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허수경/ 문학동네

 1970년대, 폭력적이던 정치현실 속, 부패 공무원인 아버지와 계모임으로 바쁜 어머니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경실이의 유일한 낙은 찐빵을 먹는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게에 앉아 찐빵을 한 입씩 베어 물다보면, 집에서는 느낄 수 없던 안락함과 달콤함마저 맛보곤 한다. 그러나 그 대가로 ‘전교에서 가장 뚱뚱’해진다. 경실이는 그런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못내 싫지만, 찐빵 먹는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대신 경실이는 일기를 쓴다. 그리고 스스로를 ‘미미’라 부르며 또다른 자신을 상상한다. 그런 경실이 앞에, 어느 날 이복언니라며 ‘정우’가 나타난다. 정우는 지구의를 빙그르르 돌려보길 좋아하는 소녀로, 경실이에게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에 대해 들려준다. 둘은 매일 밤,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이곳이 아닌 저곳을 바라고,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꿈꾼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등을 통해 외로움과 아픈 상처들을 서정적인 언어로 노래했던 시인 허수경이 장편소설 ‘아틀란티스야, 잘 가’를 펴냈다. ‘모래도시’ 이후 15년 만에 내는 두 번 째 장편소설이자 첫 성장소설로, 청소년 문학문화잡지인 ‘풋,’에 2009년 봄부터 2010년 여름까지 6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십여 년 전 한국을 떠난 뒤로 죽 독일에 거주중인 작가는, “7, 80년대의 참담한 시절이 지날 거라는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독일로 와서 공부도 하고 타국의 문화도 접했지만 제가 겪었던 그 시절이 아직도 우리를 떠나가지 못하고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노라” 고백한다. 이어 자신의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써내려간 ‘아틀란티스야, 잘 가를 통해 꿈을 꾸는 것조차 억압받았던 당시 청소년들까지 섬세하게 보듬어 안는다. 268면/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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