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기, 이윤학, 이문재 외 지음/ 문학세계사





민통선에서 제주도까지 23명의 시인들이 찾아낸 산과 섬 속의 오지 『시인의 오지 기행―고요로 들다』는 이문재, 김상미, 조은, 이윤학, 이대흠, 손택수, 유홍준, 박후기 등 오늘의 한국시를 이끌어가는 젊은 시인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오지 속의 비경들을 찾아 쓴 여행 에세이이자 오지 안내서이다.

길 없는 길을 찾아 떠난 시인들의 시심詩心 가득한 여행의 사색이 편편이 담겨 있다. 시인들은 강원도의 깊은 숲길에서 ‘도원으로 들어가는 비밀 지도’를 발견하기도 하고, ‘동백꽃 붉은 용암으로 넘치는 섬’을 내 영혼의 거처로 삼기도 한다. ‘길 위에서 시를 썼다’라는 표현은, 이를테면 ‘오지를 찾아간다’라는 표현만큼이나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물리적인 거리, 혹은 도달 시간만을 두고 말한다면 더 이상 ‘오지’는 없다. 달 표면에도 이미 인간의 발자국이 찍혔으며, 패스파인더(미국의 무인 화성탐사선)는 화성의 어느 골짜기에서 추위를 견디며 길을 찾고 있다. 마음에서 잊힌 곳을 찾아간다고 했을 때, 오지라는 말은 비로소 원래의 의미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지는 깊은 산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닿고자 하는 바람으로서의 심원心願으로도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23명의 시인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찾아낸 각양각색의 오지들은 시인들의 개성만큼이나 다른 빛깔을 뿜어낸다. 시인들은 인적이 끊긴 각자의 오지에서 ‘홀로’가 되어 대자연의 풍광 속에 스며들기도 하고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기도 하면서 시를 낳는다. 또한 각 산문의 말미에는 시인들이 직접 답사하여 작성한 교통편, 숙박, 맛집 안내 등 오지 여행을 위한 가이드 팁이 수록되어 있다. 북새통 같은 피서지를 벗어나 고요하고 평안한 여행지를 찾아가고 싶은 여행자에게 『시인의 오지 기행―고요로 들다』에서 시인들이 소개하는 23곳의 오지는 심신을 씻어주는 최고의 휴식처가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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