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명 소비자 피해 우려

상조업계에 때아닌 ‘대란’ 춘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로 인해 350만 상조서비스 가입자들은 또 다시 긴장해야만 할 처지에 몰렸다. 국회가 상조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제?개정한 ‘할부거래법’ 상 선수금 예치비율이 오는 3월 18일부터 상향조정되기 때문이다.
상조서비스 가입자들은 지난 2010년 상조업계 1위인 보람상조 최철웅 회장 일가가 300억원대 상조회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한바탕 파동을 겪었다. 상조업체의 선수금 상향조정은 보람상조사태 이후 도입된 것이다. 업계에서 일고 있는 ‘상조 대란’ 우려를 들여다봤다.







부실 상조사들이 무더기로 나올 전망이다.
‘할부거래법’상 3월 18일을 기해 선수금이 30%에서 40%로 대폭 상향조정되면 이를 채우지 못한 상조사들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8일 선수금 보전비율을 20%에서 30%로 올린 후 같은해 4월 24일부터 6월 15일까지 보전비율 위반업체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307개 업체 중 92개 업체가 보전비율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상조업체들이 공개한 주요정보를 통해서도 전체의 17.6%인 54개 업체가 법정 선수금 보전비율에 미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업체 구조조정 불가피”

공정위는 “위반업체엔 시정권고 등을 통해 부족한 예치금, 담보금을 채우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는 뚜렷한 제재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을 정지시킬 수도 없다. 자본금 3억원 미만의 미등록업체나 법정보전비율을 채우지 못한 부실업체들이 공공연하게 영업하는 것을 사실상 용인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조합가입이 곤란할 정도의 부실업체는 매각, 계약이전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3월 중순이후 법정보전비율에 미달되는 업체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겠지만 부실업체를 퇴출시키지 못해 많은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등록 상조업체는 지난 2010년 337개에서 지난해에는 307개로 소폭 줄었다. 가입회원수는 275만명에서 351만명으로 늘었다. 고객불입금도 1조8555억원에서 2조4676억원으로 증가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법정보전비율 상향조정(30%)에 따라 실태점검에 나섰으며 무려 92개사의 불법행위를 잡았다.

지난해 5월기준으로는 위반업체가 88개사였다. 전체 307개사 중 28.7%에 달했다. 상조업체 10개 중 하나는 법으로 정해놓은 보전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법정보전비율은 은행이나 금융사의 예금보험지급과 같다.
은행이 부도가 나면 예보료로 원리금 중 5000만원까지 보상해주는 것처럼 상조회사에 법정보전비율을 강제하는 것은 상조업체가 망하더라도 은행이나 조합에 예치해 놓은 보전금으로 소비자피해를 줄이려는 것이다. 보전비율은 2011년 20%에서 2012년 30%, 2013년 40%로 매년 10%p씩 상향, 2014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도록 법제화돼 있다.

그러나 아예 보전금을 예탁하지 않고 있는 업체가 27개사(8.8%)였다. 보전비율이 1~10%이하인 상조업체는 18개(5.9%)였다. 11~20%와 21~29%는 각각 25개(8.1%), 18개(5.9%) 였다.
때문에 법정보전비율이 30%에서 40%로 높아지면 부실기업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공정위는 그러나 이들을 퇴출시킬 방법이 없어 공제조합 가입이나 M&A유도를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대규모 M&A 검토중

공정위는 “법정 보전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조업체 중 공제조합에 가입을 원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최대한 가입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 공제조합의 가입심사 업무 등에 대해 점검중이며 필요시 정관, 공제규정 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조합가입이 곤란한 정도의 부실업체의 경우 매각이나 계약이전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공정위는 공제조합을 통해 부실업체가 우량한 대형상조회사에 인수될 수 있도록 중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장례에 소요되는 물품과 용역을 제공하고 회원제 형식으로 운영되는 상조회사라는 독특한 형태의 기업이 등장한지 30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전적으로 관리하는 독립된 법률이 없어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형태의 상조서비스 제공 업체가 300여개나 존재하고, 가입자 숫자가 350여만 명에 달해도, 또 각종 사고가 발생해도 소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정부 당국은 2010년 하반기, 대형 상조회사들이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이른바 상조대란이 빚어진 이후에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나마 별개의 법률이 아닌 기존의 ‘할부거래 등에 관한 법률’을 동원해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정치권에서 상조업계의 건전한 육성과 가입자들의 보호를 위해 ‘상조법’이 얘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상조피해자구제’ 신청

한편 상조서비스에 가입했다가 상조회사가 폐업, 도산, 소재불명 되어 장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피해를 봤다면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한국전문장례식장협회와 공동으로 피해구제를 신청 받아, 장례 후 남은 잔금만 내면 전문장례식장과 공공장례식장에서 똑 같은 장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상조피해자구제’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2010년 상조관련법이 시행되기 전 400여 개 이상의 중소상조업체가 난립하여 경영부실, 도산, 폐업 등으로 상조할부금만 납입하고 상조업체가 사라져 소비자피해가 속출했다.

현재 307개 업체가 영업 중이나, 탈락한 약 100여 개 업체에 가입한 상조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2012년 8월 대한노인회 춘천지회가 운영하던 상조회가 파산하여 매달 회비를 납부해온 1,5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상조피해를 입었다. 같은 해 9월엔 부산지역에서 3,000여명이 가입한 ‘해오름상조’ 회장이 회사를 갑자기 폐업 처리해 많은 상조피해자가 발생했다.

2012년 11월 ‘미래상조’ 사장 부부는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 서민들을 대상으로 상조회원 8,500여명을 모집하여 그 중 완납한 회원 1,048명으로부터 상조부금 24억 원을 받아 약 9억 원을 빼돌려 횡령해 검거됐다.
앞으로도 많은 상조회사의 M&A가 예상되는 만큼 피인수 회사의 수많은 상조피해소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할부거래법에는 인수합병에 대해 소비자에게 이전 사실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할부거래법에 따른 선수금 보전, 해약환급지급 등 모든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을 무시하고 우량회원만 인수하는 등 조건부 인수합병이 이뤄져 소비자 피해로 이뤄질 수 있다.
상조피해자들은 은행, 보험과 같이 예금자보호에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금소연이 소비자가 상조상품에 가입하는 본래 목적대로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나선 것이다.

‘상조피해자’ 임을 확인 받아 상례가 발생하면, 원래 계약한 서비스와 동일한 ‘장례서비스’를 받고 미납 잔여금만 납입하면 된다. 전국의 전문장례식장과 공공장례식장(약 450개)에서 지원하고 있다.
상조피해자구제는 약10만 명 이상의 피해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2014년까지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예치(50%)를 못하여 인수합병에 의해 폐업 및 도산하는 업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조피해자는 금소연 홈페이지에서 정회원 가입 후 구제신청을 접수 받아 소정의 심사를 거쳐 대상자로 확정한다. 이를 협력기관에 통보해 대상자는 상조회사에 불입한 금액을 인정받고 가입한 상조상품에 해당하는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금소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상조피해구제사업은 전문장례식장과 공공기관의 시설 여력을 활용하여 공익적 차원에서 상조피해구제사업에 동참 실시하는 것으로 피해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호소했다.
350만여명이 가입한 상조업계가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대란’ 우려를 잘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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