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이은조/ 은행나무

 연극작가를 꿈꾸는 여주인공의 주변 현실이 내면의 시선을 따라 펼쳐지는 이 작품은 오늘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일, 가족, 사랑, 우정 등을 소소히 클로즈업한다.
모두가 돈을 좆아 달려가는 세상에서 돈보다는 꿈을 좆는 연극계 사람들. 그러나 열정만으로 되는 현실은 없다. 예술만 하고 싶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요구한다. 작가는 연극 작가이자 홍보실장인 여주인공을 통해 그러한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작품은 그러한 현실의 굴레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분투하는 삶들에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할머니, 위장이혼을 하고 새살림을 차린 아버지, 싱글맘 친구와 수상한 동거 생활을 시작한 언니, 이렇게 뿔뿔이 해체되어 일인가족이 되어 버린 집안의 모습은 간섭 없는 이 시대의 풍경이다. 하지만 작가는 일가족의 각기 다른 삶과 사랑의 방식을 보여줄 뿐 옳고 그름을 가르지 않는다. 그리고 각기 떨어져 살아도 마음으로 보듬는 가족애를 보여주면서,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사랑임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결혼은 할 생각 없고 만나면 습관적으로 섹스나 하면서도 외로운 게 두려워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 관계는 ‘남들이 하니까’, ‘없으면 허전하니까’ 하는 타성에 젖은 사랑, 그 내면의 권태를 들춘다.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연극 작품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이십 대의 사랑, 짝사랑, 동성애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그려져 현실의 예술화를 체험하게 한다.  
이처럼 작가는 지지부진한 청춘의 버석거리는 일상과 불협화음을 배경에 깔고, 이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꿈꾸고, 자신이 마주한 현실과 최선을 다해 싸우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고 있다고.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작품을 읽다 보면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한데 어우러져 어느새 아름다운 합주곡으로 작품 속에 녹아 흐른다. 304면/ 12000원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