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어설픔’



세상은 점점 완벽을 추구하는 프로들의 경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삶의 형태를 승리와 패배로만 인식하는 게임의 룰 속에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전사로 성장한다. 시험에서 이기고 달리기에서도, 노래와 그림, 심지어는 외모에서도 친구를 이겨야만 한다. 그렇게 완벽해져야만 세상이 주는 이익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그렇게 오래전부터 끝없이 긴장해 왔다. 팽팽하게 조여진 바이올린 줄이 툭 끊어지는 순간, 우리는 병이 들고 아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기웅 원장은 “병이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프다는 것은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면 우리는 비로소 쉴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병을 앓게 된 후 오히려 더 착해지고 행복해진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만나곤 한다. 그들은 아픈 뒤에야 비로소 인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듯,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 더 느슨하고 더 어설프게 살기를 자처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프기 전에도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조금 어설퍼져보자.
제목에도 나왔듯이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어설픔’이다. 이기웅 원장은 그냥 아픈 환자에게 침놔주고 약이나 지어주는 보통 한의사가 아니다. 그를 사람들은 ‘별난 한의사’라고 부른다.
그는 다른 의사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아프기를 바란다. 아픔을 겪음으로서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에게 찾아오는 환자는 불행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불행한 삶을 살며,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다고 그에게 털어놓는다. 그는 그런 환자들을 위해 ‘어설픔’을 처방해 준다. 약간은 어설프게 살아보라, 함께 여행을 가자,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거나, 같이 등산을 가는 등 어쩌면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처방을 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처방을 해준 그 자신도 놀랄 정도로 대단하다.
사람들 앞에 나가기 두려워하고 햇빛도 보지 않은 채 먹기만 해 뚱뚱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잦은 싸움을 보며 자라왔다. 어느새 그녀 자신도 난폭했던 엄마를 닮아있었고 그러한 사실에 좌절하고 만다. 그런 그녀가 이기웅 원장을 찾아갔다. 고민을 털어놓은 그녀의 이야기는 온통 부모에 대한 원망뿐이었다. 그는 그녀와 태백산에 올랐다. 그리고 그녀에게 잔디에 눕기를 권했다. 그는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춥지만 이상하게 포근해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저기 능선을 보며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아, 나는 지금 엄마의 자궁 속에 누워 있구나, 하고 말이에요”라고 했다.
얼마 뒤, 그녀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두 달 뒤, 그녀는 몰라볼 정도로 살이 빠져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살 빼려는 사람들한테 목숨 걸고 해줄 말이 있어요. 비만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에요.” 자기비하와 자기혐오 대신에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었다. “행복하면 살이 빠져요. 정말이에요.”
여러 에피소드로 이뤄져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힘들었던 일상생활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마음속 깊이 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책 ‘어설픔’은 빡빡한 일정과 많은 스트레스로 지쳐있는 현대 사회인에게 정말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완벽’만 추구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어설픔’을 권해본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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