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세상 엿보기>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차피 내려올 거 뭐 하러 그렇게 올라가려고 애쓰니?’라는.

그런데 실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엔 내려와야 하는 산임에도 주말이면 등산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삶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결국엔 ‘죽음’을 피하지 못할 운명인데도 조금이라도 잘 살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합니다.

어쩌면 마지막 종착지를 알면서도 올라가고 미끄러지고, 그리고 다시 힘을 내는 그 과정이 즐거우면서도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린이들은 미끄럼틀을 통해 조금씩 그 것을 배워가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안국동 창덕궁 담장 밖에서 만난 미끄럼틀 하나가 유독 낯설게 다가옵니다. 놀이터라고 부르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단출합니다. 방학일 텐데도 찾는 아이들이 한 명 없네요. 하긴 놀 꺼리가 많고 인터넷이다 학원이다 바쁜 요즘 미끄럼틀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놀이기구일지도 모릅니다. 찬바람이 부는 골목 한 쪽에 그냥 그렇게 미끄럼틀 하나가 외롭게 서 있습니다. 오진석 기자 ojster74@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