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 : ‘귀농 열풍’ 그 현장을 찾아서-11> 전주서 블루베리 농사 김종원 씨

귀농바람이 한창이다. 귀농 붐은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비롯됐다. 1970~1980년대 산업화의 역군으로 ‘차출’돼 탈농을 이끌었던 이들 세대 중 많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회귀해 ‘인생 2모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낀 30~40대까지 귀농에 가세,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귀농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귀농인들은 주로 소일거리를 통한 활력 회복, 전원생활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건강 추구 등을 이유로 농촌행을 결심하고 있다. 물론 생계수단으로 귀농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위클리서울>은 도시에 살다 농촌으로 들어간 이들이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 이후의 생활 등을 들어봄으로써 귀농의 현실을 짚어보기로 했다. 이번호에는 전북 전주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는 김종원(36)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블루베리 농사’ 성공적으로 안착

2009년 귀농한 김종원 씨는 대학시절부터 농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농대 출신인 그는 졸업 후 귀농하기 전까지 유리온실시설연구소 등 농업 관련 직종에서 일했다. 귀농 2년 전까진 블루베리 연구에 매달렸다.     
 
“농촌에 대한 관심이 늘 있었죠. 대학 다닐 때도 언젠가 귀농할 운명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귀농 2년 전부터 블루베리 공부를 했어요. 전주로 귀농한 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블루베리 농사만 했습니다.”

처음 귀농을 결심했을 당시 가족들 역시 김 씨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줬다고 한다.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제 의지대로 살았어요. 그래서 집에서 뭘 한다는 것에 대해 큰 터치가 없었죠. 자립해서 사는 편이었습니다.” 

김 씨가 블루베리를 선택한 데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목이라는 점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지역의 다른 농군들에 비해 여유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김 씨의 얘기다.

“블루베리는 외국에서 들어온 거잖아요. 국내에 들어온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블루베리 농사는 이렇게 짓는 게 맞다, 아니다, 말하기가 곤란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엔 그렇게 손이 많이 안 가요. 제가 알고 있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집니다. 블루베리 농사짓는 분들 중에 바쁘다는 사람 없어요. 2~3월에 전지작업 좀 하고, 6월에 수확하죠. 그 사이엔 그저 관리하는 게 답니다.”

김 씨의 농장은 8000평 가량. 꽤 큰 규모의 농장이지만 농약 칠 일도 없고 비료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어서 한가한 일상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약이나 비료를 안 주니까 돈이 많이 안 들어가요. 물도 거의 안 줘요. 가뭄이 왔을 때나 물을 주지 물 관리도 거의 안 합니다. 블루베리를 선택하게 된 계기도 비용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죠. 초창기에만 좀 들어가고 심어놓은 이후엔 비용이 거의 안 들어갑니다. 블루베리 나무가 50~70년 정도 갑니다. 그러니 한번 심으면 인건비 외엔 들어가는 부분이 없어요.”

한해 농사는 2~6월 사이에 이뤄진다. 지금은 출하준비에 한창이다. 그래서 거래하는 고객들과 통화하는 시간이 많다. 통화량만큼 수익도 오르기 마련이다.  



“6월에 파는 일만 있죠. 다행히 매년 통화량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보단 낫죠. 억대 연봉이니까요. 사실 제가 귀농한 이유는 어렵게 직장생활 하는 것보다 즐기면서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7월부터 겨울까진 그저 여행하고 놉니다. 물론 술도 많이 마시죠. 다행히 시골 공기가 좋아서 건강엔 큰 문제가 없어요.”

지금이야 수익도 괜찮고 나름 여유 있는 귀농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귀농 초기부터 모든 게 호락호락했던 것만은 아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다들 블루베리 농사를 하겠다고 달려듭니다. 실제로 그런 분들도 많고요. 손도 많이 안 가는 작목이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귀농하죠. 하지만 사실 저도 처음엔 블루베리 나무를 많이 죽였어요. 열매가 안 열리는 등 실패도 많이 했죠. 귀농 초기 2년은 수익이 없었어요. 블루베리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전까지만 해도 남들 안 해본 것들 많이 실험해보다가 실패 많이 했어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겁이 별로 안나요. 블루베리만큼은 죽이지 않을 자신이 있죠. 누구든, 어떤 농사를 짓든 초기에는 실패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귀농해야 합니다. 연구도 어느 정도 해야 하고요. 알고 오면 쉬운데 모르고 오면 실패하기 마련이죠.”

억대 수익을 올리지만 그에게도 빚의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져있다. 하지만 그는 빚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투자를 많이 해야 하니까, 빚을 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농사일이 해를 거듭할수록 빚도 줄어들고 있어요. 몇년만 하면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계속 재투자는 해야 하니까 돈이 쌓이는 건 아닙니다. 마음 같아선 수출도 하고 싶은데, 아직 수출은 안 되고 있어요. 사실 특이한 작물을 하면 유통부분이 문제예요. 생산은 되는데 판로가 없거든요. 이 부분도 많은 귀농인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계산서’ 버려야

귀농 이후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도 고민거리였다. 김 씨는 귀농 직후 6개월간은 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위해 발품을 팔았다.

“사실 귀농한 곳이 어렸을 적 살던 고향입니다. 고향이니까 정착하기가 쉬울 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내려가니까 아는 분들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모든 게 바뀌어 있어요. 그래서 6개월간 집집마다 찾아다녔어요. 이렇게 이렇게 해서 내려왔는데 도움을 좀 받고 싶다고 부탁했죠.”

딱히 힘들었던 시기는 없었다.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했다. 주민들과의 관계도, 농사일에 대해서도 늘 긍정적으로 여겨왔다. 예비귀농인들에게도 할 말이 많다.

“지역에 내려와 교육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겁니다. 고향에 내려온 저도 이방인이었거든요. 하물며 연고가 없는 분들은 오죽하겠느냐 이 말이죠.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지역민들과 화합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가장 중요해요. 누구는 그걸 텃세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쩔 수 없어요. 먼저 다가가서 지역 분들과 융합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이죠. 그렇게 융화가 되다보면 지역 분들이나 마을 주민들이 도와줄 겁니다. 어차피 각자 따로 못사는 세상이니까. 이방인이든 주민이든 같이 살아야하는 부분이 있어요. 여러 가지 소개 받을 일도 많죠. 혼자서 뭘 해보겠다며 ‘투쟁’하다 시피하면 귀농에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

농사에 대한 충고도 이어졌다.



“농사라는 게 내 마음대로 안 돼요. 보통 도시에서 내려온 분들은 계산서를 뽑아서 와요. 올해는 뭘 하고, 내년엔 뭘 하면 돈을 벌겠지 하는 생각을 해요. 제가 와서 느낀 건 절대 계산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자연적인 부분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태풍이 와서 농사가 한 번에 넘어갈 수도 있고, 병이 와서 한방에 훅 갈 수도 있어요. 제 경우는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따름입니다. 다만 자연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불가항력이죠.”

귀농한 지역민들 중 김 씨에게 고언을 듣고자 찾아온 초보귀농인들도 많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계산서를 들고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김 씨의 얘기.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상당수가 계산적으로 고민하고 오는 분들입니다. 블루베리의 경우 정착하려면 몇 년이 걸리며 1년 수익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죠. 제가 차근차근 설명하고, 그렇게 설명을 듣고 돌아가신 분들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고요. 살다보면 돈이 따라오는 것이지, 사람이 돈을 쫓아가면 돈이 도망가는 것 아니겠어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제가 억대 연봉이라지만, 처음부터 그런 걸 바라고 농사를 지은 건 아닙니다. 시골생활이 좋아서 내려왔고, ‘돈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자연의 섭리에 맡기자’라는 심정으로 농사를 지었죠. 물론 운도 따라서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만.” 

향후 농촌생활에 대한 특별한 목적 역시 갖고 있지 않다는 김 씨.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게 그의 귀농철학이다. 
“하루하루 즐겁게 살다보면 1년 가고 10년 가는 것 아니겠어요. 꼭 뭘 해야겠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히고 싶진 않아요. 어떤 목표를 가지면 욕심이 생기고, 삶이 힘들어집니다. 시골까지 내려와서 그렇게 고민하고 살고 싶진 않아요. 밥 굶지 않겠다는 목표 정도만 있으면 되겠죠(웃음).”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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