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야권연대

큰 줄기는 정해졌지만 저마다 계산법은 다르다. 4월 재보선이 불과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단일화 움직임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월 말 민주당 손학규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보선에서의 야권연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런 약속과 달리 선거가 다가올수록 ‘합의점 찾기’는 쉽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서로 상대방의 양보만을 바라며 자기 몫을 늘리는데 주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권 연대 과정에서 넘어야 할 몇가지 걸림돌을 살펴봤다.




“모난 게 있으면 깎고, 좁은 게 있으면 넓혀서 연대와 통합의 아름다움을 국민에게 보여주겠다.”

야권 연합과 관련 이정희 대표의 말이 성사되기 위해선 스스로를 희생할 줄 아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한다. 힘의 크기나 당선 가능성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기계적인 평등을 고수하는 것도 전체적인 줄기를 해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야권연합의 어려움은 순천 무공천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민주당 상황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이른바 ‘통 큰 연합’을 강조하며 무공천의 결단을 내렸지만 지역과 계파에 따라 시각차가 크다.

민주당 내부서도 ‘잡음’

결정난지 한 달여가 다 되가는 지난 7일 최고위원에서도 찬반 양론이 크게 엇갈렸다. 호남 대표를 자임하는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선거연합은 자선사업가가 기부행위 하는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반면 김영춘 최고위원은 “순천 무공천이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통 큰 희생임을 국민들도 인정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역 민주당 정치권과 재야 단체들 사이에서도 시각차는 현저하다. 민주당 소속 전남 도지사와 도의원들, 시․군 의회 의장들은 ‘순천 무공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전남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국민의 열망에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4월 재보선과 관련 “민주주의 후퇴, 민생파탄,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점철된 MB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야권연대를 실험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라며 한 발 더 나아가 ‘범야권 시민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에 있다.

이들은 이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순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민주당은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지역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국가 단일정당’

야권 연합의 당위성에 무게를 두는 이들은 4월 재보선을 하나의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야권의 힘을 모아 반드시 승리해야 내년 총선의 초석을 만들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발족한 민주당 ‘진보개혁모임’도 재보선을 기점으로 야권 통합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모임은 조만간 ‘제정당 시민사회’ 토론회를 열어 특정세력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연대를 모색할 예정이다.

단체 관계자는 “저마다 야권연합이라는 큰 뜻엔 공감하지만 당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며 “비단 민주당 뿐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월 재보선이 지나면 어떤 식으로든 판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 전에 최소한 중심틀은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금까지 나온 야권연합 시나리오도 다양하다. 선거 지역과 중요도에 따라 일시적으로 연대하자는 얘기부터 이 참에 ‘통 큰 단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담대한 진보’를 내세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012년 대전환을 위해서라도 민주당만으론 어렵다”며 “4월 재보선 승리를 기반으로 4월 가치동맹 추진기구를 만든 뒤 9월 정도에 복지국가 단일정당 추진기구가 출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차기 대표가 확실시 되는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현실을 인정하자는 쪽이다. 그는 “야5당과 시민사회 등이 대통합하는 건 좋지만 그럴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의 3당 선통합론을 내세웠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는 한층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각 정당이 합치는 무지개 연합 정당은 아름답지만 오래 못 갈 것”이라며 “차라리 선거연대나 야권 단일후보 등과 같은 이름으로 선거 때 한시적인 가설 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근 재보선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맞보며 때론 성공하기도, 때론 실패하기도 했다. 2012년 정치의 해를 앞두고 ‘전초전’으로 불리는 재보선에서 어떤 결단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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