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한창세의 고대와 현대의 만남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 1편



멕시코’ 하면 먼저 선인장이 떠오른다. 멕시코는 여러 면에서 일찍부터 나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체육선생이 전교생에게 포크 댄스(Folk Dance)를 가르친다고 점심시간 전, 운동장에 집결시켜 멕시코 전통음악인 ‘베사메무쵸(besame mucho)’ 음악에 맞춰 남녀 쌍쌍이 춤을 췄던 기억이 난다. 이 음악은 ‘레이 카닙싱어즈(ray caniff singers)’가 편곡했는데 당시 세계적으로 대히트한 경음악이다. 어린나이에 들었지만 학교에서 매일 듣다보니 멕시코 특유의 애잔하면서도 멋진 멜로디가 와 닿았다. 중학교 때는 그림에 관심이 많아 당시 서양화가인 미술 선생님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분이 갑자기 멕시코로 이민을 가버려 무척 아쉬웠다. 크면 멕시코로 찾아가서 미술선생님을 만나겠다고 결심했을 정도였다. 이렇듯 어린 시절부터 ‘멕시코’는 알게 모르게 직간접으로 내 곁에 늘 있어 왔다. 그리고 멕시코는 결혼이라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인연으로 내게 다가왔다. 결혼과 함께 멕시코로 건너가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펼쳐본다.[편집자 주]



# 가난한 티후아나 노동자들의 가옥


멕시칸 ‘삶과 죽음’ 가르는 3200km 경계선

티후아나(Tijuana)는 멕시코 서북부 최북단에 있는 국경도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남북으로 접하고 있는데 LA~샌디에이고(San diego)~티후아나(Tijuana)로 이어지는 도로망이 잘되어 있어 물류와 미국인 관광객이 이곳을 통해 들어오는 ‘달러 관문’이다. 미국과의 국경선이 무려 3200km에 달한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국경선이 길게 늘어서있다 보니 주요 국경도시만 네 곳이나 된다.

서쪽 끝에는 띠후아나가 있고, 동쪽 끝으로는 마타모로스(Matamoros) 시가 있다. 한가운데에는 엘파소(El Paso)와 누에보 라레도(Nuevo Larado) 시가 있다. 특히 미국의 마약 밀입국이 주로 멕시코를 통해서 이뤄지는 만큼, 국경 일대는 마약밀수입과 불법이민자 문제로 경계가 매우 삼엄하다. 티후아나(Tijuana) 국경지역에는 군인처럼 라이플 장총을 들고 선글라스를 낀 초소원들이 차량검문은 물론 신분증 조사 또한 엄격하게 한다.

무엇보다 중남미 콜롬비아나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대량으로 재배되는 코카인이 멕시코를 경유해 흘러들어가고 있어 미국 정부와 미연방수사국(FBI)은 마약 재배지 위치와 정보 파악 등 남미 마약조직 소탕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 국경을 넘으려 담을 넘는 가난한 멕시코인들의 모습

멕시코도 물론 불법마약 소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해가 지고 어린 학생들이 끼리끼리 모여 골목에서 대마초 피우는 것을 본적 있다.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마약이 대량 유통되고, 사람이 붐비는 시장에서는 마약을 하다가 폐인이 된 한 젊은 청년이 마약 살 돈이 떨어지자 페인트를 사서 헝겊에 묻혀 코에 대고 휘발유냄새를 흡입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다.       

멕시코 중북부 소노라(Sonora) 주는 한반도의 두 배 정도 되는 면적이다. 이곳은 마약을 재배하기에 최적의 기후를 갖고 있어, 멕시코 최대마약 카르텔이 본거지를 두고 활약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워낙 방대해 멕시코 군대를 투입해 소탕전을 벌여도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 가운데 국경을 두고 본 사진은 왼쪽이 멕시코이며 오른쪽이 미국이다.

목숨 걸고 국경 넘어봤자 돌아오는 건…

다행히 티후아나는 공업도시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어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많은 취업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곳에 있는 마낄라도라(Maquiladora)라는 대규모 공단은 전세계 대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그럼에도 가난한 노동자들은 손에 쥐는 수입이 너무 적어 이들에게 멕시코는 일명 ‘저주의 땅’이기도 하다.

멕시코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뜨거운 사막의 태양과 선인장, 챙이 큰 모자를 쓰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낭만만 가득할 것 같은 멕시코.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멕시칸들의 삶과 비애를 읽을 수 있다. 바로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꿈꾸며 미국 국경을 넘는 수많은 불법 이민자들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만 가면 잘 살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국경 경비가 뜸한 뜨겁고 위험한 사막지역을 넘으려고 수십 km에 달하는 거리를 몇 날을 걸어가다 죽는 사람들이 많다. 또 국경수비대에 잡혀도 돌려보내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에 몇 차례든 입국에 성공할 때까지 밀입국을 재시도 한다.


# 마약밀매조직단 검거해 압수한 마약과 체포된 마약조직원


# 티후아나 택시

하지만 밀입국에 성공을 하더라도 미국에서 불법이민자라는 신분 때문에 열악한 저임금과 매우 고되고 힘든 일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웬만해서 고달픈 생활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들은 그렇게 그곳에서 번 돈을 멕시코에 사는 가족들에게 송금해 부양한다.

몰래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불법밀입국을 하기 쉬운 곳이 바로 티후아나이기도 하다. 땅 밑으로 굴을 파서 넘어가기도 하고 국경 담벼락을 넘다가 사살되기도 한다. 이 지역뿐 아니라 멕시코 전역에 사는 노동자들에게 미국은 또 다른 ‘기회의 나라’이자 ‘황금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명한 노래 중에 herb alpert & tijuana brass의 ‘티후아나 택시(Tijuana Taxi / 경찰순찰차라는 뜻임)’라는 음악이 있다. 1965년에 발표된 이 음악은 트럼펫 곡으로 버트 캠퍼트(Bert Kaempefert)악단의 경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멕시코계 미국인 티쉬 이노호사(Tish Hinojosa)가 1989년 발표한 노래 ‘돈데 보이’(Donde Voy/ Where I Go/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도 조국인 멕시코 국민들이 가난에 못이겨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국경에서 죽음을 맞는 슬프고 안타까운 불법 이민자들의 애환을 노래한 곡이다.


# 돈데 보이의 티쉬 이노호사

노래 제목처럼 슬픈 그녀의 목소리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불법이민자의 고되고 힘든 심경과 방황하는 이들의 처절한 애환과 정서가 녹아든 멜로디에 잘 맞아떨어진다. 다양한 다른 아티스트들이 부를 정도로 세계적인 애창곡이 되었다.

지금까지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을 시도 하다가 죽은 사람만 1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경을 통해 멕시코로 가는 길은 아주 쉬운 반면, 미국으로 가는 길은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조사 또한 엄격하다. 멕시코 외무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불법 미국이민자들을 위해 ‘국경을 무사하게 넘는 방법’이란 안내문까지 있을 정도다. 사막이 많아 물을 준비해 갈 것과 밤에 짐승이 출몰하기 때문에 항상 1인이 아닌 팀을 이루어 다닐 것 등을 제시하고 마지막에 ‘국경을 넘는 일은 죽음을 맞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한창세 님은 언론인입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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