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옮긴이 조영학/ 열린책들

 부유하고 전통적이며 매우 종교적인 도시,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유분방하고 매음굴, 어두운 인물들, 은밀한 거래로 가득한 에든버러. 스티븐슨이 태어나 성장한 이 도시의 극명한 대비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이후 그의 작품에 독특한 테마를 제공했다. 또한 선천적으로 허약했던 탓에 항해와 여행을 즐겼던 젊은 시절은 그에게 또 다른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 모두 그의 정서와 경험이 그대로 묻어 있는 기묘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명예와 존경을 누리던, 그러나 본능적 욕망에 갈등하던 지킬 박사는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제2의 자아 하이드를 깨워 분리해 낸다. 시간이 흐르며 작고 약했던 하이드의 힘은 차츰 커지고 마침내 지킬의 영혼을 잠식하는데…. 
고딕 중편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두 주인공, 즉 존경받는 신사 지킬과 억압과 체면을 벗어던진 하이드 씨의 관계를 해석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프로이트식으로 말한다면, 성공한 중산층 신사인 지킬의 억압된 자아인 하이드가 맨얼굴로는 감히 일견조차 못 했던 이드의 세계를 탐색하고 나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자상한 아버지와 방종한 아들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 혹은 자신을 잘못된 범으로 예속해 버린 사회 전반에 대해 무조건적이고도 무차별적인 복수를 행하는 사회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점잖은 겉모습에 싸인 욕정 가득한 내면을 꿰뚫는 묘사로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과 타락에 관한 최고의 안내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그 어떤 의미이든, 주류 사회의 관점을 벗어나 그동안 관습적으로 억압되고 침묵되었던 여백을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여전히 살아 있는 ‘오늘의 책’인 이유이다. 320면/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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