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륙한 '월가 집회' 현장




금융자본에 맞선 ‘월가 시위’가 한국에 상륙했다.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기치를 내건 ‘월가 시위 국제연대집회’가 14일 밤 대한문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 대한문 집회에 모인 인원은 주최 측 추산 1000여명(경찰추산 600여명)으로 ‘99% 행동준비회의’ ‘빈곤사회연대’, ‘다함께’, ‘전국학생행진’, ‘다음 아고라’ 등 42개 시민사회단체와 일반시민들이 참여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일부 정당들도 함께했다. 경찰은 20중대, 14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시위에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지만 대다수가 20~30대 청년들이었다. ‘한국청년연대’, ‘전국학생행진’, ‘대학생사람연대’ 등 청년시민단체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시위참여자들은 촛불을 켜고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박석운 공동대표는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에 경찰을 투입했다”며 “오후 2시에 있었던 여의도 금융감독원 시위에서 이명박 대통령 가면이 나타났기 때문인가”라고 규탄했다.

한국청년연대 윤희숙 씨는 “소수에 있는 사람들만 재산이 늘고 나머지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현실을 보면서 체제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도 99%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집회 참여이유를 밝혔다.




대학생 이승효 씨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도 직장 얻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며 “재벌 대기업이 흑자를 보고 있다고 신문에 종종 나는데 도대체 국민에게는 얼마나 돌아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촛불 네티즌이라 밝힌 한세정 씨는 “비정규직, 반값등록금, 한진중공업 문제 등 촛불을 켜야할 곳이 너무 많았다”며 “‘Occupy 서울’에서 이 모든 의제들이 하나로 뭉쳤다. 99%의 문제들이 해결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여대 김정례 씨는 “천만원 등록금 시대가 열렸다”며 “밥을 사먹기에도 힘들다”고 밝혔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오늘 롯본기 공원에서 시위 중인 일본 도쿄 실행위원회에서 공동연대투쟁을 더 강화하자는 메시지가 왔다”며 “월가 시위가 전세계적인 번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스페인 청년 5명은 ‘United of Global change’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나와 “월가에 이어 진행되는 한국판 Occupy시위를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녁 8시 40분께 주최 측인 ‘99% 행동준비회의’는 시위 해산을 알렸다. 주최 측은 “다음주 토요일인 22일에는 ‘시청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하겠다”며 “99%의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월가 시위 국제연대집회’는 전 세계 80여개국 9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월가 시위는 미국의 장기 경제침체에 속에서 학자금 부담에 고통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이 제일 먼저 시작했다. 장기 불황에 따른 실업률 상승으로 취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소외계층의 부를 침탈해 간다고 생각하는 가진자들에 대한 항의’, ‘경제침체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되는 투자은행들에 대한 항의’를 시작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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