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지음/ 홍성사



손봉호 교수는 198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시작하면서 기독교가 사회 문제에 대해 눈 뜨게 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새생활운동을 전개하며 윤리에 기초한 사회운동을 해왔고, 최근에는 금권선거로 얼룩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운동을 제안하여 많은 지지를 얻어낼 만큼 운동가로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손 교수는 잘못 돌아가고 있는 한국 기독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윤리와 고통의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성경적 기본과 본질에 충실한 삶을 부르짖는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윤리적 삶을 위해 스스로 환경을 사랑하는 생활 습관에 앞장서고 소비를 절제하며 원칙을 중시하면서 우리 사회의 도덕성 회복에 세례 요한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책은 ‘행복’, ‘환경’, ‘정의’, ‘통찰’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나의 행복’에서 손 교수는 자신의 인생 여정을 재미와 위트를 곁들여 정감 있게 그려냈다. 가난한 촌 출신으로 경주로 유학을 가서 영어 공부에 매진하게 된 이야기, 한학을 독학으로 공부하신 아버지의 열린 교육관, 고등학교 시절 학교 신문을 만들며 교장 선생님을 비판할 만큼 강직한 성품 등 손 교수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다. 영문학을 전공한 손 교수가 신학을 한 후 철학자가 된 데는 군 복무 시절 겪은 부조리에 대한 고통이 동기가 되었다. 학문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논문을 발표하는 학자가 아닌 사회 운동을 선택한다. 특히 손봉호 교수와 단짝으로 거론되는 이만열 교수와의 오랜 우정과 신뢰가 가슴을 울린다. 2부 ‘환경의 윤리’에서는 손 교수의 환경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름에 냉방기를 틀지 않고 겨울에 보일러 대신 벽난로에 허드레 나무를 때며 난방을 하는 손 교수는 남한산성 부근에 태양열 주택을 짓고 화학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여 생활하고 있다. 자동차 타기보다 걷기를 즐기는 그의 이런 환경 사랑 노력을 통해 자연과 가깝게 사는 것이 진정한 웰빙임을 깨닫게 된다. 3부 ‘사회의 정의’에서는 바른 사회를 위한 손 교수 특유의 쓴 소리가 소개된다. 나의 원수와 이웃의 원수를 혼동하지 말 것과 사형제도에 대한 입장, 권력과 한국 교회의 선긋기,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분노해야 할 것 등을 일러준다. 마지막 4부 ‘철학의 통찰’에서는 자신의 철학적 인생관을 소개하며 정직과 성실의 길이 곧 성공의 길임을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와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잠깐 쉬었다가》에는 현대인의 게으름과 무절제와 이중성이 손 교수의 단호한 필체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하지만 손 교수의 검소한 생활을 바탕으로 말과 삶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삶에서 따뜻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교회의 부패를 경계하고 사회 윤리와 정의를 부르짖는 손 교수의 혜안과 유머가 돋보이는 이 책에서, 독자들은 일상의 욕구를 채우느라 여념이 없는 삶을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길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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