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빨리 끝내라’ 대통령 지시, 현장 노동자들만 죽어나”
“‘공사 빨리 끝내라’ 대통령 지시, 현장 노동자들만 죽어나”
  • 승인 2011.03.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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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연속기획> 정부․건설사 계약 불이행 ‘시달리는’ 노동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력 등을 당초 계약보다 적게 투입하는 방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실제 4대강 공사 현장에선 정부와 대형건설사가 맺은 계약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의 인력과 장비만이 투입됐다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건설노조가 입수한 도급내역서(사업 세부내역에 담긴 정부-건설사 간 계약서)에 따르면 이들 회사들이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많게는 288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인력과 인건비를 줄여 건설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 속에서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만여 명 인건비 ‘증발’

경실련과 건설노조가 입수한 도급내역서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사업을 진행 중인 낙동강 24공구의 경우, 당초 계약보다 적게 투입된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가 2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3공구(대림산업), 한강 4공구(삼성물산), 금강 6공구(GS건설), 금강 7공구(SK건설), 낙동강 32공구(두산건설), 낙동강 33공구(현대산업개발) 등에서도 계약보다 100억원 이상 적은 금액의 인력과 장비만 투입됐다.

대형 건설사들의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도급내역서와 작업일보를 통한 직접 비교 분석이 가능한 12곳의 대형건설사 수주 사업장 중에서 가장 많은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가 사라진 곳은 낙동강 24공구다.

지난 2010년 1~6월 작업일보에 따르면, 6개월 동안 이곳에서 매일 평균 258명의 노동자가 일했다. 하지만 당초 도급내역서에는 2850만원의 연봉을 받는 건설노동자 1346명이 고용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 결국 계약인력의 81%인 1088명 분의 인건비 155억 원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장비 임대료 사정도 마찬가지다. 도급내역서에 따르면 낙동강 24공구에는 연간 임대료 5730만원인 장비 614대가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2010년 1~6월 계약 장비의 24%인 148대만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라진 466대 분의 장비 임대료는 6개월간 약 133억원에 달한다.

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2010년 1~6월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를 합쳐 모두 288억원이 사라졌다, 이 금액의 대부분은 원청건설사인 대우건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만약 2년의 사업기간 동안 실제 투입인력이 2010년 1~6월 작업일보와 같다면,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는 115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물산 역시 6개월간 한강 4공구에서 계약 대비 인력의 28%, 장비의 49%만 실제 현장에 투입했다.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를 합하면, 모두 145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림산업도 한강 3공구에서 152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GS건설의 금강 6공구는 계약 대비 실제 투입한 인력과 장비 비율이 가장 낮았다. 금강 6공구 도급계약서에 따르면, 매일 887명의 인력과 279대의 장비가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인력(106명)과 장비(65대)는 각각 계약의 12%, 23%만 투입됐다. 6개월간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는 모두 171억 원이다.

45개 사업장에 대한 도급계약서를 살펴보면, 건설노동자의 노무비는 전체 사업비의 21%를 차지해 국토해양부가 담당하는 168개 사업장(사업비 7조8251억원)의 노무비는 총 1조6433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년의 사업 기간 동안 2850만원의 연봉을 받는 건설노동자 2만8830명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결국 2만여 명의 인건비가 ‘증발’한 것이다.

김 팀장은 “사라진 노임 1조원과 장비 사용료 8000억원은 실제 공사를 수행하지 않는, 무늬만 건설회사인 원청업체들의 이득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약서상의 노무비와 중장비 임대료가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대형 원청업체들이 챙겨갈 수 있는 원인은 재벌 대기업에게만 특혜를 주는 턴키 발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턴키 발주를 통해 실제 공사비보다 잔뜩 부풀린 금액으로 손쉽게 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에게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시켜 시장가격 이하 수준으로 하청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결국 대형 건설사들은 실제 공사엔 손도 대지 않으면서 이 계약 차액을 통해 부풀려진 노무비와 기계경비를 손쉽게 부당한 이득으로 챙길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부작용, 고스란히 노동자들에 전가

인력과 인건비를 줄여 건설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 속에서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4대강 사업 현장에 투입된 건설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건설노조 박대규 건설기계분과위원장은 “계약보다 적은 수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데도 4대강 공사 진척율이 높은 까닭은 그만큼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하루 12시간 맞교대 작업이 횡행하다보니,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분들이 허다하다”며 “문제는 계약서상의 근로시간(8시간)보다 4시간가량 더 일하는데 노임은 그대로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루 8시간을 3명이 교대로 일할 것을 12시간 2교대로 일하다보니 결국 이익은 건설사가 챙기고 고생은 노동자가 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낙동강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정률을 높이라고 독촉하다보니, 4대강 현장엔 과속·과적·과로가 횡행한다”며 “작년부터 계속돼온 4대강 현장의 안전사고 역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설사들은 인건비 차액으로 배를 불리지만, 정작 현장 노동자들은 고질적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제대로 된 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설노조 김호중 수석부위원장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사업을 수주한 원청업체는 이득을 보지만, 다단계 하청을 거치면서 건설노동자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노임에 알선업자에게 불법수수료까지 챙겨줘야 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낙동강 22~40공구에서는 13시간 동안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며 “30공구에서는 하루 14시간 일했던 52세의 덤프트럭 운전사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급식소가 멀어 점심시간에도 거의 못 쉰다”며 “한 번도 병원 간 적이 없는 사람들도 쓰러지기 일쑤”라고 성토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4대강 사업 현장은 도시에서 이뤄지는 일반 공사와 달리 4대강 유역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4대강 사업이 대통령 지시사항이기 때문에 과적과 과속 등에 대한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4대강 사업을 빨리 끝내기 위해 무모하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건설사, 구체적 답변 피해

대우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경실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한 건설사일 뿐 대표하는 곳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GS건설도 “시공사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고, 대림산업은 “개별기업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

국토해양부 4대강 추진본부도 "대형건설사들이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를 챙겼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추진본부 한 관계자는 “경실련과 건설노조가 분석한 지난해 1~6월 작업일보는 공사 진척 속도가 늦은 때였기 때문에 계약과 차이가 난 것”이라며 “또한 장비의 경우, 계약보다 더 좋은 성능의 장비를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투입량과 계약 내용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근거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경실련 고계현 사무총장은 “2010년 12월 일평균 2만8000명을 투입됐다고 하는데, 이는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최대치개념”이라며 “결국 사업기간 2년 동안 일평균 투입인력은 2만8000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토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 사무총장은 또 “정부는 4대강 사업에서 수 조 원의 공사비가 제대로 투입되고 낭비되지 않는지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의 모든 작업일보를 공개하고, 원청 대기업에 지급된 세금(공사비)이 인건비와 장비임대료로 제대로 지급되었는지에 대한 공동 검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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