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강혜선/ 태학사

 글에는 체취가 있다. 따스함이 있는가 하면 차가움도 있다. 피상적으로 보는 사람에게는 눈에 띄지 않던 사람도 자상한 생각을 가지고 깊이 들여다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따스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감동한다. 조선시대는 유학이라는 카테고리에 사로잡힌 듯하지만, 청나라를 통해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문체반정은 그 대표적인 변화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당대 사람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서 글로 나타난 것이 소품문이고, 음악으로 나타난 것이 향악이며, 그림으로 나타난 것이 진경산수나 단원과 혜원의 풍속화다. 여기에 수록된 강혜선 교수의 글들은 강 교수가 그의 방식대로 고인(古人)을 찾아내서 그 삶을 경청하고, 그 고인을 마음의 벗으로 삼으면서 소통한 과거와 현재의 대화록이다.
사람들은 사는 날 동안 권력과 돈과 명예를 위하여 온 힘을 다한다. 그러나 죽고 나면 그 모든 것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100년, 200년 후 우리가 그들로부터 받는 감동은 그렇게 수단과 방법을 다해 거머쥔 권력이나 돈이나 명예에서보다는 그들이 보여준 인생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다. 여기에 소개되는 삶의 예들에서는 선택한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하여 제1부 ‘나를 그리는 삶’에서는 미수 허목, 표암 강세황, 양허당 김재행, 이이엄 장혼, 백헌 이경석의 자아 인식, 자아 성찰, 인생관이 드러나는 글들을 모았고, 제2부 ‘사랑하는 나의 집’에는 담헌 홍대용, 연암 박지원, 순암 안정복, 이이엄 장혼, 만선와 김려가 어떤 집을 짓고 어떻게 생활하였는지 그려볼 수 있는 글들을 모았으며, 제3부 ‘필묵 사이에 넘치는 정’에서는 농암 김창협, 서암 신정하, 다산 정약용, 소남 심능숙이 가족 또는 벗과 진실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글들을 모았으며, 제4부 ‘국화 그림자의 운치’에서는 김려, 심능숙, 신유한의 개성적인 취향과 특별한 체험이 드러나는 글들을 모았다.
이러한 글들 속에서 오늘 현실 속에서 느끼는 차가움이나 무관심보다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저자가 그들에게 보내는 애정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이 요즘과 같이 각박하고 마치 기계인간들처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인간미 넘치는 뜨거운 정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한다. 412면/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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