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마음으로 읽는 그림, 그림으로 읽는 마음’




부음을 듣는 순간

‘내가 한쪽으로 기우뚱, 할 때가 있다’는

문인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무수히 많은 주삿바늘처럼

심장을 찌르는 며칠입니다.

이웃 나라의 끝 간 데 없는 부음과 절망을 목도하며

함께 지진 지역인 것처럼 내내 한쪽으로 기우뚱, 하는 느낌입니다.

고은 시인의 선혈(鮮血) 빛 애도처럼

‘몇 천일지 몇 만일지 모를 일상의 착한 목숨들’은

이제 살아오지 못합니다.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과 절망과 공포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의 슬픔과 절망을 이죽거림의 소재로 삼는 일,

돌 맞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슬픔을 애도에 앞서 교훈의

소재로 환치하는 일 또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자연재해 대비책이나 인간의 겸손함에 대한 교양적 계몽들은

애도와 위안과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해도

되는 일들이라고 저는 느낍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피 철철 흘리는 부상자를 옆에 두고

응급구난 시스템이나 조급한 인간의 심성을 반성하는 토론은

적절하지 않으니까요.

내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남의 슬픔을 깊이 애도하지 않고,

제대로 된 교훈을 얻는 경우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깊은 슬픔의 상태에 있는 이들에겐 진심 어린 애도와 위안,

현명한 배려와 격려가 무엇보다 먼저입니다.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은 대지진 후

피 토하듯 써내려 간 편지의 말미에 제게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일본 직원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일본 국민과 일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 부탁합니다.”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손 모아, 간절히.

일본, 그대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원합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님은 마인드프리즘㈜의 대표 MA(Mind Analyst)로서 사람의 내면을 분석하여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치유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하여 우리 사회에 치유적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으며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도 이러한 치유 콘텐츠의 하나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마인드프리즘㈜에서는 심층심리분석, 기업 심리경영 컨설팅, 문화심리치유 등의 종합적인 정신건강 증진 솔루션을 개발, 제공한다. <마인드프리즘 홈페이지 www.mindpri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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