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두승산밑 꿀벌집 벌집아씨의 일기장-108회

이 글은 도시에서 살다 오래전 귀농해 전북 정읍시 덕천면 상학리 두승산 자락에서 양봉업(두승산밑 꿀벌집/www.beehome.co.kr)을 하며 살고 있는 벌집쥔장(김동신님)과 벌집아씨(조영숙님) 그리고 세 아이 정우와 주명이, 영섭이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소소한 생활을 아주 자유스럽게 담은 것입니다. 글은 벌집쥔장과 벌집아씨가 번갈아가며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꾸밈없고 진솔한 ‘참살이’ 모습이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독자님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이란 생각에 가급적 말 표현 등을 그대로 살려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

우리 집 대문 앞에는 상수리나무와 아카시아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원래는 더 많았었는데 옆집 공사를 하면서 다른 나무들은 다 캐버렸답니다.
그런데 공사할 때 지금 남아있는 나무도 포클레인으로 뽑으려는 것을 못하게 했는데, 그때 포클레인으로 인해 상수리나무에 상처가 났었나 봅니다.
어느 날 아침밥 먹고 일을 하기 위해 나갔는데 상수리나무 옆에 말벌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른 가봤더니 글쎄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빨갛고 대추를 닮았다고 해서 이곳에선 대추벌이라고 부르는데, 이 녀석들이 한마리가 아닌 서너 마리가 나무 상처 난 부위 주변을 서성이고 있고, 그 주위엔 나비와 함께 여러 종류의 곤충들이 몰려 있습니다. 충판 찾고 있는 울신랑한테 달려가 숨넘어가는 소리로 말했지요.
“저기 상수리나무에 대추벌 많이 와.”
이미 알고 있었는지 울신랑 반응이 별로입니다. “저 넘 잡아서 술 담아야지~~” 혼자 하는 소리를 시동생이 듣고 따라옵니다.




대추벌 잡다가 놓쳐버리면 자칫 바로 반격을 당하는 수가 있어 조심을 해야 합니다. 배드민턴채를 넘겨받은 시동생이 내려쳤는데 세 마리 중 두 마리를 잡았습니다.
“우와∼크다, 뭐 이리 커요.”
“지금 오는 대추벌은 다 여왕벌이라서 그래요.”
“여왕벌이라구요?”
대추벌은 가을에 다 죽고 여왕벌만 살아서 있다가 봄이 되면 다시 번식을 하는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꽃가루 날아다니는 봄이면 울 막둥이 녀석 눈이 간지럽다고 하기에 막둥이 주려고 술에 넣으면 좋은데 고등학생 술 먹일 수가 없어 꿀병에 넣었습니다.
“이게 어디에 좋은 거예요?”
“대추벌이 죽으면서 독을 쏘아서 그 독을 먹는 건데 여러 곳에 다 좋은데 비염과 알레르기에도 좋아요.”
그후론 울 시동생 시간만 나면 대추벌을 잡아다 꿀병에 넣습니다. 가을에 우리벌 잡아먹으러 오면 잡아서 몇병씩 술을 담그려고 마음먹었는데 이렇게 여왕 대추벌을 잡으니 기분이 좋긴 한데 가을에 대추벌이 한 마리도 안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참으로 요상합니다. 상처가 난 나무에 파리부터 시작해 대추벌, 중탱이, 사슴벌레, 나비 등이 모여서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상처가 난 저 나무에서 무얼 먹기에 저렇게 여러 아이들이 모일까? 시동생과 전 궁금해서 한참을 들여다 봅니다.
“상수리나무가 영양가가 많은가 봐요. 그러니까 저 아이들이 매일같이 모이지.”
“몰라요. 우리 어렸을 때도 상수리나무가 있었는데 그때도 그랬어요.”
시동생은 이런 걸 어렸을 때도 본 모양입니다. 나무를 차지한 사슴벌레 녀석 다른 아이들이 먹지 못하게 뿔로 나비를 공격합니다. 그러나 나비는 좀 멀리앉아 긴 혀인지 더듬인지를 내밀어 진액을 빨아 먹습니다. 저도 공격당하는 녀석이 더 약한 파리며 꽃등애 등을 공격합니다. 그 아이들이 먹으려고 가까이 가면 날개를 확 펼치면서 힘 있게 내려칩니다.





그런가하면 대추벌 녀석들은 무서운 것이 없는 듯 무법자처럼 달려들어 먹습니다. 가끔 사슴벌레가 들이박으면 잠시 날다 다시금 앉아 빨아먹지요. 작은 상처인데도 어떻게 저리알고 날아왔는지 참 궁금합니다.
옆에 있는 다른 상수리나무를 보던 시동생 소리칩니다.
“형수님 여긴 무지큰 사슴벌레가 숨어 살아요.”
“굴속이라 잡지도 못해요.”
카메라 들이대도 꿈쩍 않고 있는 사슴벌레 녀석. 그렇게 나무에 난 작은 상처 주위에 또 다른 세계가 있네요. 호랑나비 녀석 멋진 모습 좀 담아보려 애쓰지만 어찌나 잘 알고 줄행랑을 치는지요. 노오란 나비 녀석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쓰고 배만 채웁니다.

인간 승리여~~
 
새벽부터 무섭게 내리던 빗소리는 잠까지 설치게 합니다. 휴∼로얄제리는 어떻게 하라고 비가 저리 내린담. 나보다 먼저 일어난 신랑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컴퓨터 앞으로 갑니다. 저 무서운 빗소리와 바람소리 듣고 나가면 그것이 이상하지. 무거운 몸을 방바닥에 기댄 채 눈만 멀뚱거리고 있는데 비가 잠깐 멈추는 소리가 들립니다.
“정우아빠 얼른 나가서 제리틀 꺼내. 비 조금 와.”
그 소리에 남편 밖으로 나가고 얼른 밥 올려놓고 시계를 보니 6시20분이다. 어~다른 때보다 늦었네.





얼른 서둘러 밖으로 나가니 역시나 비는 다시 들이 붓는 듯 내립니다. 봉사 쪽을 살펴보니 남편이 없습니다. 이상하다. 제리틀 안 꺼내고 어딜 갔지? 봉사 안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바닥을 쓸고 있네요. 하늘이 살짝 맑아지는 듯하더니 비가 그칩니다.
“정우아빠, 얼른!”
바닥을 쓸다 살짝 멈춘 비를 보고 얼른 나갑니다. 이렇게 잠깐씩 머무르면 많이 늦어지는데. 시동생도 내일은 로얄제리 쉬는 날이라고 오늘 일 끝내고 집에 간다했는데.
휴∼그래도 다행입니다. 비가 잠깐 멈춘 틈을 타서 제리틀 다 꺼냈으니 충판 찾을 때만 안내려주면 되는데. 제리 체취작업 끝내고나니 10시가 다 되어갑니다. 역시나 늦었습니다.
아침밥을 먹는데 또 하늘은 앞도 안보일 정도로 캄캄하고 다시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내립니다.
“정우아빠, 도련님 그냥 집에 가라고 하지.”
“당신 혼자 어떻게 하려고. 눈 빠질 텐데.”




그 소리에 시동생도 이충 끝내고 간다고 하는데 좀처럼 비는 그칠 기미가 안보입니다. 한 시간 넘게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추고 컴퓨터를 하고 있는 남편을 내쫓듯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다행히도 어제 오늘 충판을 찾아놓은 것이 있어 안심입니다. 휴^^ 눈만 아니라 머리도 다 빠질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밖이 캄캄하니 작은 애벌레 꺼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날씨가 너무 한다며 투덜대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작업을 끝내고 한마디 합니다.
“정우아빠, 이런걸 뭐라고 하는지 알오? 인간 승리란 거야.”
그 소리에 울 신랑  “웅∼ 맞오, 인간 승리야.”
그렇게 오늘도 빠지려는 눈과 이마를 두드려 박으며 일을 끝냈습니다. 사람의 손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많던 일 언제 하나 싶다가도 시작하면 어찌어찌 그렇게 끝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계속 내리는 비에 로얄제리 양이 좀 적게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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