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5월의 한가운데에서





5월의 그리움

환하게 피어난 꽃을 보면 그리움이 커진다. 가슴 깊은 곳에 침잠되어 있던 그리운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이제는 아스라이 전설로만 남은 추억의 편린들이 조각조각 맞추어진다. 지난날들의 아련한 기억들이 손을 내밀면 닿을 것만 같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때 그 시절로 달려가고 싶다.

유년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함께 뛰놀았던 친구 녀석들의 얼굴들도 있다. 옛날이야기 주저리주저리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얼굴도, 돗자리 깔고 앉아 밤하늘의 별을 헤던 이웃들의 얼굴도 있다. 가장 그리워지는 얼굴이 있다. 어머니다. 유년 시절의 모습도 정겹고 별을 함께 세면서 즐거워하던 시절도 아름답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는 비할 수가 없다.



환하게 웃으시며 안아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렇게 보고 싶을 수가 없다.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어머니의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다. 그러나 잡을 수 없다. 어머니는 가슴 속에 있을 뿐이다. 그러니 더욱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없이 서글프지만 어찌할 수 없는 신세여서 더욱 더 안타깝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조금만 더 사셨더라면 효도를 하였을 터인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가슴 깊은 곳에 한으로 남아있다. 늘 그리워하지만 5월이 되면 더욱 더 애절해진다.

문득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사랑의 마지막 단계는 그리움이라고 하였던가? 어머니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이유인가 보다.



아이들에게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기대와는 달리 시큰둥하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의 편린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절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서운하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는 것처럼 내 아이들도 그래주기를 바래보지만 그것은 내 마음일 뿐이다.

좋아하는 것과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떤 것이 더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를 따지면 그 것은 분명 중요한 것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없다면 슬프기는 하지만 삶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중요한 것은 삶의 절대가치를 이룬다. 삶에 있어 절대가치가 없다면 그 의미를 찾기 힘들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다. 그리운 어머니를 가슴 깊이 간직해본다.


오늘을 찬란하게

비가 그치니 맑은 햇살이 온 누리에 찬란하다. 햇살로 넘쳐나는 세상에 들어서니 나 또한 빛이 된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날개가 있다면 활짝 펴고 날아가고 싶다. 장애는 없다. 파란 하늘 환한 세상이 그렇게 눈부실 수 없다. 행복하다.

눈부신 햇살 속에서 문득 깨닫는다. 오늘의 소중함을. 오늘이 있기에 어제가 있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있다. 오늘을 찬란하게 빛낼 수 있어야 어제도 빛나고 내일도 빛난다. 내 인생도 찬란하게 빛나게 된다. 그러니 오늘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는다.



오늘을 찬란하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행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날마다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는 것은 나를 키워가는 일이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불태우는 일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일이요,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는 일이다. 배운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오늘을 눈부시게 해주는 선행조건이다.

배우고 사랑하면 웃음이 따르게 마련이다. 웃음은 오늘을 찬란하게 빛나게 하는 근원이다. 웃음이 없는 삶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웃음은 삶의 활력소요, 오늘을 찬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순간순간 기쁨이 넘쳐난다. 웃으면 기쁨은 절로 따른다.



웃음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기쁨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심신을 편히 쉬게 만들어준다. 절로 콧노래가 나오게 하고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즐거워진다. 배우고 싶은 욕구가 든다.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배움이란 모르는 세상을 새로 알게 되는 것이다.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사랑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어준다. 배움과 사랑의 원동력은 바로 웃음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무조건 좋아하는 것이다. 무엇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사랑함으로서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저절로 신바람이 나고 살맛이 난다. 5월은 오늘을 찬란하게 만드는 달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5월엔 사랑을 나누고 싶다. 


<춘성 정기상 님은 전북 완주군 가천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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