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신간>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 승인 2012.12.24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현 지음/ 푸른길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정해진 패턴이 있다. 집을 나와서 같은 길을 지나 회사로 출근하고 매일 비슷한 식당, 비슷한 까페를 간다. 거리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일상의 패턴이 있을 것이다. 이 패턴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장소의 반복에서 나온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항상 어떤 ‘장소’에 속해 있으며, 그 장소는 그곳에 속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각자의 장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면 그들의 삶을 보고 경험하고 관찰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처럼 어떤 지역이 친밀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지역에 대한 느낌이나 의식인 ‘장소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장소는 동네 슈퍼부터 필리핀 식당,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고향과 다방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필리핀 식당에서 모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이민자들을 보며 느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나 대형마트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는 동네 슈퍼마켓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는 날카로움과 함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크고 화려한 장소보다는 작고 사라져 가는 것들, 자신을 한껏 드러내며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보다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것들이 저자의 눈길을 끄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주의 가맥, 대형 슈퍼마켓의 틈새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동네 구멍가게, 다리 밑에서 소일하는 노인들,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공항과 버스 정류장..,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어떤 곳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일상을 보내는 활동 장소일수도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우리 주위의 장소와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관찰한 한 지리학자의 관찰기이다. 저자는 전작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와 ‘골목길에서 마주치다’에서도 오랫동안 주변을 관찰해 온 지리학자로서의 면모를 살려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곳,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곳과 같은 우리의 일상적인 주변을 묘사하는 특유의 입담을 보여준 바 있다. 

장소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삶의 현상을 담고 있다. 그 풍경이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바탕으로 해서 그 장소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실체를 담고 있을 때도 있다. 우리는 어쩌면 흔히 지나치는 모든 장소를 너무 당연히 여기고 언제까지나 그곳에 있을 거라고 안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장소는 바뀌기 마련이다. 이 책은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를 우리 주위 장소를 둘러보고 그곳이 담고 있는 시간과 그 의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