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삼성 노동자 자살’ 1인 시위: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

삼성전자LCD 천안공장의 전직 직원인 고(故) 김주현 씨의 영혼이 80일 넘게 구천을 떠돌고 있다. 시신은 차가운 안치실에서 변해가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월 11일 삼성LCD 천안공장에서 투신자살했다.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다 삼성에 첫 직장을 얻은 김 씨는 활기찬 청춘 생활 한번 맘껏 누리지 못한 채 13층에서 몸을 던졌다.
삼성LCD 공장 직원 자살 사건에 대해 삼성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외면하면서 정치권·노동계 등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28일),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29일),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31일) 순으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오는 14일과 28일에는 전국 삼성전자 매장 등에서 1인 시위를 하고, 26일에는 결의대회도 연다. <위클리서울>은 지난달 31일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를 만나봤다.



아토피 심했지만 사측 받아들이지 않아

김주현 씨는 학원차량 운전기사인 부친과 청소 노동자인 모친을 돕기 위해 지난해 1월 삼성전자 천안공장에 입사했다. 고인의 기본 급여는 약 100만원 수준이었지만 잔업과 특근 수당을 합치면 한 달에 300~400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물론 그 이상의 일을 해야 했던 건 물론이다. 유가족들은 “아들이 연수를 받고 배치된 후 두 달여 만에 집에 왔을 때 힘들다고 호소하더라. 형식적으로는 3교대 근무였지만 12시간에서 15시간까지 일할 때도 있었고 수시로 불러내 일을 시켜 집에 온 적도 별로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의 부친 김모 씨는 “아들이 원래 아토피가 있었는데 입사할 즈음에는 다 나았었다. 하지만 입사 뒤 아토피가 악화돼 고통을 호소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이 공장에 배치되고 두 달 뒤 집에 왔을 때 아토피와 자극적 접촉성 피부염이 심해졌다는 얘기다.
고인은 결국 지난해 8월 타 부서로 옮겨줄 것을 요청해 자재관리부서로 발령이 났다. 하지만 업무가 고된 건 다르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11월 병가를 냈다. 약물치료를 받으며 집에서 쉬던 고인은 상태가 호전되다가 병가가 끝날 시점이던 1월 초부터 다시 불안해했다는 가족들의 전언이다. 고인은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고인은 1월 11일 부로 다시 복귀하게 됐다.



하지만 고인은 결국 삼성LCD 천안공장 13층에서 투신자살했다. 경찰은 단순 자살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입사 이후 고인의 생활이 순탄치 않았을 뿐더러, 사고가 났을 즈음 사측이 제대로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아 있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는 삼성 측의 ‘방치’로 고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장시간 노동, 동료 3명과 함께 사용하는 좁은 기숙사,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못한 채 사용하는 화학물질, 설비 이상시 매번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 20장 등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기업’ 삼성?
 
31일 광화문에서 만난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김주현 씨의 죽음은 과로로 인한 자살이 명백하다. 산업재해 노동자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고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이르게 했는지 규명할 것”이라며 “갈 길이 얼마나 멀지 모르겠지만 고인과의 약속을 무겁게 생각하며 반드시 고인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얘기했다. 
심 전 대표는 또 “삼성은 글로벌 기업, 세계적 기업이라고 자칭하는데, 작업장 내 근로조건이나 근로자에 대한 자세는 기본에 많이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인이 4차례에 걸쳐 투신 시도를 했고 2차 시도 때는 회사 직원이 발견해 방제요원까지 현장에 왔었는데 자살을 막지 못했다”며 “그 부분을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고인의 유가족들은 과도한 노동시간과 기숙사 관리 부주의 등의 이유를 물어 삼성전자의 노동관계법령(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이를 개별사안인 ‘진정’의 성격으로 접수했다. 심 전 대표는 “CCTV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모든 것을 삼성과 소통해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타살이 아니기 때문에 밝힐 것이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심 전 대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삼성 측에 대해 “삼성은 분명히 직원들에 대한 지휘· 감독의 책임이 있다”며 “삼성은 책임이 있는데 왜 인정을 할 수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글로벌기업’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경찰,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

일각에서는 고인의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보고 ‘삼성에서 일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면 퇴직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삼성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심 전 대표는 “본인의 개인적 사정으로 자살을 했는지는 이 사건의 전제일 뿐”이라며 “유가족들이 삼성에 대해 사과를 주장하는 것은 고인이 개인적 사정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회사 업무 때문에 자살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자살과 근무환경의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 전 대표는 “부모에게 아이를 돌봐야 하는 책임이 있듯 회사가 직원의 자살을 막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이 있다”며 “회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지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주현 씨는 12시간 근무는 물론 13~15시간 등 장시간 근무를 했고, 과다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는다고 위법한 작업 환경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현재 삼성 측은 고인의 자살이 병가로 인한 휴직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11일에 복직하기로 돼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직 중 발생한 일이라면 회사 측에는 면책사유가 되는 것이다.
심 전 대표는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도 근무관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본다. 당시 주현 씨는 두 달 병가 휴직을 낸 상태였고 휴직기간이 끝나 1월 11일 오전부터 근무를 해야 했다. 11일 출근을 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이 되는 상황이었다”며 “이 때문에 아침근무를 위해 전날 인천에서 천안의 회사 기숙사에 들어간 것이다. 또 휴직 상태에 있어도 회사는 직원들에 대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타살이 아니기 때문에 밝힐 것이 없다는 입장. 심 전 대표는 “삼성LCD 공장이 있는 관내에 경찰서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해온 터”라며 “그러나 CCTV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는 도를 넘어섰다. 경찰이 모든 것을 삼성과 소통해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의 일개 부서 같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경찰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어지길 바란다든가, 삼성이 이 사건에 대해 조치를 취하거나 혹은 결론을 내는 것 등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자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심 전 대표는 “고인이 남 몰래 기숙사에서 뛰어내린 것도 아니고 4차례에 걸쳐 투신 시도를 했다. 2차 시도 때는 회사 직원이 발견하고 방제요원까지 현장에 왔었다. 그런데도 자살을 막지 못했다”며 “담당자나 방제요원은 왜 자살을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이런 부분을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삼성 노동자 자살

유가족들은 80일 넘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날씨까지 풀리면서 고인의 시신이 부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심 전 대표는 “삼성은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들에게 사과해서 빨리 끝나길 바라지만 원칙적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장례를 치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월 3일에도 같은 공장 여자기숙사에서 여성 노동자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불과 1주일여 만에 또 한명이 자살한 것인데 삼성은 직원들의 연이은 자살이 개인사일 뿐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심 전 대표는 “삼성은 분명히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의 책임이 있다. 그것을 애매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며 “책임이 있는데 왜 인정을 할 수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삼성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허무맹랑한 신화를 이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은 글로벌 기업, 세계적 기업이라고 자칭하는데, 작업장 내 근로조건이나 근로자에 대한 자세는 기본에 많이 못 미친다”며 “현재의 삼성은 근로자들의 이 같은 희생들을 전제로 서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 문제를 전 사회적인 차원에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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