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권의 책> 그림자 도둑

 

나는 새로운 학교에 전학을 왔다. 아는 친구도 하나 없고, 마르케스란 덩치 큰 친구에겐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훔칠 수 있는 능력이 있게 되고부터 학교 수위인 이브 아저씨, 빵집 아들 뤼크와 친구가 되고, 반장도 되며 무난한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가게 된 나는 그곳에서 우연히 클레아라는 예쁜 여자아이와 친구가 된다. 클레아는 말도 하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지만 나에겐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이다. 다음 여름에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바닷가를 떠나지만 약속은 지키지 못한다.
몇 년 후 학교를 졸업하고 의대생이 된 나는 하루하루 잠과 싸워가며 공부하는 데 여념이 없다. 대학 동기인 소피와 사랑과 우정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던 어느 날, 꼬마 환자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진 소피를 데리고 엄마 집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만난 뤼크와의 우정을 다시 발견하고 소피와도 돈독해지지만 의대생으로 복귀한 뒤로 또다시 이전과 같은 삶을 반복한다. 뤼크도 도시로 와 의대생이 되어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시험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은 뤼크 때문에 셋은 느닷없는 바닷가로의 여행을 떠나고, 나는 그곳이 예전에 클레아를 만났던 곳임을 떠올린다. 여행 이후, 소피와는 우정으로 남게 되고, 뤼크는 의학공부를 하면서 의대생으로 사는 것보다 자신은 빵을 만들면서 사는 것이 훨씬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고 도시를 떠난다. 얼마 후 엄마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끝난 후 다락방에서 그림자와 대화를 나누며 어린 시절부터 내가 잊고 있었거나, 놓쳤던 꿈과 행복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아간다. 그리고 오랜 첫사랑 클레아를 찾아간다.
작품 속 어린 소년에게 몇 번이나 감동을 했는지 모른다. 소년은 부모님의 이혼, 학교에서의 왕따 생활,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차이고, 말 못하는 소녀와 사랑 등 불행이 연속인 삶을 산다. 힘들고 고달팠지만 혼자 눈물 흘리며 참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훔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아낸다. 그림자들은 소년에게 그들 주인의 속마음, 숨기려하는 것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소년은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그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년이 너무나도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요즘은 자기위주의 아주 이기적인  사회다. 모두가 남보다는 나를 우선으로 여긴다. 요즘 사람들이 이 책 ‘그림자 도둑’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다. 내가 곤경에 처해있더라도, 불행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상처와 아픔을 생각해 주는 여유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소년은 나중에 어른이 된다. 그는 우리의 어린 시절과 그때 품었던 꿈을 생각해보게 하며, 살아가는 동안 겪는 작고 사소한 관계와 사건들 속에서 미처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잊고 지낸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보게 한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다. 하지만 ‘그림자 도둑’이란 책이 있어 그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정말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한 책,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고, 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그림자 도둑’ 강력 추천한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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