥게 느껴졌다. 아내의 옷까지 껴입은 탓에 땀도 났다.
어느덧 한 교회 앞을 지나게 됐다. 그때, 발가벗은 사내가 교회 벽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구두장이는 그 사내를 도와줄지 말지 고민했다. 추운날씨에 발가벗고 있는 걸 보니 분명 나쁜 짓을 한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저렇게 있다간 곧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렸다. 사내에게 자신이 입은 외투와 바지를 벗어 입혀주고, 장화까지 신겨주었다. 그리고 사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구두장이의 아내는 외투를 사오지 않은 실망감과 그 돈으로 술을 먹은 구두장이가 얄미웠다. 게다가 발가벗은 사내까지 데리고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곧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사내에게 음식을 대접해 주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은 사내에게 음식과 잘 곳을 마련해 주며 구두 만드는 일을 가르쳤다.
사내는 열심히 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어느덧 구두장이만큼이나 우수한 실력을 갖게 되었다. 사내는 거의 웃지 않았다. 딱 3번. 구두장이의 부인이 처음 사내에게 음식을 내어줄 때, 못된 신사가 까다로운 구두를 주문하고 죽었다는 예시가 맞았을 때, 한 여성이 자신의 딸이 아닌 두 쌍둥이를 데리고 구두장이에게 왔을 때….
알고 보니 사내는 천사였다. 하나님의 말을 거역해 벌을 받아 3가지의 깨달음을 얻어야 다시 천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3가지의 깨달음을 얻고 사내는 천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기자는 비록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를 읽고 감동했다. 부족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한 생명을 살리고자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구두장이에게, 자신의 아이가 아니지만 불쌍한 마음에 옆집 쌍둥이를 키우는 아주머니에게도 감동했다. 아주머니는 이런 말을 했다. 쌍둥이 여자아이 중 한 아이가 죽은 엄마 때문에 절음발이가 되었는데 “나는 그래도 이 아이가 더 예쁘답니다”라고. 자신의 아이가 아니어도, 또 몸이 불편해도 자신의 아이마냥 예쁘게 키우는 아주머니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바라지 않고 남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으로 남을 대하고, 또 도와준다면 나에게 물질적인 것이 오지 않더라도 그보다 몇 배는 더 큰 뿌듯함과 따뜻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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