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마음으로 읽는 그림, 그림으로 읽는 마음’




아마도 서부개척 시대쯤

서튼이라는 이름의 전설적인 은행강도가 있었다고 가정합니다.

신출귀몰의 솜씨로 수많은 은행을 털다 결국 붙잡혔을 때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은행을 털었나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서튼의 대꾸는 간단합니다.

“그곳에 돈이 있으니까.”

정신분석의 현장에서 ‘서튼의 법칙’이란 용어를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왜 그렇게 집요할 정도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중시하는가? 와 같은 의문에 답할 때입니다.

서튼 식으로 말해 보자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나’를 찾기 위한

무진장한 단서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첫 기억 속에는 현재 나의 행동패턴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심리코드가 숨어 있습니다.

진짜 나(眞我)를 직면하게 하는 심리적 비밀금고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린 나’를 대면하고 보듬는 일은 단순히

과거의 추억을 회고하는 식의 복고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어린 나’는 어느 다급한 피난길에 미처 챙기지 못하고

떠나온, 그래서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한시도

잊지 못하고 살아온 그런 동생 같은 존재입니다.

부두에 혼자 서서 울지도 못한 채 물끄러미,

배 타고 떠나는 나를 바라보던 그 눈망울과 작은 몸을

이제라도 내가 꼬옥 껴안고 다독거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다급한 일은 무엇인지요.

그 ‘어린 나’와 어떤 식으로든 대면하지 않고 혼자만

앞으로, 앞으로…나아가며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제가 알기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님은 마인드프리즘㈜의 대표 MA(Mind Analyst)로서 사람의 내면을 분석하여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치유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하여 우리 사회에 치유적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으며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도 이러한 치유 콘텐츠의 하나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마인드프리즘㈜에서는 심층심리분석, 기업 심리경영 컨설팅, 문화심리치유 등의 종합적인 정신건강 증진 솔루션을 개발, 제공한다. <마인드프리즘 홈페이지 www.mindprism.co.kr>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